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전쟁과 무기로 돌파하는 북한과 6자회담 국가들을 규탄한다.

- 북한을 비난하려 한다면 먼저 태평양과 중동에서의 전쟁을 멈추고 핵무기를 버려라 -

지난 1월 6일, 북한은 수소폭탄 실험의 성공과 북한의 SLBM기술을 공개했다. 수소폭탄과 SLBM 모두 조작일 가능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확신할 수 없으며 북한의 호전적인 태도 자체만으로도 국제사회에는 큰 위협이 된다. 북한 노동당이 이런 도발을 감행한 이유는 일차적으로 노동당 내부 정치의 산물일 것이다. 김정은이 아무리 최고의 자리에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에 이르기까지 당내에서 지도력과 정당성을 확증 받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의 권력은 항상 위태로웠다. 이번 실험은 그의 권력위기를 군사적 수단을 통해 극복하고자 했던 시도였다고 볼 수 있고 외신에서는 이번 도발을 통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더 첨예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매우 성공적인 전술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방식은 자기 자신의 목숨뿐 아니라 자국 민중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전술이기 때문에 오히려 한 국가의 통치자로서의 정당성을 내버리는 행위였다. 세상 어느 ‘아버지’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식들의 목숨을 배팅한단 말인가.

이에 6자회담 국가들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가 북한을 비난하며 경제적, 군사적 제재를 이어가고 있고, 매일 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제 사회가 이렇게까지 강수를 두는 이유는 수소폭탄과 SLBM의 개발은 이전의 핵무기 보유의 문제와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두 기술을 보유하게 되면 북한은 사실상 남한과 일본을 확증파괴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북한의 수소폭탄 보유와 SLBM기술 개발은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막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수단이 필요한 것일까. 미국이 제시하는 것처럼 B-52폭격기를 배치하고 이에 이어 레이건호까지 남한에 배치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할 수 있을까.

사실 확증파괴의 위협은 북한이 먼저 받고 있었다. 다량의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의 타겟이 되는 모든 국가들은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 국가들이 정치적으로 굴복하지 않으면서 유일하게 택할 수 있는 전략은 상호확증파괴(MAD) 전략이다. 스스로도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서 서로가 서로를 궤멸시킬 수 있는 상태를 만들고, 동반 궤멸을 각오하지 않는 한 선제공격을 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전략의 역사를 보면 미국이 북한에게 핵을 포기하라 비난하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MAD 전략을 냉전기에 처음 고안해낸 국가가 미국일 뿐 아니라 이 전략을 아직까지도 폐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뿐 아니라 6자회담에 함께 참여하는 중국과 러시아 또한 MAD 전략의 종주국이나 마찬가지다. 동시에 UN상임이사국이기도 한 이 세 국가들이 여전히 핵무기를 통해 자국의 안보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그들이 먼저 인간이 다룰 수 없는 무기로서 핵무기를 포기하고 MAD에 대한 반성을 보여주지 않는 한 그들이 북한에게 종용하는 핵 포기는 설득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런데 북한 핵실험 문제는 비단 다른 국가들의 핵무기 보유에만 관련된 문제는 아니다. 이번 핵실험을 보면서 8.25합의 이후 호전되었던 남북관계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시선이 많은데, 사실 최근 6자회담 국가들을 둘러싸고 발생한 사건들을 보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북한의 핵실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본은 재무장화를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고, 중국은 연말을 맞아 새로 건조중인 항공모함을 공개하고, (핵)로켓군을 신설했다. 미국은 UN에서 시리아 평화정착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러시아가 이 결의안을 바로 파기했고, 그간 중동에서 수많은 거짓말을 통해 전쟁을 정당화 하고 석유를 확보해왔던 미국도 러시아를 비난할 정당성이 없다. 나름 세계의 경찰국가라 불리는 UN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중동과 태평양에서의 위기를 군사적 수단으로 해결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북한이 ‘나는 저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을 리는 만무하다. 전쟁과 무기를 수단으로 생각하는 인식을 그들이 먼저 버리지 않는 한 북한에게 정당성을 가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요즘 미국의 관심사는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에게 책임을 묻는 데에 있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중국도 마찬가지로 미국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결국 여기서도 북한 핵문제 해결을 통한 평화모색이 아니라 서로를 비방하며 태평양의 긴장관계를 높이려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것이다. 이런 ‘고도의’ 전술이 오가는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위협을 느끼는 것은 동북아 국가들의 민중들이다.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건 바로 6자회담 국가들이다. 따라서 평화를 위해선 인류가 통제할 수 없는 무기인 핵무기를 폐기하고, 모든 전쟁 위협을 중단해야 한다.

2016.1.13

전국학생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