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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예멘 난민에 대한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을 규탄한다!
 작성자 : 전국학생행진
Date : 2018-06-27 12:20  |  Hit : 4,521   추천 : 1  

제주 예멘 난민에 대한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을 규탄한다!


 올해 상반기 예멘 난민 550여 명이 제주를 찾았다. 예멘은 UN이 ‘세계 최대 인도주의 위기 국가’로 규정한 국가로, 3년째 정부군과 후티 반군 사이에서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 19만 명의 예멘인이 내전을 피해 해외로 망명했으며, 그중 일부가 제주의 관광 활성화를 위한 무사증(무비자) 제도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예멘 난민에 대해 어떠한 지원도 제공하지 않았다. 오히려 예멘을 무사증 허가국에서 제외하고 출도를 금지해, 정착 기반도 없고 생계비도 부족한 난민들을 제주도에 고립시켰다. 소지한 돈이 떨어진 난민들이 텐트를 치고 노숙할 지경에 이르러서야 부랴부랴 예외적으로 취업을 허가하고 인도적 지원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인당 138만 원을 받는다는 낭설과 달리 예멘 난민에 대한 지원은 아직도 부족하다. 또한, 취업 과정에서 언어와 문화적 차이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고 최소한의 노동권 교육도 없어, 많은 난민들이 낯선 환경과 노동착취를 견디다 못해 일을 그만두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는 예멘 난민 문제가 사회적인 쟁점이 되자 뒤늦게 현황파악을 지시했다. 하지만 난민 정책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밝히지 않은 채, 출도 금지 조치를 유지하고 순찰을 강화하는 등 범죄 예방 조치에 치중하고 있다. 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정부의 대응은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할 뿐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대한민국은 93년 난민협약에 가입했고, 13년에는 난민협약에 가입한 지 20년 만에 독립적인 난민법을 제정해 난민의 출입국뿐만 아니라 그 지위와 보장, 재정착 난민의 수용 등에 관한 규정을 마련했다. 이처럼 한국에는 난민에 대한 법적 체계가 비교적 잘 마련되어 있는 편이고,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난민법이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비판하곤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난민의 권리는 법전 안에 존재할 뿐이다. 난민신청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난민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극소수다. 1994년부터 지난 5월 말까지 난민 신청자는 4만470명에 달하는데, 이 중 2만361명에 대한 심사가 이뤄져 839명만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통계상으로는 4.1%지만, 심사 기간 중 인권침해나 생계곤란으로 철회 및 취소하는 비율이 높기에 실질적인 인정률은 3%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 인정률 38%에 비해 턱없이 낮은 비율이다.


 난민법은 있으되 실질적으로 난민을 보호하는 제도는 없고, 난민 신청자는 매년 증가하는데도 관련 예산이나 시설을 확보하기보단 난민신청자를 걸러내는 데 집중한다. 이것이 난민을 보호하지 않는 난민보호국의 민낯이다. 법으로만 존재하는 난민법을 넘어, 실질적으로 난민을 포용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난민신청자를 걸러낼 방법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증가하는 난민 규모에 걸맞는 예산과 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와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전 세계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정부는 그 발언에 책임을 지고, 이번 예멘 난민 사건을 시작으로 한국이 진정한 난민보호국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난민을 보호하는 것은 난민을 양산하는, 전 세계에 만연한 전쟁과 폭력을 반대하고 폭력을 야기하는 구조를 바꿔내는 첫걸음이다. 전 세계적으로 반(反)난민 정서가 높아지고 난민을 추방·배제하는 정치세력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이러한 경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난민을 만드는 폭력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난민에 대한 배제와 혐오가 먼저 터져 나오는 사회적 분위기, 이를 부추기는 정부의 대처는 그간 한국에서 난민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부재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난민을 외면하고 배제하는 것으로는 신자유주의 군사세계화가 양산한 전쟁이 난무하는 현실을 가릴 수 없다. 나의 일이 아니라며 폭력에 눈을 감는다면 이는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인간의 삶의 조건을 파괴하는 전쟁과 폭력에 맞서, 법으로만 존재하는 난민법을 넘어 실질적으로 난민을 포용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해 나가자! 난민을 만드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 현실을 바꾸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것만이 더 나은 사회를 약속해 줄 것이다.


2018년 6월 27일

전국학생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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