‘노동조건 후퇴=합리적’ 새로운 등식 쓰려는
정부의 2대 행정지침 규탄한다!
2015년을 이틀 남겨둔 12월 30일, 고용노동부가 ‘직무 능력과 성과 중심 인력운영 가이드북 및 취업규칙 지침 관련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관련 2대 행정지침 초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가이드라인의 핵심 내용은 ▲ 통상해고(일반해고) 기준 마련을 통한 ‘저성과자 해고’ 정당화 ▲ 연공성 완화와 직무성과에 따른 성과급제를 골자로 하는 임금체계 개편 ▲ 노동자의 집단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을 시 노동조건 불이익 변경을 가능하도록 하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이다. 이는 많은 청년, 학생, 시민들이 1년 내내 반대해온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애초의 노동정책에서 조금의 변화도 없이 이번 지침 초안을 발표했다.
‘합리적 해고’만 허용?! 사실상 ‘모든 해고는 합리적’인 것으로 인정하는 해고 확대 방안!
정부는 논의자료에서 ‘평가제도 마련 시 노사 협의회, 노동조합, 근로자대표 등 근로자 측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를 둔 경우 평가 제도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견제와 충분한 협의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 공정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는 말은 사실상 ‘비현실적’인 환상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0%에 불과하며 그 중 상당수는 사용자와 친화적인 어용노조이다. 노동조합이 있어도 단체협약이 무력화되는 사례도 허다하며, 90% 이상은 단체협약은 물론 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 노동의 ‘현실’이다. 실제로 현장의 노동자들이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을 만드는 데 참여할 수 없다. 또한 정부는 해고에 앞서 ‘교육훈련 기회 제공’과 ‘배치전환’ 등 해고회피를 위한 노력을 해야지 해고의 절차적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사용자가 일정 인원의 구조조정이나 특정 노동자의 해고를 의도한다면, 이러한 해고회피를 위한 절차들은 단순히 해고의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한 과정이 될 뿐이며 ‘해고를 유예’하는 것에 불과하다.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만 밟는다면 저성과자라고 낙인찍힌 노동자를 쉽게 해고하려는 것이 고용노동부가 마련하려는 지침의 실제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20대 초반의 젊은 직원도 명예퇴직을 하고, 세계에서 가장 근속기간이 짧아 ‘사실상의 해고’가 너무도 자유로운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이번 정부의 행정지침은 해고를 더욱 쉽고 자유롭게 하여, 수많은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불안한 삶으로 내몰 것이다.
자신들의 통념을 내세우며 ‘사회통념상 합리적’이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가능하다는 정부
정부는 행정지침 초안에서 ‘취업규칙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경우에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근로자 동의 없는 변경의 효력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회통념상 합리성’ 규정이 자의적이고 모호한 상황에서 이를 근거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사실상 사용자 마음대로 노동조건을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만든다. 이러한 정부의 지침은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무력화한다. 노동조합이 없어 단체협약을 맺어본 적도 없는 우리나라 90% 이상 노동자들은 사실상 노동 현장에서 사용자의 무소불위의 권력과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일하거나 해고될 수밖에 없다. 근로기준법조차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임금체계나 노동조건을 바꾸어 노동자들의 삶은 사용자가 정하는 대로 바꿀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 이번 지침의 의도이다.
정부의 2대 행정지침은 일상적인 해고를 확대하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를 통해 사용자에게 유리한 노동조건과 임금체계 후퇴라는 길을 열어준다. 또 정부의 이러한 행정지침 초안 발표는 노동조건 전반을 악화시키고 이를 법적으로 정당화하려는 국회의 노동5법 입법 입법을 촉구하려는 행보로도 볼 수 있다. 노동5법은 정기국회에 이어 임시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할 만큼 반대여론이 강하며, 수많은 시민들이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며 몇 차례의 민중총궐기로 모인 바 있다. 여론을 무시한 채 강행하는 정부와 여당의 행정과 입법에서의 공세는 우리의 삶을 끌어내리고, 끌어내린 대가를 자신들이 가져가겠다는 속셈일 뿐이다. 정부는 기만적인 2대 행정지침 초안을 철회하고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
2016.1.1.
전국학생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