發 刊 辭

“갑질 논란”. 지난해부터 한국사회에 큰 화두로 떠올랐던 말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갑질’에서 시작한 이 논란은 중소기업-노동자, 그리고 노동자 내부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도로 점차 하향하면서 전 사회적으로 갑에 대한 을의 횡포가 폭로되었다. 대기업-중소기업뿐만이 아니라 나 역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살고 있다! 경제위기의 시대, 민중들은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는 갑의 칼날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 사회의 ‘갑’들을 적으로 돌릴 수밖에는 없는 현 시기, 쟁점이 하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을과 을의 싸움”. 갑과 을의 싸움이 아닌 “을과 을의 싸움”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운동진영을 비롯한 지금의 한국사회 전체가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결국 나보다 나은 누군가를 적으로 돌리고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살아남기 위해 겨누었던 칼날이 되려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는 것은 아닌가.

누군가를 적대시해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누군가를 죽여야만 내가 사는 사회는 야만일 뿐이다. 미래는 없다. 자본주의 붕괴의 끝에 폐허만이 남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준비해야할 것은 무엇인가. 이번 팜플렛은 이에 초점을 맞춰 발간되었다.

＊ ＊ ＊

「노동시장 구조개혁, 빠르게 보단 바르게!」에서는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과 이에 대응하는 민주노총의 총파업 이후 운동진영이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글이다. 민주노총으로의 조직률이 낮은 현재,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추상적인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조직화가 가능한 구호가 필요함을 주장하는 동시에 노조의 강화를 이뤄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올해 주목해야할 바를 서술하고 있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 어떻게 비판할 것인가」에서는 남한 산업구조 재편과 발맞춰 이뤄졌던 남한 교육의 역사에 대해 검토하면서 현 시기 대학 구조조정투쟁에 대한 비판과 이를 통해 도출되는 비판적 대안을 서술한 글이다. 교육의 문제는 노동의 문제, 남한 산업 구조와 떨어질 수 없는 문제이며, 이를 통합적으로 고찰할 때에야 교육문제의 해결 방향성이 도출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 ＊ ＊

노동자 운동이 다수자 운동임을 기억하자. 다수자 운동이 자본가가 ‘독재에 가까운 지휘’를 하듯이 힘으로 누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노동자의 요구가 보편임을 승인받을 때, 비로소 다수자 운동의 의미를 충족하는 것이다.

투쟁하는 두 계급이 언제나 공멸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기억하자. 우리는 이미 나치라는 끔찍한 역사를 통해 투쟁하는 두 계급의 공멸을 목도하였다. 운동진영이 대안을 가지지 못할 때, 독일 지배계급의 파산은 파시즘으로 귀결될 뿐이었다. 성완종 리스트로 지배계급의 파산을, 여야를 막론하고 부정부패가 아니고는 버틸 수 없음을 지배계급 자신의 입으로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현 시기 지배계급의 파산이 운동진영으로서 축배를 들어야 할 일인가.

나치의 시작이 좌파였음을 기억하자. 운동진영이 진정 승리를 위해서 준비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만 한다. 그 고민이 진정 우리의 미래를 건설할 수 있는 시작일 것이다.

光州에서 解放으로, 民衆進軍 36年 4月 30日

신자유주의에 맞서 대안세계화로! 전국학생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