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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40호] 피임약 재분류를 둘러싼 논란이 보여주는 것
 작성자 : 전국학생행진
Date : 2012-06-19 20:18  |  Hit : 2,122   추천 : 0  

피임약 재분류를 둘러싼 논란이 보여주는 것

 

대학사회에 여성의 권리에 대한 교육과 토론을!

 

 

 

 

의약품 재분류 안은 여성의 현실과 권리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임신·출산은 여성의 몸과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에 여성이 스스로 계획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그러나 역사적으로 임신·출산과 관련된 중요한 정책들은 여성의 권리에 대한 고려보다는 국가의 인구조절정책이나 사회적 여론이익관계에 따라 결정되어 왔다또한 현재 한국의 상황은 타 국가와 비교했을 때 콘돔사전피임약 사용률은 현저히 낮은 반면 사후긴급피임약의 사용률과 낙태율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이러한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사회적으로 피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 정보가 불충분하며따라서 여성들이 성관계 시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의 불안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 매우 많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가운데 지난 6월 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의약품 재분류 안을 발표하였다이 안에 따르면 사전피임약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사후긴급피임약은 약국구매가 가능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된다근거는 사전피임약의 경우 심장 및 혈관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에 전문의의 처방이 필요하고사후긴급피임약은 오랜 기간 정기적으로 먹지 않고 한 번 복용하는 것이기에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이는 매우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임신·출산에 관한 여느 정책의 결정과 마찬가지로 피임을 필요로 하는 여성들의 현실과 권리는 주요한 고려 대상으로 하고 있지 못하다.

 

 

사전피임약의 전문의약품으로의 전환근거가 불충분하다

 

지난 50여 년간 일반의약품으로 큰 문제없이 사용해 온 사전피임약을 현 시점에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할 근거는 매우 불충분하다치명적인 부작용이 새롭게 발견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오히려 사전피임약은 그간 높은 피임율과 안전성이라는 이유로 의사들로부터도 복용이 권장되어 왔다명확한 근거 없는 사전피임약의 전문의약품으로의 전환은 경제적/시간적/심리적 비용을 유발하여 사전피임약에 대한 여성들의 접근성을 떨어뜨릴 것이다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되며 사전피임약의 가격은 약 3배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가장 먼저 그 동안 사전피임약을 이용해오던 여성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사전피임약은 선진국에서도 대부분 전문의약품이라는 것을 전문의약품 전환의 또 다른 근거로 들고 있다그러나 유럽 국가들에서 가임기 성인 여성의 사전피임약 사용률이 20~40%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2.5%에 불과하다는 현실-한국은 OECD가입 국가 중 사후긴급피임약의 사용률(약 5.6%)이 사전피임약의 사용률보다 높은 유일한 나라이다-은 전문의약품인가 아닌가에 관한 단순비교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또한 현재 시판되고 있는 사전피임약은 1일 에스트로겐 함량을 최대한 줄인 저용량제제이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고미국 등 식약청이 예로 든 의약선진국에서도 최근 이러한 저용량제제의 시판과 함께 사전피임약의 일반의약품으로의 전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사전피임약의 전문의약품으로의 전환이 명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했다기보다 의·약사 간의 이해를 절충하기 위한 타협안임을 의심하게 만드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사후긴급피임약에 대한 여성들의 접근권을 보장하라

 

의약품 재분류 안 발표 이후연세대와 한양대 총여학생회는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제출하였다이러한 입장은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환영하며사전피임약 또한 일반피임약으로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대다수 여성단체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것이라 이목을 끌었다성명서의 핵심적인 논리는 사후피임약을 약국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 남성들은 더욱 콘돔 사용을 꺼릴 것이고 여성들에게 사후피임약의 복용을 요구하게 될 것이며 따라서 성관계의 책임이 쉽고 간편하게’ 여성들에게 전가되기에 여성의 권리가 증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은 성명서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상상이다물론 있을 법한 상상이기는 하다.사후피임약의 존재를 핑계로 콘돔 사용을 회피하는 남성은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러한 악용사례를 근거로 여성들의 사후피임약에 관한 접근권을 제한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해법이다성관계 시 여성이 피임에 관한 의사표현을 하기 어렵게 하는 사회와임신과 출산의 부담감을 손쉽게 여성에게 전가하는 일부 남성들이 문제라면그것을 변화시키는 일은 피임약에 대한 여성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과 동시에 이루어져야만 한다.

 

또한 연세대한양대 총여학생회의 성명은 사후피임약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될 경우 대다수의 여성들은 이용이 편하다는 이유로 사후피임약을 일반 피임법으로 오인하여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며성관계를 저지르고 보자 식의 무분별한 성문화를 조장할 뿐이라고 적고 있다이러한 서술은 여성들이 약의 복용이 편하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성관계를 갖는 것이 사후피임약 복용의 이유가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유포하고 있기에 보다 심각한 문제를 지닌다여성들은 사후피임약이 자신의 몸에 미칠 영향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임을 하지 못했거나 실패했을 때 다급하게 사후피임약의 복용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여성의 임신·출산 결정권에 대한 교육과 토론이 이루어져야 한다!

 

결론적으로사전피임약과 사후피임약 모두를 일반의약품으로 두고 피임에 대한 여성의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동시에 피임법의 종류각각의 피임약이 여성의 몸에 미치는 영향 등 정확한 정보의 제공이 되어야 한다여전히 한국에서는 성과 관련한 지식이 비공식적으로 유포되는 것이 일반적인데피임에 관한 정보의 부재 혹은 잘못된 정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여성이기 때문이다의학적 지식 뿐 아니라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한 온전한 권리를 알기 위한 대중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파렴치한 성폭력 가해자에 대해서는 모두가 분노하지만그것으로는 불충분하다대학가 페미니즘 운동의 주요 구심이었던 총여학생회에서조차 졸업식 메이크업 비용 지원’, ‘네일아트 할인’ 등의 공약을 내세우고여학생들의 병영체험을 기획하며 병영체험을 통해 여학생들이 얼마나 편하게 생활하는지 체험했으면 한다는 발언을 하는 등 여성들의 권리와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는 일이 드물지 않다이번 피임약 재분류와 그것을 둘러싼 대학과 사회에서의 논란은여성들의 경험을 드러내고, ‘보장되지 않는’ 여성들의 권리가 무엇인지 밝히는 일이 여전히 우리에게 시급한 과제임을 증명하고 있다대학에서부터다양한 피임법에 대한 정보 제공과 함께여성의 임신·출산 결정권에 관한 대중적 교육 및 토론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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