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계는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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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57호] 전태일 열사가 꿈꾸던 세상은 왔습니까
 작성자 : 전국학생행진
Date : 2013-11-06 00:55  |  Hit : 3,130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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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시 노동자가 목숨을 끊는 시대

 

그 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故 최종범 조합원의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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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31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이 된 최종범 금속노조 삼성전자지회 조합원은 29세에 입사하여 4년 동안 근무하면서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처리건수로만 임금이 책정되는 기형적인 임금체계에서 매우 낮은 임금과 극단적인 노동 강도로 고통받아왔다. , 최근 고객 크레임(VOC, Voice of Customer) 관련 처리로 협력사 사장에게 임마’, ‘새끼야등의 욕설은 물론 고객을 잡으려면 개 같이 잡아버리던지’, ‘칼로 찔러서 죽여버리던지와 같은 막말을 들어야 했다. 이 욕설 녹취록을 노조를 통해 공개하자, 최종범 조합원을 포함한 노조 조합원들은 사측 표적감사의 대상이 되어 징계위협에 시달렸다. 얼마 전 크게 논란이 되었던 삼성그룹의 노조 파괴문건의 내용이 그대로 시행된 것이다. 결국 그는 위와 같은 글을 노조 카톡방에 남기고 홀로 자신의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제 강국이라는 한국에서 왜 죽음을 택하는 노동자가 나오는 것일까. 최종범 조합원은 유언에서 전태일을 언급하며 자신의 선택이 부디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 다른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지길 바랐던 것이다. 한국에서 이렇게 목숨을 끊었던 노동자는 최종범 조합원만은 아니다. 그 맨 앞에는 평화시장의 노동자였던 전태일이 있다. 1970,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알려냈다. 전태일 열사가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던 이유, 그리고 43년을 뛰어넘어 최종범 조합원이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전태일

 

 

 

(전략) 저의 직장은 시내 동대문구 평화시장으로써 의류전문 계통으로썬 동양 최대를 자랑하는 것으로 종업원은 2만 여명이 됩니다. 큰 맘모스 건물 4동에 분류되어 작업을 합니다. 그러나 기업주가 여러분인 것이 문제입니다만 한 공장에 평균 30여명은 됩니다. 근로기준법에 해당이 되는 기업체임을 잘 압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근로기준법의 혜택을 조금도 못 받으며 더구나 2만 여명을 넘는 종업원의 90%이상이 평균 연령 18세의 여성입니다.

 

기준법이 없다고 하더라도 인간으로써 어떻게 여자에게 하루 15시간의 작업을 강요합니까? 미싱사의 노동이라면 모든 노동 중에서 제일 힘든(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노동으로 여성들은 견뎌내지 못합니다. 또한 2만 여 명 중 40%를 차지하는 시다공들은 평균연령 15세의 어린이들로써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장기에 있는 이들은 회복할 수 없는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타격인 것을 부인 할 수 없습니다. 전부가 다 영세민의 자녀들로써 굶주림과 어려운 현실을 이기려고 하루에 90원 내지 100원의 급료를 받으며 하루 16시간의 작업을 합니다. 사회는 이 착하고 깨끗한 동심에게 너무나 모질고 메마른 면만을 보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각하께 간구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착하디 착하고 깨끗한 동심들을 좀 더 상하기 전에 보호하십시오. (중략)

 

-전태일 열사가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냈던 탄원서

 

박정희 정권 시기는 한국이 급속도로 경제성장을 하던 때였다. 그러나 그 경제성장은 노동자들의 희생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낮은 기술수준에서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경공업 중심의 경제 성장을 했기에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을 최대한 낮춰야 이윤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태일 열사가 평화시장의 피복점 보조로 취직한 것이 바로 이 때였다. 그는 처음부터 노동운동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대다수를 차지한 어린 여공들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누군가의 딸로, 누나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을 시작했지만, 어쩌면 돈을 벌어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꿈을 가진 그녀들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했다. 통풍도 되지 않는 작업환경에서 잠도 못 자며 15시간 이상씩 노동을 해야 했고, 폐렴에 걸려 피를 토하는 그녀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해고였다. 전태일 열사는 여공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했다. 당시 차 한 잔 값인 50원인 임금을 털어 풀빵을 나눠주기도 하고, 몸이 안 좋은 여공들은 일일이 챙겨서 집에 돌려보냈다.

 

사실 평화시장 노동자들이 겪은 문제들은 근로기준법에 의해 시정이 가능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을 지키는 기업들은 거의 없었으며, 노동자들은 그 법의 존재조차 몰랐다. 전태일 열사가 적극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도 근로기준법의 존재를 알고 나서였다. 그는 1969년 평화시장 최초의 노동운동 조직인 바보회를 창립하여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근로실태를 조사하였다. 이후 이를 발전시킨 삼동친목회를 만들어 진행한 실태조사 자료를 토대로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한다. 이 내용이 경향신문에 실려 주목받고 사업주 대표들과 협의를 하는 등의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적당히 일을 무마하려했던 정부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사업주들은 삼동회가 사회주의 조직이라고 비방한다. 결국 협의 내용은 휴지조각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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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조사, 노동청 진정, 언론 보도, 사업주와의 협의... 갖은 노력에도 아무도 노동자들의 말을 듣지 않는 세상에서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투쟁뿐이었다. 그리고 전태일 열사는 결국 결단을 내린다. 19701113, 전태일 열사와 삼동회 회원들은 근로기준법이 노동자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무능한 법이라고 고발하는 뜻에서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하기로 결의하였다. 노동자들은 평화시장 앞에 나가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며 시위를 벌였지만 곧바로 경찰과 사업주들에게 플랜카드를 빼앗기고 시위가 중단될 위기에 처한다. 그 순간, 그는 온 몸에 석유를 끼얹고 불을 붙이고 외쳤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구호는 그가 불덩이가 되어 평화시장 앞을 달리다 쓰러지는 순간까지 이어졌다.

 

그 때와 다르면서도 또 같은 노동자들의 상황

 

2013, 목숨이 다할 때까지 외쳤던 전태일 열사의 바람은 이루어졌을까? 그 이후 많은 노동조합이 설립되었고 여러 권리들을 쟁취할 수 있었다. 구성원 대다수가 노동자인 사회에서, 노동자들의 권리가 늘어나는 것은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2013년 한국 사회의 노동자들은 결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노동자들의 상황은 그 때와 다르면서도 또 같다. 더 이상 피를 토하거나 임금으로 차 한 잔 값을 받는 여공들은 없지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기본적인 법률적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며, 노동조합에는 무자비한 탄압이 이루어진다.

 

전태일 열사가 죽기 직전까지 외쳤던 근로기준법 준수는 잘 지켜지고 있을까?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 비정규직 노동자 유 모 씨는 9월 임금으로 193,840원을 받았다. 올해 법정 최저임금은 4,860원으로 월급으로 계산하면 1015,740원이다. , 2003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을 140시간(5일제)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그 이상의 연장근로야간근로 등은 시간외 수당으로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도대체 왜 19만원이라는 기가 막히는 월급이 나온 것일까? 이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임금체계가 근로시간 기준이 아니라 제품수리 건당 수수료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과 관계없이 노동자의 임금이 책정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이 무색하게 삼성전자서비스노동자들은 극심한 노동강도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낮은 임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태일 열사가 만들었던 바보회’, ‘삼동친목회와 같은 역할을 하는 노동조합의 상황은 어떨까? 1024, 고용노동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노조로 보지 아니함통보를 보냈다. 이전에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현재의 규약을 시정하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는데, 전교조가 시정명령을 거부한 것이다. 노동부의 이러한 행위는 노동조합에 대한 부당한 탄압으로 볼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내린 시정명령이 근거하고 있는 시행령 조항은 이미 이전에 삭제를 권고받은 바 있다. 조합원 자격 때문에 노동조합 자격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며, 헌법에 보장된 단결권과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또한, 해직자들도 개인의 잘못으로 해직된 것이 아니라, 투쟁 과정에서 부당하게 해고된 경우이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는 통보를 강행하였고, 교육부는 전교조와 맺은 단체협약과 이에 따른 지원을 모두 철회하였다. 어느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무대포식 노동조합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두 열사의 뜻을 이어 노동자대회에 함께하자!

 

어머니 나는 아마 살아날 수는 없을 거에요. 내가 3분 있다 죽을지, 5분 있다 죽을지 모르니, 어머니, 내 말 잘 들으세요. 노동자들은 지금 캄캄한 암흑에서 살고 있어요. 내가 죽으면서 그 암흑 세상에 작은 구멍을 하나 뚫는 거에요. 어머니가 다른 노동자들과, 학생들과 함께 그 구멍을 조금만 더 넓혀주세요.......’

 

-전태일 열사의 유언

    

물론 사과를 받고 싶고, 사과 받는 일이 중요하지만, 동료들이 동생처럼 살지 않게 하는 게 더 값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조 활동에 대한 동생의 열정을 순진하다고 치부할 사람도 있겠지만, 내 동생은 그 순수함을 지키고자 죽은 것이다. 동생의 죽음을 무의미하게 만들 순 없다. 이상적인 말로 들릴지라도, 우리가 동생의 유언을 지키는 길을 가면, 동생은 계속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동생의 말인, 전태일일 순 없지만 전태일처럼 말이다

 -최종범 열사의 둘째 형 최종호 씨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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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 자신이 뚫은 작은 구멍을 계속 넓혀달라고 부탁했던 전태일 열사와, 2013년 자신의 선택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던 최종범 열사. 두 노동자의 뜻이 같아 보이는 것은 우연일까. 폐에서 올라오는 피를 삼키며 묵묵히 일을 해야했던 평화시장의 여공들과, 명절도 휴가도 반납하고 새벽에 나가 밤늦게 돌아와야 겨우 빚을 갚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 두 모습이 똑같이 참담한 것은 어째서일까. 삼동회를 빨갱이 집단으로 매도하고 해고를 일삼았던 평화시장의 사업주들과, 욕설과 폭언에도 모자라 저항하는 조합원들만을 표적 감사하고 징계 위협하는 삼성. 자본의 모습이 여전히 악랄해보이는 것은 착각인 걸까. 전태일 열사와 최종범 열사가 죽음을 선택하면서까지 알리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답은 명확하다. 두 열사의 뜻을 이어받는 것은 더욱 많은 사람들과의 연대로 더욱 큰 투쟁을 만드는 것이다. 목숨을 끊고 투쟁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에게 연대하여 더 이상의 죽음을 막자.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하자. 법과 제도를 무시하는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에 맞서 연대하자. 이것이 43년을 뛰어넘어 전태일일 순 없지만, 전태일처럼 선택을 했던 최종범 열사의 뜻을 지키는 길이다. 매해 11, 노동자들은 전태일 열사의 죽음을 기억하고 투쟁하기 위해 모인다. 1110,민주주의 파괴중단! 노동탄압 분쇄!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13년 전국노동자대회에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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