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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적인가?
 작성자 : 전국학생행진
Date : 2019-09-06 01:38  |  Hit : 3,343   추천 : 0  

 

일본이 적인가?

 

확대되는 한일 갈등

 

이번 한일 갈등의 발단은 지난해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그에 따른 올해 상반기 강제집행 절차(자산압류 및 매각 등)이다. 강제징용 배상문제에 대해 일본은 제3국에 의한 중재위원회 설치 등을 외교적 해결책으로 제안해왔지만, 3권 분립 등을 근거로 대법원 판결 존중을 천명했던 한국정부는 제안을 거절했다. 이에 71일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하며 강경한 대응기조를 드러냈고, 한국의 반발에도 74일 반도체 관련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를 실행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되었다.

 

현재까지 이번 한일 갈등은 서로가 서로의 대응을 강화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82일 일본정부 각의에서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 한국 제외를 의결하자 12일 한국은 화이트리스트 일본 제외 발표로 맞대응했다. 양국 간의 외교 논의에는 진전이 없었고 22일 한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파기하자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28일을 기점으로 일본은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를 실행했고 한국 역시도 9월 중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한일관계가 현재보다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힘들다. 일본기업 압류자산 매각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판결에 따라 일본제철과 미쓰비시 등에 대한 강제집행 신청이 받아들여졌고 이들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압류된 상태다. 현재 일본제철에 자산매각에 대한 의견 제출을 요구하는 심문서가 발송된 상태이며 미쓰비씨 역시 같은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매각절차의 진행에 따라 이전까지는 다소 형식적이었던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조치가 실질화되고 한국이 다시 반발하면서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게 될 수 있다.

 

한국정부가 강제징용 배상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지난 7월 말 일군의 일본 지식인들이 한국이 적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이어서 이들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였고 약 1만 명의 일본시민들이 그 뜻에 함께 했다. 또한 집회 및 토론회를 열어 일본정부의 태도전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일 관계가 처한 난관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이 일본 시민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시도가 진정 빛을 발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한국시민으로서 우리는 일본정부가 아닌 한국정부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내놓을 것을 촉구해야 한다.

 

지난 92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본 측에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원래대로 돌리자고 제안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해당 제안은 문제의 발단이 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그에 따른 강제집행은 건드리지 않은 것이었기에 대안이 될 수 없었다. 한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강제징용 판결문제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처럼 3권 분립을 운운하며 해당 문제를 성역화하는 것이 아니라 압류자산 매각 보류 등 현실적으로 일본과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미 강제징용 배상문제와 관련해서 역대 한국정부는 그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피해자들을 지원해왔다. 1974년 청구권 보상법을 통해 한 차례 이루어졌고, 지원이 미진하여 2004년 진상규명법, 2007년 희생자지원법, 2010년 다시 특별법을 통해 피해자 지원을 지속해왔다. 현재까지의 지원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다시금 정부가 조사하고 그에 대한 보완방안을 내놓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먼저 국내에서 그리고 외교적으로 해결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65년 체제를 무시하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

 

강제징용 배상문제의 바탕에는 그간 한일관계의 근간이 되어온 65년 한일협정의 한계가 존재한다. 체결 당시 양국은 식민지배가 불법인지 합법인지에 대해 서로 해석을 달리하여 불분명하게 두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한계는 분명 국제관계의 사안이었기에 외교적으로 다루어져 왔고 이후에도 외교적으로 다루어져야 하는 대상이다. 그런데 일국의 사법부가 국제관계를 일방적으로 해석하고 판결하는 일이 발생했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외교의 사법화를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사실상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방조했다.

 

한국이 65년에 일본과의 합의를 받아들인 데에는 냉전체제에서 동아시아 반공동맹을 형성하려는 미국의 압박과 경제발전 수행을 위한 투자자금이 부족했던 한국의 조건 등 당시의 맥락이 존재한다. 또한 협정체결 이후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대대적으로 자본을 들여오고 기술을 받아들여 미국에 상품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당시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할 때, 한국이 과연 일본, 미국과 국제관계를 맺지 않으면서 오늘날과 같은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겠는가? 그렇지 않다.

 

이 같은 역사적 조건을 무시하고 과거의 협정을 친일매국으로 매도하고 오늘날의 관점으로 협정문구들을 문제 삼으면서 새로운 한일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일본시민들로부터 광범위한 동의를 얻어낼 수 없다. 한일관계의 오랜 근간이었던 합의를 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더 나은 한일관계를 위해 일본 보수 정치세력에게 자성을 촉구하는 일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시민들의 최우선 과제는 아니다. 지금 우리의 역할은 한국 내에서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난 한일 간의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사실상 조장해온 정부의 행보를 비판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반일 포퓰리즘 정치를 규탄한다.

 

소득주도성장론이 실패하고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교착에 빠진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를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게 활용했다. 대통령은 일본에게 다시는 지지 않는다.”며 민족감정을 선동했고 민정수석은 정부행보에 이의를 제기하는 세력에게 친일매국딱지를 붙였다. 청와대-여당은 사안을 경제침략으로 규정하고 소재 국산화와 남북경제협력 등으로 국민이 함께 침략을 이겨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외부에 적을 설정하고 그 적을 악마화하여 대중의 부정적 정념을 동원하고, 이에 비판적인 세력들도 적으로 공격하며 대중들이 사안을 합리적으로 보지 못하게 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치이다.

 

포퓰리즘 정치를 경계해야 하는 것은 서슴없이 혼란을 키우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문재인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를 감행한 것은 무엇보다도 조국 법무장관 후보의 논란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협정 파기라는 급진적인 공격은 일본정부에게는 물론, 일본시민들에게도 다시 한 번 한국에 대한 불신을 강화했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사회적 혼란 확대를 감수하는 것이다. 동아시아 평화에 기여하는 조치라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조치를 아무런 대책 없이 강행한 것이었기에 이어지는 미국의 군사적 요청을 거절하기 어렵게 되었다. 한일갈등이 진정되지도 않았고 동아시아 평화가 진전되지도 않았다.

 

일각에서는 일과 아베를 구분하여 일본이 아닌 아베를 문제 삼는 것이며, 아베를 주장하는 일본시민사회와 함께 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정부의 대응조치와 광범위한 직접행동이 대다수의 일본시민들에게 일이 아닌 아베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일본정부의 수출규제 강화조치가 한국정부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지만 한국 사회 전체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적대의 대상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양국 간의 적대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일본 지식인들과 시민들처럼 우리도 다른 질문을 던질 때다. 일본이 적인가?

 

 

2019. 9. 5.

 

신자유주의에 맞서 대안세계화로

전국학생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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