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과 성명

입장과성명.jpg


 
한빛 이후는 달라야 한다
 작성자 : 전국학생행진
Date : 2017-06-15 13:21  |  Hit : 3,441   추천 : 0  
   故이한빛 PD의 뜻을 기리며.hwp (32.0K) 다운 34

한빛 이후는 달라야 한다

- CJ E&M의 공식 사과에 부쳐 故이한빛 PD의 뜻을 기리며

 

무려 8개월 만에 CJ E&M은 드라마 혼술남녀신입조연출 이한빛 피디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CJ E&M책임자 징계조치, 회사 차원의 추모식, 이한빛PD 사내 추모편집실 조성, 고인의 뜻을 기릴 수 있는 기금 조성을 약속했다. 또한 방송 제작환경과 문화개선을 위해 제작인력의 적정 근로시간 및 휴식시간 등 포괄적 원칙 수립, 합리적 표준 근로계약서 마련 및 권고 등 9가지 개선과제를 실천할 것을 약속했다. 유가족, 함께 가슴아파하며 애도한 수많은 시민들, 그리고 대책위원회에 참여한 여러 단체들이 아니었다면 그저 한 청년의 개인적인 죽음으로 잊혀져갔을 일이었다.

 

그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어서, 사회에 따뜻한 메시지를 던지고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하고 싶다며 드라마 PD가 된 사람이었다. 어쩌면 누군가는 스스로 자처했을 하루 20시간이 넘는 노동에 미안해하고, 어쩌면 열정이라며 두세 시간만 자고 일하겠다는 사람들을 오히려 안타까워했던 그였다. 스스로 가혹한 노동을 감내하면서도 자신이 노동자를 쥐어짜는 관리자 이상도 아닌사람임에 가슴아파하던 사람이었다.

 

또 그는 우리 모두였다. 한 해 630여 명이 과로로 산업재해 보상을 받으며 그 중 46%는 사망하는 나라에서, 그는 초장시간 일하는 사람들을 대신해 아파하고 힘들어하던 사람이었다. 어느 직업, 어느 직군이건 저녁, 주말, 휴가를 모두 반납하고 일해도 열정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을 받아야 하는 20~30대 청년 노동자들의 삶을 누구보다 앞서 미안해하고 슬퍼하던 사람이었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명백하게도 CJ E&M 산하 방송국에서의 초장시간 노동이었기에, 사람을 사람대접하지 않는 CJ E&M의 조직문화였기 때문에, 나아가서는 근로시간도 휴식시간도 명확하지 않은, ‘관행적으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아 최소한의 법의 보호도 받을 수 없는, 외주하청이 남발하는, 방송 산업의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뒤늦었지만 CJ E&M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환영한다.

 

바라건대 이제는 또 다른 한빛이 없어야 한다. 한빛 이후는 달라야 한다. 부디 하늘에서만큼은 이한빛 PD가 편히 쉴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CJ E&M 산하 모든 노동자들은 건강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 드라마와 예능방송, 영화를 만드는 모든 노동자들은 충분히 휴식하며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땅의 어느 노동자라도 살기 위해 나간 일터에서 죽을 만큼 일하다가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한빛 PD의 뜻을 기리는 길에 전국학생행진도 함께해 나갈 것이다.

 

 

 

전국학생행진

2017.06.15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Me2Day로 보내기 게시글을 요즘으로 보내기

 
 

Total. 513
추천
보편지급도 선별지급도 엉망인 정부, 재난지원금에서 빠진 지속… 전국학생행진 2020-09-09 27897 0
일본군 ‘위안부’ 운동의 진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진영 논리가… 전국학생행진 2020-05-27 27900 0
기업의 무책임과 정부의 무관심에 생명과 안전을 맡길 수 없다! … 전국학생행진 2020-05-08 27442 0
페미니즘의 힘으로 디지털 성폭력을 끊어내자! 전국학생행진 2020-03-24 28525 0
차악에 갇히는 투표를 넘어서 최선을 향한 대안적 정치를 모색… 전국학생행진 2020-04-01 28679 0
513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하여,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핵무… 전국학생행진 2021-01-24 1953 0
512 주류 여성운동은 권력의 ‘정치 하위파트너’로 전락하는가 - 한… 전국학생행진 2021-01-13 1727 0
511 보편지급도 선별지급도 엉망인 정부, 재난지원금에서 빠진 지속… 전국학생행진 2020-09-09 27897 0
510 [기자회견문]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 75주년, 이제는 핵무… 전국학생행진 2020-08-06 1626 0
509 [공동성명] “21대 국회는 임신중지 비범죄화 적극 추진하라!” 전국학생행진 2020-06-01 7162 0
508 일본군 ‘위안부’ 운동의 진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진영 논리가… 전국학생행진 2020-05-27 27900 0
507 기업의 무책임과 정부의 무관심에 생명과 안전을 맡길 수 없다! … 전국학생행진 2020-05-08 27442 0
506 차악에 갇히는 투표를 넘어서 최선을 향한 대안적 정치를 모색… 전국학생행진 2020-04-01 28679 0
505 페미니즘의 힘으로 디지털 성폭력을 끊어내자! 전국학생행진 2020-03-24 28525 0
504 [공동성명] “우리 지금 여기 있다! #World_Against_Racism” 전국학생행진 2020-03-21 2273 0
503 [공동성명] “‘낙태죄’ 헌법불합치를 넘어 전면비범죄화로! … 전국학생행진 2020-03-09 2508 0
502 문재인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반대한다! 전국학생행진 2020-01-16 6740 0
 1  2  3  4  5  6  7  8  9  10    
AND OR

신자유주의에 맞서 대안세계화로! 전국학생행진  |  이메일 stu_link@hanmail.net 맨 위로
정보공유라이선스 이 홈페이지에서 전국학생행진의 모든 저작물은 '정보공유라이선스 2.0 : 영리금지'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