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 초록
오늘날 젠더 평등 정치의 전개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은 젠더 거버넌스(gender governance)의 대두이다. 젠더 사안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집합적인 관리 및 조정 양식이라고 할 수 있는 젠더 거버넌스는 다양한 정책들의 입안에서부터 실행 및 평가에 이르기까지, 정부 외에 다양한 민간 기구나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본 연구는 젠더 평등 정치의 확산 및 젠더 거버넌스의 부상 과정에서 여성운동이 국가 부문과 협력하여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변모해가는 상황을 포착하고 이것의 사회 변형의 잠재력을 검토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세계적인 정치경제적 맥락 속에서 정치의 의제, 행위자, 실천 방식 등에서의 변화를 살펴볼 것이다. 세계화의 진전과 더불어 출현한 집합적 조정의 양식으로서 거버넌스는 한편으로는 국가 역할의 변모를, 다른 한편으로는 다양한 비국가 행위자들의 부상을 함축한다. 특히 전문적 역량을 지닌 비영리 자발적 결사체들이 정책 과정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커졌으며 이에 따라‘엔지오 호황’또는‘사회운동의 엔지오화’라고 명명할 만한 현상이 대두되고 있다. 이 같은 세계화가 수반한 정치 양식의 변모와 다양한 행위 주체의 부상이라는 일반적인 맥락 속에서 젠더 거버넌스의 출현을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젠더 거버넌스는 젠더 평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 의제의 특수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젠더 거버넌스의 주요 행위자는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으로 간주되며, 그 프로그램들 역시 여성이 처한 불의의 현실을 다룰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젠더 거버넌스의 부상에 관한 분석과 평가는 오늘날 여성이 직면한 현실과 분리되어 논의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추동하는 여성의 삶의 변화에 주목하고 노동시장 및 가족 내에서 여성의 지위에 초점을 맞춰 젠더 거버넌스의 주요 과제인 일 가정 양립 정책을 평가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