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계는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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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27호] 세계경제위기에 대한 진지한 통찰을 요구한다!
 작성자 : 전국학생행진
Date : 2011-11-08 20:14  |  Hit : 1,869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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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흔드는 구호, 분노하라! 점령하라!

 


2011년은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대중들의 불만이 다양한 양상으로 폭발했던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올해 초 튀니지, 이집트에서 무능하고 부패한 독재정권을 끌어 내린 민중들의 봉기는 점차 이슬람 국가들을 넘어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었다. ‘분노하라’는 한 프랑스 지식인의 저서에 응답하듯, 유럽에서는 국경을 넘어 임금 삭감, 연금 개악 등 긴축 재정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총파업 투쟁과 가두시위가 터져 나왔다. 미국에서는 지난 9월부터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구호와 함께 탐욕스런 금융 자본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는 점거 시위가 이어지며 다른 지역 및 국가에서의 동조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세계체계의 중심부인 미국, 유럽 국가의 민중들로부터 빈곤과 실업 문제에 항의하는 봉기가 벌어졌다는 사실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바야흐로 세계가 근본부터 흔들리는 국면이 도래했다.

 

 

 

 

 

 

 

세계 경제, 어디로 가는가?


진짜 큰 문제는 지금이 ‘바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미국 경제에는 더블딥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으며,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2007-09년 금융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찍어내고, 국채를 발행했던 것을 어느 시점에는 수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미국이라 해도 적자재정정책을 무한정 지속할 수는 없다. 그리고 지금처럼 국채 상환의 부담이 끝없이 높아지다 마침내 미국의 재정위기가 온다면 79년과 마찬가지로 달러가치 역시 폭락하며, 세계 경제는 미국 경제학자 루비니의 표현처럼 ‘퍼펙트 스톰’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올 여름 S&P의 신용등급 강등 사태는 미국 경제가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제로금리정책의 연장,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 등 연준의 대응책도 별 효과가 없었다. 각종 경제신문들은 3차 수량완화(QE3)가 최고의 해법인 것처럼 떠들어 대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일시적 경기회복을 일으킬 수 있을망정, 미국경제의 부실을 심화시키고, 위기를 지연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연일 뉴스를 채우고 있는 것은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이다. 그리스의 2차 구제금융, 스페인과 이탈리아로의 위기 전염이 현실화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연이은 위기는 ‘재정동맹 없는 화폐동맹’이라는 유럽연합의 모순이 세계금융위기와 겹쳐 폭발한 것이다. 독자적 통화정책의 운용으로 경기부양책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유럽 각국의 정부는 저임금과 긴축재정으로 노동자민중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며 겨우겨우 경제를 운용하거나 파산에 이르고 있다. 유럽연합은 유럽금융안정기금(EFSF) 법안 통과 등의 대응책을 통해 당분간 시간을 벌었지만, 유럽연합 기획의 실패를 인정하며 전환을 꾀하지 않는 한 계속적인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난 3-4일 프랑스에서 열린 제 8차 G20정상회담에서도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이렇다 할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사상 최고치인 6.36%까지 오르는 등 재정위기에 한층 더 가까운 상황이 되었다.

 

 

 

 

보수진영에게 경제위기 담론을 빼앗긴다면, 남한 운동엔 미래가 없다


그러나 남한의 진보진영에게서 세계 경제위기의 원인과 전망에 대한 진지한 접근은 찾아볼 수 없다. 민중운동세력의 다수는 2012년 총대선이라는 정치적 전환기에 최대한 많은 권력을 획득하는 것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인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 이번 10.26 서울시장 재보선이 보여준 것은 그야말로 ‘정치의 실종’이었다. 누구도 정치를 이야기하거나 기대하지 않았다. 정치가 사라진 자리에 더 착한 사람, 더 깨끗한 사람, 더 새로운 사람을 향한 대중의 ‘열망’, 그리고 이념과 계급의 대립을 뛰어넘어 보편적 이해를 대변한다고 선언하는 ‘행정’만이 남았다. 그리고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중들의 복지 요구를 그대로 받아 안는 식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무상급식 추진,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시행, 서울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의 실행은 실제로 지금의 체제에서 불가능한 것들을 (선량한 사람만 당선되면) 충분히 가능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전시성 사업이라는 측면에서 마냥 환영할 수 없다.

 

 

오히려 가장 적극적으로 세계정세와 재정위기의 위험을 연결시켜 대중을 선동하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진영이다. 이에 맞서는 민중운동 세력이 경제위기 담론을 자신의 무기로 만들지 못한 채 각종 듣기 좋은 정책대안으로 위기를 우회하고 있는 현실은 2012년 그 이후를 생각했을 때 섬뜩할 만큼 위험한 것이다. 물론 ‘실현 가능한 것’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운동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한치 앞 밖에 내다볼 줄 모르며, 주류세력이 던져주는 떡고물에 급급하여 선거판에 몰려다니는 것이야말로 결코 운동은 아니다. 세계 경제위기가 폭발하여 ‘지속 불가능한 복지’가 신기루처럼 무너져 내렸을 때 운동진영은 노동자민중의 분노와 환멸에 무어라고 답할 것인가? 경제위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때는 이렇게 될 줄 몰랐지만 서민들을 위하는 마음만은 진짜였다는 무능한 답변만을 반복하고 있어서는 남한 운동에 더 이상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경제위기에 맞선 지배계급의 공세적 대응이 한미FTA임을 폭로하자!


2007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한미FTA가 정국의 핵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4년 전에는 “쇄국이 나라를 망친다”며 한미FTA 반대론자들을 자기 밥그릇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들, 시대착오적인 쇄국‧반미주의자들로 몰아세우는 입장이 대세였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은 IMF 이후 10여 년 동안 긴 침체기를 갖고 있던 한국 경제를 되살릴 단 하나의 희망처럼 묘사되었다. 지금은 정 반대가 되었다. 국민 주권을 침해하는 불평등조약이라는 반대 입장이 훨씬 더 큰 힘을 갖고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포함한 각종 독소조항들이 세간의 관심을 사고 있다. 2007년에는 앞서서 한미FTA를 추진하던 민주‧국참당 인사들조차 ‘미국 발 금융위기를 보며 크게 반성했다. 그 때는 한미FTA와 신자유주의가 무엇인지 잘 몰랐다.’며 한미FTA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뻔뻔스럽게도 ‘그때는 잘 몰랐다’며 변명해대는 저들은 아마 독소조항 한두 개를 정정한 안을 가지고 대중들의 불만을 봉합하려 들 것이다. 그러나 한미FTA는 지금의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우리 삶을 좌우하는 핵심 문제가 복지나 행정이 아니라 ‘계급’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안이다. 심화되는 경제위기로 자기 몫이 줄어드는 지배계급의 공세적인 대응이 바로 한미FTA이기 때문이다. 이 협정을 통해 초민족자본 및 국내의 수출재벌기업들은 남한 사회 전반을 입맛에 맞게 구조조정해 나갈 것이고, 미국은 경제위기를 효과적으로 ‘수출’할 것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이 사는 만큼 한국도 사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은 미국 역시 지금과 같은 규모의 재정적자‧무역적자를 감당하기 힘들고, 자국경제를 되살릴 비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더블딥이 가까워질수록 미국에게 동아시아와의 공조(한미일 군사‧경제동맹 강화를 통한 중국 압박)는 더욱 중요해질 텐데, 미국의 전략이 남한 민중들의 생존권과 평화를 위협하는 그 시작점이 바로 한미FTA인 것이다.

 

 

 

 

쉽게 낙관할 수 없는 이유


얼핏 보았을 때 경제위기와 함께 세계 각국에서 시위와 봉기가 벌어지며 ‘혁명적 정세’가 도래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세계적인 움직임이 운동의 내용에 대한 공통된 합의를 만들어가고 있지는 못하다는 사실은 현 정세를 낙관할 수만은 없게 한다. 시위대 내부에는 자율주의적 실천, 경제주의적인 요구들이 중심 없이 표류하고 있을 뿐이다. 정직하게 평가하자면, 우리는 지난 20세기, 혹은 신자유주의가 맹공을 펼치던 1990~2000년대 초반까지 운동진영이 공유하고 있던 최소한의 이념마저 상실된 조건 위에 서 있다. 이대로라면 2008년 촛불집회의 끝자락과 마찬가지로 거리로 나온 시위대는 이렇다 할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지치고 말 것이다.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에 대한 도덕적 비판만으로는 부족하다. 영국에서와 같은 ‘폭동’으로 부자들의 곳간을 때려 부수고 약탈하는 것이 운동의 대안이 아니라면, 우리는 지배계급을 넘어서는 실력과 책임감으로 현재 세계경제가 당면한 위기의 원인과 대안세계의 상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미국‧유럽과는 또 다른 조건에 있는 반주변부의 남한 민중들에게 더더욱 사활적인 것이다. 지금 진행 중인 한미FTA 반대투쟁 속에서 세계경제위기의 계급적 면면에 대해 해설하고 대중적 토론을 조직하는 것이야말로 진보진영이 대면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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