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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52호 박근혜 100일 특별호2] 갑을관계가 판을 치는 한국 사회에 묻다
 작성자 : 전국학생행진
Date : 2013-06-09 21:08  |  Hit : 2,566   추천 : 1  
   다세가 박근혜 100일 특별호_2.hwp (48.0K) 다운 45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 갑을관계가 판을 치는 한국 사회에 묻다

남양유업 사태와 경제민주화


지난 5월 있었던 남양유업 사태는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만들었다. 대리점에게 강제적으로 물량을 ‘밀어내는’ 대기업의 부당한 행태를 보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이후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갑을관계’라는 말을 통해 대기업과 대리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계약관계에서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대기업에 대한 비판의 여론이 크게 일었다.

공정한 시장질서가 확립되어야만

국민 모두가 희망을 갖고 땀 흘려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일어설 수 있도록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펼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경제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을 좌절하게 하는

각종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서,

어느 분야에서 어떤 일에 종사하던 간에

모두가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 취임 연설문 중 -

새누리당은 대선 시기부터 경제민주화라는 슬로건과 함께 불공정행위 근절을 주장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연설문에서도 보이듯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겪는 불공정행위를 해소하면서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의 핵심이었다. 이번 남양유업 사태에 자극을 받아,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6월 임시국회에서 핵심 의제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 논의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 법안에서 불공정거래 해소를 위한 내용들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래로, 더 아래로, 노동자에 대한 비용전가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는 사실 오래 전부터 그 문제점이 사회적으로 제기되어왔다. 이번 남양유업 사태는 이미 만연했던 문제들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어떻게 대기업들이 계속해서 불공정거래를 일삼을 수 있었는가? 이에 대한 답은 한국의 산업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산업은 90년대 이후 재벌 대기업이 주도하는 반도체, 자동차 등의 수출지향적 산업이 중심이 된 산업이었다. 경제 ‧ 외환위기가 불어 닥쳤던 1997-1998년 이후 한국의 재벌 대기업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의 조직형태를 나름대로 바꾸게 된다. 이후 신자유주의 시기 대기업들은 원하청 구조를 활용하여 생산비용을 전가하였다. 이에 따라 원청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 간의 긴밀하고 위계적인 경제적 관계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었고, 재벌 대기업을 정점으로 하는 수직적 하청계열화 구조가 한국의 지배적 산업구조로 정착하게 되었다. 수직적 하청계열화 구조에서 대기업은 납품 단가 후려치기 등의 불공정거래를 통해 중소기업에 비용을 전가했고,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했다. 대기업이 주도하며 권력을 쥐고 있는 이러한 산업구조 상에서 불공정거래는 파생될 수밖에 없었다.

원하청 간의 불공정거래는 수직적 하청계열화 구조의 주요한 면모이다. 그러나 수직적 하청계열화 구조 하에서는 불공정거래와 함께 ‘노동자에 대한 비용·고통전가’가 함께 이루어진다. 원청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 모두 이윤을 증대시키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강요한다. 우선 기업은 비정규직으로 고용형태를 전환하거나, 수당 등의 성과급으로 임금형태를 바꾸며 임금기준을 낮춘다. 임금기준이 낮아진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잔업 ‧ 특근을 통해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수용하게 된다. 더불어 시간 당 생산량을 증대시키는 노동규율이 도입되면서 노동 강도가 높아진다. 이러한 변화들이 현대자동차를 정점으로 하는 자동차 산업에서의 변화들이었다. 이런 변화들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윤을 증대시키면서 공동의 ‘을’인 노동자들에게 비용을 전가시켰다.

수직적 하청계열화라는 산업구조 속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이윤의 양을 두고 갈등적인 관계일 수 있다. 하지만 양자 모두의 이윤을 보전해주는 수직적 하청계열화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 이윤을 공유하면서 결탁하기도 한다. 노동자에게 최종적으로 비용을 전가하면서 이윤을 극대화를 위해서 말이다. 2011년 현대자동차의 하청기업이었던 유성기업에서 발견된 문건은 현대자동차가 유성기업의 노무관리에 개입하는 대가로 유성기업에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노무관리에 개입함으로써 당시 야간노동을 철폐하라는 요구를 하던 유성기업의 노동조합을 파괴하고자 했고, 이를 통해 유성기업과 이윤을 공유하고자 했다. 이러한 원청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의 동맹은 정당한 임금과 노동조건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으로 이어졌다. 이 일련의 공모는 ‘갑’으로서 ‘을’인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비용을 전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허울밖에 남지 않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이렇듯 재벌 대기업이 주도하는 한국 경제구조 내 권력관계를 보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비용을 전가 받는 노동자들의 문제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경제구조에서 최하층에서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내놓은 경제민주화 정책의 내용이나, 임시국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논의의 내용은 노동자들의 문제는 다루고 있지 않다. 노사 간의 ‘갑을관계’의 문제를 다루지 않은 채로 현재 경제민주화 법안 추진은 경제적 불평등 해소라는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

더욱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내재된 한계보다는 박근혜 정부가 노동자들에 대해서 보이는 정치적 태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공론화되고 있는 노동문제들에 대해 침묵해왔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문제,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 유성기업에서 노조파괴를 위해 이루어진 부당노동행위의 문제 등이 그것이었다. 이런 침묵은 법조차 어겨가면서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기업들의 행태에 대해 묵인함을 의미했다. 그리고 정당한 요구를 위해서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앞장서서 탄압하고 있다. 부당해고의 문제를 제기하며 싸우고 있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분향소를 강제로 철거하거나, 정규직화라는 정당한 요구를 위해 본사 앞에서 투쟁하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연행해가는 모습들은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더불어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배제한 채 노사정위원회에서 기업들 마음대로 저임금 노동자들을 활용할 수 있게끔 하는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도 박근혜 정부의 반노동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이렇듯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탄압하는 태도를 견지하면서, 한편으로 불공정거래 문제의 해소를 강조하면서 경제민주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 산업구조의 핵심인 노동자에 대한 비용전가의 문제를 우회한 채 말이다. 그러나 이는 시민들의 눈과 귀를 속이는 기만적인 태도에 불과하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수많은 사람들의 요구는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불공정거래 해소에만 갇히지 않는다. 99%의 국민은 ‘을’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한국 사회 속 전반적인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생활수준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기를 바랐던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이러한 기대들을 비틀고 우회하는 동안 여전히 수많은 노동자들은 저임금 ‧ 장시간 ‧ 고강도 노동과 산업재해들로 인해 더욱 빈곤해지거나 죽어가고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희망을 갖고 땀 흘려 일할 수’ 없으며,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며 살아갈 수 없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일해서 만들어낸 부를 계속해서 재벌 대기업이 독식하면서, 부의 격차는 점점 커져간다. 이런 사회에서 ‘갑을관계’는 해소될 수 없고, ‘경제민주화’는 요원하다.


갑을관계가 판을 치는 2013년 한국 사회에 부치며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연설에서 제시했던 ‘국민행복시대’, ‘경제민주화’가 무색해졌던 지난 100일었다. 기업의 횡포와 정부의 비호 아래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들이 짓밟히는 가운데 노동자들은 ‘을’ 중에서도 가장 낮은 위치에 놓여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회자되는 경제민주화 담론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문제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한편 기업의 비용전가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투쟁들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이 투쟁들은 한국 산업구조의 핵심에 대해 문제제기하면서, 기업을 위한 경제민주화가 아닌 수많은 평범한 노동자들을 위한 ‘경제민주화’가 무엇인지 묻고 있다. 단순히 국회에서의 경제민주화 법안 제정만으로는 답할 수 없는 질문을 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물어야 한다. 이 ‘갑을관계’가 판을 치고 재벌 대기업이 독식하는 한국의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질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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