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연이은 조선산업 중대재해
2월 20일 직영 조모씨가 리프팅 러그에 깔려서 사망했고, 3월 18일 사내하청 서모씨가 야간에 작업하기 위하여 이동하는 도중 바다로 추락해 사망했다. 또한 4월 11일 사내하청 송모씨가 고소차 바스켓과 컨테이너 사이에 끼여서 사망했고, 4월 18일과 4월 19일 사내하청 노모씨와 사내하청 이모씨가 굴삭기에 끼여서 그리고 지게차에 치여서 사망했다. 4월 20일 현대중공업은 일주일간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여 창사 이후 처음으로 조업을 전면 중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월 27일 현대미포조선에서 사내하청 김모씨가 도장을 하기 위해 선박으로 올라가는 도중 추락하여 사망했고, 5월 10일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사내하청 위모씨가 족장을 해체하는 도중 추락하여 사망했다. 또한 삼성중공업에서 5월 9일 사내하청 홍모씨가 그라인더에 다리가 절단되어 사망했고, 5월 14일 사내하청 김모씨가 쓰러지는 고소차에 눌려서 사망했다. 이외에도 4월 23일과 5월 11일 사내하청 김모씨와 정모씨가 자살했고, 5월 12일 윤모씨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76호 : 조선산업 중대재해를 양산하는 사내하청과 구조조정을 비판한다!」에서는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조선산업 중대재해를 살펴본다. 조선산업 중대재해의 원인을 지적하고 어떠한 방향의 운동이 필요한지 제시하려 한다.
번호 |
일시 |
사명 |
계열 |
이름 |
사망재해 |
제조공정 |
고용형태 |
① |
2016.02.20 |
현대중공업 |
현대중공업그룹 |
조○○(30대) |
낙하비래 |
의장(배관 점검) |
직영 |
② |
2016.03.18 |
현대중공업 |
현대중공업그룹 |
서○○(40대) |
추락 |
이동 |
사내하청 |
③ |
2016.04.11 |
현대중공업 |
현대중공업그룹 |
송○○(40대) |
협착 |
도장 |
사내하청 |
④ |
2016.04.18 |
현대중공업 |
현대중공업그룹 |
노○○(30대) |
협착 |
조립(건설 장비) |
사내하청 |
⑤ |
2016.04.19 |
현대중공업 |
현대중공업그룹 |
이○○(40대) |
충돌 |
탑재 |
사내하청 |
⑥ |
2016.04.23 |
삼성중공업 |
삼성그룹 |
김○○(40대) |
자살 |
- |
사내하청 |
⑦ |
2016.04.27 |
현대미포조선 |
현대중공업그룹 |
김○○(50대) |
추락 |
족장 |
사내하청 |
⑧ |
2016.05.09 |
삼성중공업 |
삼성그룹 |
홍○○(30대) |
절단 |
도장 |
사내하청 |
⑨ |
2016.05.10 |
현대삼호중공업 |
현대중공업그룹 |
위○○(30대) |
추락 |
족장 |
사내하청 |
⑩ |
2016.05.11 |
삼성중공업 |
삼성그룹 |
정○○(30대) |
자살 |
- |
사내하청 |
⑪ |
2016.05.12 |
삼성중공업 |
삼성그룹 |
윤○○(40대) |
심장마비 |
- |
사내하청 |
⑫ |
2016.05.14 |
삼성중공업 |
삼성그룹 |
김○○(50대) |
낙하비래 |
운반 |
사내하청 |
[참고] 2016년 조선3사 사망재해 현황
* 사망재해 항목에서 ④는 건설장비 조립, ⑥/⑩는 자살, ⑪는 심장마비
** 고용형태 항목에서 본공(1차 사내하청)과 물량팀(2-3차 사내하청)은 사내하청으로 일괄표기
사내하청의 문제[미주1]
선박 제조공정은 가공, 조립, 도장, 선행탑재·탑재, 선행의장·의장 및 운반·족장·진수로 이뤄진다[미주2].
·- 가공 : 강판을 절단하고 성형하는 공정이다.
·- 조립 : 강판을 용접·사상하여 블록을 만드는 공정이다. 강판을 용접·사상하여 소블록을 만드는 소조립, 소블록을 용접·사상하여 중블록을 만드는 중조립, 중블록을 용접·사상하여 대블록을 만드는 대조립으로 구분된다.
·- 도장 : 부식을 방지하기 위하여 블록에 도료를 칠하는 공정이다.
·- 선행탑재·탑재 : 선행탑재(P.E.)는 탑재 이전 야드에서 블록과 블록을 결합하는 공정이며, 탑재(E.)는 도크에서 블록과 블록을 결합하는 공정이다.
·- 선행의장·의장 : 선행의장은 탑재 이전 야드에서 배관, 기계장치, 전기장치 등을 설치하는 공정이며, 의장은 도크에서 배관, 기계장치, 전기장치 등을 설치하는 공정이다.
·- 족장·운반·진수 : 일종의 생산지원 업무이다. 족장은 선박 건조를 위하여 선박의 외벽에 발판을 설치하는 업무이다. 운반은 자재, 장비 등을 옮기는 업무이며, 진수는 도크에 물을 채워 선박을 띄우는 업무이다.
위와 같은 선박 제조공정을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자[미주3]. (1) 소조립·중조립 및 도장, 운반·족장·진수는 고강도 공정 또는 위험한 공정이며, 사내하청이 공정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1-a) 소조립·중조립 및 도장의 경우 강판이나 블록을 용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재/폭발, 용접한 부위를 매끈하게 사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절단, 블록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협착(끼임)/충돌/낙하비래(물체가 떨어져 사람에 맞음), 도료에 의하여 발생하는 중독/질식의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5월 9일 삼성중공업 사내하청 홍모씨[⑧]는 ‘도장’에서 절단으로 사망했고, 4월 11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송모씨[③]는 ‘도장’에서 협착으로 사망했다. (1-b) 족장의 경우 추락의 위험이 있으며, 운반·진수의 경우 협착/충돌/낙하비래의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4월 27일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 김모씨[⑦]와 5월 10일 현대삼호중공업 사내하청 위모씨[⑨]는 ‘족장’에서 추락으로 사망했고, 5월 14일 삼성중공업 사내하청 김모씨[⑫]는 ‘운반’에서 낙하비래로 사망했다. 더하여 3월 18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서모씨[②]는 야간 이동 도중 추락으로 사망했다.
(2) 대조립, 선행탑재·탑재, 선행의장·의장은 상대적으로 저강도 공정 또는 안전한 공정이며, 직영과 사내하청이 공정 대부분을 함께 담당하고 있다. 다만 직영은 비교적 안전한 작업을 담당하고, 사내하청은 비교적 위험한 작업을 담당한다. (2-a) 대조립 및 선행탑재·탑재의 경우 직영이 약 1/3을 담당하고, 사내하청이 약 2/3를 담당한다. 다만 대조립에서 직영은 지시, 검사 등을 담당하고 사내하청은 용접, 사상 등을 담당하며, 선행탑재·탑재에서 직영은 용접, 취부(강판을 정확한 위치에 고정하는 작업) 등을 담당하고 사내하청은 취부, 사상 등을 담당한다. 이에 따라 사내하청을 중심으로 화재/폭발, 절단, 협착/충돌/낙하비래의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4월 19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이모씨[⑤]는 ‘탑재’에서 충돌로 사망했다. (2-b) 선행의장·의장, 특히 배관, 전기장치의 경우 직영과 사내하청이 양분하고 있다. 다만 배관에서 직영은 상대적으로 편한 구역을 담당하고 사내하청은 굴절이 심한 구역을 담당하며, 전기장치에서 직영은 핵심적인 전기보수를 담당하고 사내하청은 일상적인 전기보수를 담당한다. 이에 따라 사내하청을 중심으로 화재/폭발, 협착/충돌/낙하비래, 감전의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2월 20일 현대중공업 직영 조모씨[①]는 배관 점검 도중 낙하비래로 사망했다.
사내하청의 역사적 궤적을 돌아보자. 사측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에 대응하여 1990년대 신경영전략(대우조선해양의‘희망 90년대’, 현대중공업의 ‘힘찬 21’, 삼성중공업의 ‘신경영’ 등)을 추진했다. 즉 직영을 기업 내로 고립시키고 노동조건의 안정성을 흔들기 위하여 사내하청을 확대했다. 한편 직영은 1997-98년 외환위기에 대응하여 사측의 신경영전략에 타협했다. 다시 말해 직영은 소위 ‘고용안정협약’을 통하여 고용안정을 보장받는 대신에 고강도 공정 또는 위험한 공정에 사내하청을 확대하는 조치들을 묵인했다. 또한 조선3사는 2007-09년 금융위기로 인하여 상선 수주가 급감하고 고유가가 형성되어 심해 시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조선사업부에서 해양플랜트사업부로 중심을 이동했고,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SPP조선 등 중소 조선업체 또는 건설플랜트업체에서 유출된 노동자가 조선3사 해양플랜트사업부의 사내하청으로 유입됐다[미주4]. 사내하청은 분화되어 본공(1차 사내하청, 상용제 및 기간제), 물량팀(2차 사내하청, 상시적인 물량팀 및 돌관/알바 물량팀)이 나타났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고강도 공정 또는 위험한 공정(용접, 취부, 사상, 도장, 족장 등)은 사내하청에게 전가됐다. 또한 다단계 하청으로 인하여 사내하청업체들은 비용과 기한을 단축하기 위하여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안전관리(교육, 인력 등)를 소홀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내하청에서 중대재해가 급증하고 있다.
[참고] 조선3사 부서별 기능직 인력 중 사내하청 비율
구조조정의 문제
한편 2014년 하반기 유가가 급락하여 저유가가 전개되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고비용이 드는 심해 석유 시추의 수익성이 악화되어 해양플랜트 수주가 급감했다. 이와 같은 조건에서 조선3사는 설계·엔지니어링 기술(국산화율 약 10%)및 기자재 기술(국산화율 약 20%)의 부재로 인하여 설계변경과 공사지연이 반복되어 거대한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조선3사는 10조원을 초과하는 손실을 누적하며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선3사는 계열사와 설비, 인력 등을 포함하는 고강도의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했다(대우조선 4-5조원, 현대중공업 3조5,000억원, 삼성중공업 1조5,000억원). 특히 대우조선해양 3,000명, 현대중공업 3,000명, 삼성중공업 1,500명의 직영을 감축할 예정이다. 다만 사내하청(본공 및 물량팀)은 수천 명씩 또는 수만 명씩 이미 조용하게 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원청업체가 사내하청업체에 지불하는 도급비를 삭감하여 발생하는 ‘폐업’이나 물량팀의 ‘계약만료’는 소리 소문 없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내하청업체들은 비용과 기한을 더욱 단축하기 위하여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안전관리(교육, 인력 등)를 더욱 소홀히 하고 있다. 사내하청은 해고의 위협 속에서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위험천만한 조건을 감내하고 있다[미주5].이에 따라 최근 조선산업 중대재해가 사내하청을 중심으로 연달아 발생했다. 예를 들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조선3사 사망재해는 21건(직영 4건 및 사내하청 17건)인[미주6] 반면에 2016년 상반기 조선3사 사망재해는 9건(직영 1명 및 사내하청 8명, 건설장비 조립 1건 포함 및 자살 2건과 심장마비 1건 미포함)이다. 더하여 구조조정으로 인한 불안감을 느낀 4월 23일 삼성중공업 사내하청 김모씨[⑥]와 5월 11일 삼성중공업 사내하청 정모씨[⑩]가 자살했다. 김모씨는“관두라”는 질책을 받은 뒤에 작업장에서 목을 맸고, 정모씨는 사측에게 직책강등과 보직이동을 통보 받은 뒤에 자택에서 목을 맸다.
나아가며
위에서 살펴본 바처럼 조선산업 중대재해는 특정한 업무 및 사내하청에 집중되어 있고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더욱 심화됐다. 따라서 조선산업 중대재해를 해결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원청업체는 사내하청을 활용하여 중대재해에 대하여 책임을 회피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업청업체는 사내하청에 대하여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면서 안전관리(교육, 인력 등)에 대하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노동자에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조정을 중단해야 한다. 현재의 위기는 재벌 총수(현대중공업의 경우 정몽준, 삼성중공업의 경우 이재용. 다만 정몽준은 경영 전면에서 물러났지만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은 정몽준의 최측근이며, 정몽준은 최대 주주로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배당금으로 3000억원을 챙겼다) 및 국책은행(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산업은행)의 부실 경영에 있으므로, 재벌 총수와 국책은행이 책임을 져야 한다. 한편 최근 조선산업과 관련하여 중대재해와 사내하청 및 구조조정이 쟁점으로 떠오르며 사회적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구의역 지하철 사고 및 남양주 지하철 사고로 인하여 이와 같은 쟁점들은 조선산업을 넘어서 전사회적인 쟁점이 되었다. 우리의 문제로 다가온 중대재해와 사내하청 및 구조조정에 대하여 학생들도 실천과 토론을 만들어가자.
미주
[미주1] 박종식, 「내부노동시장의 구조변화와 재해위험의 전가 : 조선산업 사내하청 확산과 원하청 재해율 비교 연구」.
[미주2]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홈페이지 - 조선·해운 상식 - 건조 공정’(http://www.koshipa.or.kr/).
[미주3] 가공(절단, 성형)은 사망재해, 고용형태(직영, 사내하청)를 추계하는 자료가 미비하여 생략했다.
[미주4] 박종식, 「조선산업 위기와 고용규모의 변화」, 이상현, 「조선산업 구조조정과 노동실태」.
[미주5] 김재창, 「현대중공업 산재사망 증가, 구조조정 어수선함 때문인가」(비즈니스포스트, 16-05-23), 박태우, 「현대중공업 계열사 노동자 사망 올들어 7명째」(한겨레, 16-05-11).
[미주6] 김헌주, 「생산 우선, 안전 뒷전… ‘조선 빅3’의 불감증」(서울신문, 16-02-29). 대우조선해양 7건(직영 1건, 사내하청 6건), 현대중공업 12건(직영 3건, 사내하청 9건), 삼성중공업 2건(사내하청 2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