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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죽지 않는 사회를, 일하는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바란다
 작성자 : 전국학생행진
Date : 2017-08-09 01:21  |  Hit : 3,778   추천 : 2  

여성이 죽지 않는 사회를, 일하는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바란다

 

 

얼마 전 한 남성이 왁싱샵에서 홀로 일하는 여성에게 강간을 시도하고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이번 사건은 사건 자체의 잔인함뿐만 아니라 유명 BJ가 이곳에 방문하고 만든 유투브 콘텐츠를 보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물론 BJ가 범행을 의도했거나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콘텐츠의 시각과 이 사건을 결코 분리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러한 콘텐츠들을 통해 재생산되는 여성에 대한 성적대상화가 여성을 향한 범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신체적 접촉이 필요한 일에 종사하는 여성 왁서나 마사지사들은 성적인 대상화를 일상적으로 겪는다. 이들에게는 흔히 남성에게 서비스해 주는 존재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지며 이들의 서비스에는 직업적 영역을 넘어 성적 기대가 포함된다. 그리고 이런 성적 대상화는 미디어 상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확대재생산 된다. 이에 따라 왁싱샵을 운영하는 여성들은 성적인 암시가 담긴 메시지나 언행을 종종 마주하게 되고, 이런 경험이 쌓여 긴장과 불안에 시달리며 남성 손님을 대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겪는 것은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들뿐만이 아니다. 여성에게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사회의 분위기는 서비스 직종에서 일하는 많은 여성들이 일상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에 시달리게 만든다. 밤늦게 편의점이나 카페에서 혼자 근무하는 여성들은 번호를 달라는 요구나 취객들의 성적인 농담들을 견디며 일해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친절함이 요구되는 서비스 직종에서, 고객이 이고 노동자가 이라는 인식은 여성들이 이러한 요구에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한다. 여성에게 남은 선택지는 일을 그만두거나, 그게 아니면 불안과 긴장 속에서 일을 지속하며 그저 참고 넘기고 조심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어쩌다 발생한 특수한 범죄가 아니다. 이 사건은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 이어지는, 일하는 여성에 대한 일상적인 성희롱성추행의 연장선에 위치한다. 따라서 그저 조심하라는 말로는 또 다른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강남역 사건이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라면 누구나 처할 수 있는 위험을 드러냈다면 왁싱샵 사건은 일하는 여성들의 근무환경이 얼마나 위험한지, 여성의 일이 얼마나 쉽게 성적으로 대상화되는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납치와 감금으로 한 여성이 죽었을 때, 아르헨티나 여성들은 Ni Una Menos (한 명도 잃을 수 없다)고 외치며 사회적인 해결책을 요구했다. 한국 사회 역시 이제는 조심하라는 말 외에 여성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사회적으로 논의할 때이다. 치안을 강화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서, 여성에 대한 일상적인 대상화를 멈추고 여성들의 안전한 근무환경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를 만들어 나가자.

 

전국학생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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