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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대선특집 마지막호] 18대 대선 분석과 평가
 작성자 : 전국학생행진
Date : 2013-01-01 16:08  |  Hit : 4,206   추천 : 0  

[18대 대선 분석과 평가]

 

18대 대선이 끝났다. 박근혜 당선이라는 씁쓸한 결과에 많은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하기도 했고, ‘야권연대를 통한 정권교체라는 슬로건의 공허함과 진보진영의 실력 없음을 한탄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다섯 명의 노동조합/시민단체 활동가가 우리 곁을 떠났다.

하지만 좌절과 실망이 우리에게 아무것도 제시해주지 못함을 우리는 알고 있다. 20305060세대 갈등에서부터 기존 정치에 대한 환멸에서 촉발된 안철수 현상’, 그리고 수많은 사람을 멘붕으로 몰아넣었던 박근혜 당선까지 대선이 운동진영에 남긴 과제들을 주의 깊게 바라보며 대선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마지막 대선특별호로서, 이번 글에서는 박근혜/새누리당 승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분석하고, 앞으로 노동자민중운동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제시하고자 한다.

 

 무엇이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나

 

보수층의 결집

새누리당-민주당의 양자 대결 양상으로 흘러간 이번 대선에서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는 세대에 따라 다른 지지율이었다. 박근혜는 2030 세대에서 지지를 받은 문재인과는 대조적으로 베이비붐 세대인 5060 세대의 강력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5060 세대는 박정희의 잘살아보세성장신화를 겪으며 자랐고,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들어서 불안정한 직장에서 밀려나고, 보유했던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던 세대이다. 어찌 보면 이런 5060세대가 김대중-노무현을 계승하는 민주당의 문재인이 아닌 박근혜에게 투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5060세대의 결집, 그리고 기존 보수층의 결집을 통해 박근혜는 민주당과 차별적이지 않은 정책을 가지고도, 자신의 지지율을 보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수장학회, 인혁당 사건과 같은 과거사 문제와 함께 가해진 선거 막판 야권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서도 자기 나름의 이미지 쇄신과 전 정권과의 선 긋기를 통해 효과적으로 극복해낼 수 있었다. 반면 민주당은 새누리당을 압도할 구체적인 정책 제시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복지정책, 등록금 정책 등 중요한 쟁점에서도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기보다는 새누리당보다 더 많이를 부각하는 데 급급했고, 전반적인 유세에서 던진 메시지는 정권교체외에 특별한 내용이 없었다.

야권은 5060세대의 박근혜로의 결집에 대해 세대론을 들먹이며 대선 패배의 원인을 분석했지만, 이는 민주당의 무능력한 정책 대안과 무원칙한 야권연대에 반성 없는 책인즉명(責人則明, 제 허물은 덮어놓고 남의 잘못을 밝혀 책망하는 데는 밝음)의 태도일 뿐이었다.

 

MB 운동의 시효만료

2008년 촛불정국은 MB 심판론, MB 프레임을 남겼다. MB 프레임에 따른 운동전략은 ‘MB독재를 강조하며 이명박 정권의 불통’, 소통 부재의 문제를 부각시켰다. 그러나 반MB 프레임은 보수 진영이 추진하는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의 문제들을 MB 정권만의 잘못으로 환원하며, 새누리당 정권 한계의 핵심을 비판하기 어렵게 했다. 새누리당 정권 한계의 본질은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일환으로 수출재벌 중심의 세계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노동유연화 전략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지금의 대중적 불만은 고용의 불안정, 임금과 노동조건의 악화 등 이런 본질적 한계가 낳은 부정적인 변화 때문이었다. 민주당도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기에 한미 FTA, 해군기지, 비정규직법이 보여주듯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추진했지만, 이번 대선에서 자신들의 집권 시기에 대한 뚜렷한 반성 없이 모순적인 입장만을 남발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는 민주당과 운동세력의 전략을 대안 없고 내용 없는 정권심판론으로 만들어 버렸다.

MB 정권, 이명박 개인에 대한 악마화로 대표되는 반MB 운동은 ‘2MB’, ‘쥐새끼와 같은 개인에 대한 비난만을 남긴 채 정권 비판의 프레임을 한계 지었다. 이에 대응해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택한 ‘MB와 선을 긋고쇄신하는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이렇듯 반MB 운동은 또 다른 보수정권의 등장을 막지 못하며 한계를 드러냈다. 박근혜 당선 후 야권과 운동세력은 여전히 박근혜를 유신의 딸’, ‘공주로 호명하면서 반MB 운동을 재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이 보여주었듯이 반MB 운동의 운동전략은 시효가 만료되었다. 오히려 새누리당이 공유하는 신자유주의적 속성을 비판하고 폭로하며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때 박근혜 정권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가 가능하다.

 

운동 진영의 부진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민주노총과 주류 운동세력은 대중투쟁을 만들어내는 대신, 민주당과 함께 반MB 운동을 주도하며 그 성과를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로 돌리는데 급급했다. 지난 1차 대선후보 TV토론회는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운동진영 내에서 야권연대를 강하게 만들고자 했던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는 1차 토론회에서 정리해고의 문제, 비정규직 문제, 국가수매제 등 진보진영에서 필요한 이야기들을 하기도 했으나, 사람들에게 이런 입장들보다 더욱 부각되었던 것은 박근혜와 새누리당에 대한 과격한 비판이었다. 이는 자유주의 세력과 손잡은 운동진영이 보수 세력에 대한 맹목적인 비판자 역할 외에 할 수 있는 별다른 것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민주당과의 제휴를 통한 야권연대의 프레임 속에서 운동진영이 민주당을 비판하는 것은 어려웠다. 그렇기에 주류 운동진영이 새누리당과 각을 세우며 택한 보수 대 진보’, ‘민주 대 반민주라는 전선은 사실 기존 자유주의 민주당 정권들의 과오에 대한 묵인을 담고 있다. 이런 묵인 하에서 노동자 민중들을 위한다는 운동진영의 목소리는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김대중-노무현 민주당 정권이 노동자민중의 삶을 악화시킨 책임을 피할 수 없으며, 그 기저에는 새누리당 정권과 공유하는 신자유주의적 정책 기조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를 강조하며, 이전 김대중-노무현 민주당 정권이 보였던 정책적 한계에 대해서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고. 민주당의 모순을 스스로 받아들이며, 새누리당을 물고 늘어지는 세력이 어떻게 유권자들에게 대안적인 세력으로 여겨질 수 있었겠는가? 결국 지금의 주류 운동진영의 모습은 자가당착(自家撞着, 자기의 언행이 모순되어 일치하지 않음)이다.

 

한편 주류 운동세력에 대해 비판자적 역할을 취하던 좌파세력들도 이번 대선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노동자 민중의 단결을 강조하며 나왔던 좌파 대선후보들은 선거를 통해 노동자민중의 투쟁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선거에서의 좌파세력들의 구호와 목소리는 현장의 노동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는 민주노총이라는 노동자들의 구심점을 우회한 결과였다. 무분별한 야권연대를 좇다가 통합진보당 사태로 인해 난파해버린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민주노총의 활동하는 노동자들을 먼저 묶어내는 대신, 민주노총의 한계를 강조하며 독자적인 판단으로 뿔뿔이 흩어진 좌파세력의 모습을 보면서, 현장의 노동자들이 좌파 후보들을 자신의 삶을 바꾸어낼 대안세력으로 여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오히려 좌파세력이 현장 노동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흩어진 좌파 간의 단결을 이루고, 민주노총을 구심점으로 하는 새로운 노동자 민중의 단결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선 과정에서 보인 분열에 대해서 모든 좌파단위들이 책임을 함께 통감할 일이며, 기본을 만들어 가는 것부터 함께 해야 할 것이다.

 

 대선 이후를 말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224일 새 정부의 직면과제가 안보와 경제라고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를 계승하는 박근혜 정부는 경제적으로는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을 지속하고 민영화 공세도 그대로 밀어붙일 것이다. 더불어 줄//세 중 에 해당하는 법질서 세우기를 앞세우며, 이명박 정부가 쌍용차와 용산에서 그러했듯이 결코 국가폭력의 수위를 낮추지 않을 것이다. 동시에 안보 분야에서는 북한의 로켓 발사, 이명박 정부의 적대적 대북정책으로 충분히 고조된 한반도의 긴장감을 이용하여 한·미동맹의 강화와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 강화라는 목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박근혜 정부의 기조는 노동자민중운동을 더욱 탄압하고 약화시킬 것이다. 공권력의 강화와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에 의해 노동자민중의 요구가 한 발짝 물러나고 후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운동진영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2012년 통합진보당 사태와 총/대선을 거치면서 진보진영의 위신은 무너질 대로 무너졌고,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의 문재인/야권에 대한 지지선언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민주노총은 한계를 드러낸 야권연대에 대해 분명히 결별하지 못하며 이번 대선을 대비한 정치방침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이로 인해 노동자 운동의 중심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더불어 쌍용차, 유성기업, 한진중공업, 현대자동차에서는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투쟁이 지금도 진행 중이다.

 

우리는 18대 대선이 남긴 수많은 과제를 떠안고 가야만 한다. 그리고 그 과제들은 이명박 정권 시기 해결하지 못한 많은 문제와 대선 직후 우리가 떠나보내야 했던 다섯 분의 열사의 목숨만큼 무거운 것이다. 이 무거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운동진영이 야권연대의 한계를 반성하고 민주당과 결별해야 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자가 공유하는 신자유주의적 지배체제에 대한 정확한 비판을 통해서만 지배계급에 맞서 노동자민중의 대안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진보좌파진영이 중심적인 의제들을 바탕으로 다시금 뭉쳐야 한다. 평택/울산의 송전탑과 아산의 굴다리에서의 투쟁과 열사들의 죽음이 보여주는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 등 노동자 민중이 처한 당면의 문제들이 한국 사회에서 지금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되기 위해서는 단결이 필요하다. 이로써 지금의 열사정국이 보여주고 있는 좌절과 절망의 순환을 끊고, 박근혜와 새누리당 정권이 민중운동에 가해 올 억압에 맞서, 노동자민중의 요구와 권리를 꾸준하고 끈질기게 제기해나가자!


謹 弔

자본과 정권에 맞서 싸우다 돌아가신

열사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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