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계는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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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35호] 4월 11일은 왔지만 신의 한 수(手)는 없다!
 작성자 : 전국학생행진
Date : 2012-04-02 20:16  |  Hit : 2,252   추천 : 0  

4월 11일은 왔지만 신의 한 수()는 없다!

저임금고강도불안정 일자리 문제우리 손으로 직접 해결하자!

 

 

 

현실

 

바둑을 둘 때, 여러 수를 읽고 매 순간마다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 흡사 인생을 사는 것과 같아서 바둑에서 쓰는 용어들이 일상에서 쓰이기도 하고 여러 격언들이 바둑에서 쓰이기도 한다. 예를 들면, 대마불사, 아생살타, 기풍, 묘수 또는 꼼수 이런 말들 말이다. 작년 영화화된 ≪이끼≫라는 만화를 그렸던 윤태호 작가가 최근에는 ≪미생≫이라는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내용은 아주 간단하게만 말하면 바둑을 그만둔 주인공이 인생살이를 바둑에 비유하며 배워간다는 내용이다. 미생(未生)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살아날 길을 찾아가는 현대 사회의 우리들의 모습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만화중간에는 주인공이 우연히 알게 된 박대리와 함께 회사 거래처를 찾아갔다가 거래처의 부정(不正)을 목격하고 이를 따지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거래처 사장은 오히려 자신들의 직원을 호되게 나무라서, 따지는 박대리를 무안하게 만든다. 성동격서(聲東擊西). 위기 상황을 넘어가기 위해 둔 한 수일지 모른다. 이 장면에서 ‘바둑에서 판이 안 좋을 때 위험을 감수하고 두는 한 수. 국면 전환을 꾀하는 한 수를 묘수 또는 꼼수라고 부른다. 따라서 묘수가 빛나는 바둑이란 그동안 불리한 바둑이었다는 반증이다. 묘수 또는 꼼수는 정수로 받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묘수라는게 장단(長短)이 있는 것이지만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하여 압박하는 것이고, 이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정수(正手)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정도 꼼수에 지지 않는다는 그런 정수 말이다. 주인공은 회사에 전화해서 거래처 사장의 빈말을 그대로 이야기해 버리는 식으로 받아넘긴다.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은 위기다. 이 위기는 다스리고 지배하며 살아가는 국회의원들에게서부터 그리고 그냥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만큼 힘든 민중들에게까지 퍼져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재벌총수 등의 지배층과 노동자-민중이 다른 수를 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국회의원들에게 위기는 무엇이고 우리에게 위기는 무엇인가? 4월 11일로 다가온 국회의원선거의 판세를 보면 지금 지배층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볼 수 있다. 수다한 복지공약,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 교육이나 청년실업에 대한 정책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높아진 민중들의 불만과 최근 20-30대의 높아진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가 아닐까 싶은데, 우리는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꼼수 - 이번엔 다릅니다.

 

쇼는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정치적 성향이 맞지 않은 여러 당들이 통합하고, 기존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 당명을 바꾸고, 덩치를 키우기 위해서 적과도 야권연대라고 손을 잡는 모습들은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말과, 청년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대학을 바꾸겠다는 것, 청년 실업 대책들 모두 비슷비슷하고 다들 잘해주겠다는데, 서로 어떻게 다른지도 모를 일이다. 일단 다수의 사람들이 걱정하는 문제, 먹고사는 문제와 연결된 노동문제와 최근 이슈화되는 청년담론에 대해서 저들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한번 살펴보자.

 

- 노동정책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노동기본권의 보장 수준은 글로벌스탠다드에 어긋나는 점이 없으므로 이에 관한 정책이 없다고 입장을 밝힌, 어느 나라에 사는지 모를 새누리당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비정규직 감축 및 차별시정, 일자리 창출(민주당 338만개, 통진당 210만개), 노동시간 단축, 정리해고 요건 강화 등을 걸고 있다. 그런데 저마다 노동자들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하는데, 풍천에 노숙농성을 해나가고 있는 희망광장에 어느 한 명 나타나지 않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상황이다.

 

정리해고 요건 강화(유럽식 정리해고법)의 경우를 보자. 이는 근본적인 해고의 대책이 될 수 없다. 기업은 한진중공업에서 있었던 것처럼 언제라도 ‘기업이 어렵다’는 것을 (꾸며내서라도)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고, 유연근무제로 정리해고를 대체한다는 것은 이미 일자리 나누기와 노동시간 단축을 동시에 해내겠다고 하는 정부에서도 추진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아무런 잘못도 없이 일만 해온 노동자들이 회사가 저질러 놓은 경영상의 이유에 의해 해고를 당하는 구조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측에게 정리해고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조금 더 합당하게’ 대보라는 식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 대책을 모든 당에서 내놓고 있으나 비정규직 차별시정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내세워졌던 공약으로, 9년째 예산을 이유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정책이다. 그리고 그때 시행하지 않았던 것은 집권세력인 열린우리당이었다. 비정규직법은 물론,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도 사실상 노무현 정권에서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서울 금천에서는 비정규직법을 발의했던 이목희가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와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진짜로 하겠다는 것은 표를 달라는 것 이외에 과연 무엇이 있는가?

 

- 청년정책

2011년 반값등록금 촛불집회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을 당선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한 20~30대 유권자층 등이 이번 총선의 ‘청년’ 담론 유행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20~30대의 표를 끌어오려고 청년 담론을 적극 받아 안으려는 정당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청년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교육·주거·노동 등 모든 분야에서 청년을 위한 복지정책이 쏟아져 나오며, 대다수 정당이 등록금 부담 완화 및 청년실업 해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고, 야당들은 대학 국공립화, 대학생 주거 지원, 구직촉진수당 등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청년 국회의원 후보나, 오디션 방식의 비례대표 선출은 거의 ‘쇼’나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청년들이 불만을 가진 이유는 청년들이 국회의원을 못해서가 아니다. 정치권에서 짚고 있는 것처럼, 일자리, 생활고에 시달리기 때문이 아닌가. 그리고 그것은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에 일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처해 있는 상황인데 청년이 국회에 들어가면 해결될 것처럼, 우리 사회가 이제껏 청년들을 소외시킨 것처럼 행동한다면 죄 없는 나머지 노동자들은 어떻게 살라는 것인가? 청년들에게 복지정책을 제안하지만 앞선 노동정책에서 보았듯이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불안정 노동을 해결할 생각이 없다면 이는 지금 당장 몇 표를 얻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슈화된 교육에 대해서 대응하는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교육재정 확충 및 일부 사립대학의 국공립화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대학 운영구조, 대학구조조정, 대학교육의 내용 등에 관한 문제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민주·진보진영의 정당에서 학벌이라는 위계서열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일자리 간의 임금격차가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존재하는 조건 속에서 1)대학의 위계서열을 없애고 통합하는 것(대학평준화)은 최종경쟁의 시기를 늦추는 것 밖에 되지 않으며, 2)지방대학 및 고졸자에 대한 지원은 결국 그 내부에서의 경쟁-평가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될 뿐이다. 이는 현 정부가 강력하게 밀고 있는 ‘고졸채용할당제’와 근본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각 정당들은 이슈화 된 교육문제에 대해서 심층적인 고민이 녹아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특히 민주당같은 경우에는 이전까지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을 주도했던 세력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시류에 단순 영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수(正手)

- ‘한 표’로 집중되는 꼼수를 넘어서 다수의 요구와 행동으로 세상을 바꾸어가자.

 

 

한 수를 두는 것도 중요한 시기가 왔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지금까지 기만적인 발언과 행동으로 민중들의 신뢰를 잃어왔다. 지속되는 고통에 민중들의 분노는 반대로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저들은 이러한 위태로운 상황을 타개하고자 꼼수를 두었다. 한방에 판을 뒤집을 수 있기를 바라는 그런 수 말이다.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다 쏟아낸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이를 감당할 수는 있는지, 아니 이를 이후에 실행할 생각이 있어서 정책으로 제출한 것인지 되물어야 할 정도의 정책들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각 정당들이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나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하는 입장들이 나온 이유는 결국 쌍용차 투쟁과 희망버스 등 지난 총선 이후로 정리해고 철회 투쟁이 강력하게 벌어져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움직임인 것이다. 또한 작년 주간연속2교대제를 쟁취하기 위해 유성기업에서 벌어졌던 큰 싸움은, 정부와 각 정당들로 하여금 심야노동 철폐와 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사회적으로 큰 문제점으로 부각된 비정규직에 대한 해결책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노동자-민중도 유리한 위치에 있지는 않다. 힘들기 때문에 우리도 꼼수를 두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1%에 맞서는 99%이다. 힘이 들더라도 결국 정수(正手)를 둘 수 있는 것은 노동자-민중들이다. 우리가 둘 수 있는 정수는 결국 현실에서의 결집과 주장, 투쟁, 연대를 지속하는 것이다. 당장에 4월 11일만 넘기면 되는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바꾸어 가야 하는 문제로 만들어야 한다. 반MB, 정권교체라는 꼼수를 넘어 투쟁과 연대의 진지한 정수로 2012년을 바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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