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계는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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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58호] 혼돈의 대한민국, 당신의 생각은?
 작성자 : 전국학생행진
Date : 2013-11-26 18:30  |  Hit : 2,878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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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개입?

 

검찰은 1115일 대선개입의혹 고발로 인하여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의 홈페이지 서버를 압수수색하였다. 지난, 8일과 14일에 이은 3차 압수수색이었다. 대선 직전 전공노 자유게시판에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는 글이 올라온 사실을 근거로 보수단체인 자유청년연합이 전공노가 대선에 개입했다고 고발했기 때문이다. 자유게시판은 익명으로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곳으로, 해당 글을 전공노에서 작성했다거나 전공노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볼 수 없는데 이를 근거로 전공노 전체를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전공노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이 심각한 문제일까?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장은 국정원이나 사이버사령부는 국가기관, 즉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기구이므로 엄격한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지만, 전공노는 결사의 자유에 따라 조직된 자발적 결사체로 기본권 행사의 주체다. 전혀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애초에 글을 전공노가 작성했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수사 자체가 이상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3일 만에 압수수색, 1주일 동안 3회에 걸친 압수수색이라는 강경대응 또한 과도해 보인다.

 

 

부정선거논란 1, 반공주의의 맹공세

 

사실 전공노 압수수색에 관한 내용은 많은 사람이 잘 알지 못할 수도 있다. 이미 세간이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으로 떠들썩하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상반기부터 문제가 되었고, 1120일에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트윗 100만 건 이상을 추가 확인했다는 기사가 뜨기도 하였다. 그러나 셀프 개혁’, ‘셀프 수사라는 비아냥거림이 등장할 정도로 대선 개입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지는 것도 없고 특별한 변화도 없는 상황이다. 시야를 좀 더 확장해보면, 이 뿐만이 아니라 남북회담 대화록 실종, 내란음모 혐의 재판,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등으로 정치권 전반이 혼란스럽다. 그런데 이 사안들의 대부분은 종북 공세와 연계되어 있다.

 

국정원은 셀프 개혁을 통해 국내 정보수집기능과 수사권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하겠다고 발표하였는데, 선거 등의 공식적인 일에 개입하는 것이 아닌 사이버 심리전 등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정원이 이전에 달아 왔던 댓글들에서 극우 성향의 비방과 욕설이 난무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행위는 반공주의를 활용하여 사회에 대한 비판의견이나 담론 전체를 비꼬거나 욕하고, 종북몰이를 하며 편을 가르고, 프레임에 넣어서 대립시키는 등 합리적인 논의가 어렵게 만들면서 여론을 혼란시키는 기능을 한다. 국정원이 벌인 이전 행위의 목적이 단순히 북한의 사이버 심리전 방어라기보다는 반대 세력의 통제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NLL과 내란음모 제기가 대선개입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국정원의 물타기라는 여론이 상당한데, 위 시도 또한 종북이라는 프레임 정치로 정권의 기반을 유지하려는 목적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명확한 대립, 모호한 판단

 

조선, 중앙일보와 함께 3대 보수 신문에 해당하는 동아일보의 117일자 기사에서도 국정원의 댓글과 트위터 활동이 조직적 선거 개입이라고 보는 사람(50.3%)이 일부의 잘못이라고 보는 사람(38.1%)보다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을 사실이라고 보고 있고, 이에 충격과 분노를 표출하였다. 앞선 일련의 상황들을 찬찬히 본다면 시국이 개판이라고 개탄할만하다. 정국이 모호하고 분명하게 밝혀지고 있는 바가 없으나 많은 사람들이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이미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의 큰 흐름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있더라도, 지금 혼란스러운 논쟁과정에서 발생하는 반공주의의 효과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경계해야 한다.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였을 때 국정원이 내민 카드는 바로 진짜 간첩이 있다는 선동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수사를 보면 이 선동이 종북몰이가 아니라 진짜라고 말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는 부족해 보인다.

 

이석기 의원의 말이 문제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내란음모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대체적인 여론이 합리적인 판단을 잃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만이 문제이고, 국정원이 표방하고 유포한 가치나 댓글의 내용은 인정해 줄 수 있는 것인가? 지금까지 국정원이 내뱉은 말과 수행한 기능은 대한민국에 필요한 가, 아닌가? 내란음모나 통진당에 대한 혐의는 법정에서 판단되기도 전에 확정된 진실인양 여겨져도 상관없는가? 국가를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민주주의의 원칙으로 정당해산에 대해 문제제기 하는 사람들은 모두 통진당아니면 종북으로 여겨져도 상관없는가?

 

국정원을 욕하더라도 국정원의 말에 동의하게 될 수는 있다. 한국사회에 종북이 존재하고,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들의 선동이므로 경계하자는 국정원의 구체적인 근거 없는 이야기에 동조하게 되거나, 노동조합을 불신하게 되거나, 소모적인 대립구도로 인하여 분노, 실망, 조소 등의 감정만 남게 된다면 앞서 언급한 국정원의 행위가 효과적이었다는 말이 아닐까. 공안탄압은 폭력과 공포로 입막음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의식에 효과를 함께 남긴다. 대학에서조차 교수를 국정원에 신고하는 일이 발생하였는데, 국정원의 행위가 아니라도 우리 사이의 편 가르기가 이미 만연하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앞서 보았던 전공노에 대한 과도한 수사나 최근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며 탄압하려는 시도 등이 국정원의 대선개입 및 종북몰이와 필연적인 관계로 보이지는 않을 수도 있으나, 이러한 사안들이 전체적으로 어우러지면서 공안정국을 구성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노동, 진보 세력에 대한 종북 공세, 노조에 대한 직접적인 탄압 등은 결국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당면한 문제들을 제기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공안정국에 대한 문제제기는 단순한 과거에 대한 유비가 아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폭력과 낙인으로 인한 정치적 탄압이 자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진지한 고민과 가치의 정립이 필요하다

 

현 집권 세력이 국가의 권력과 재력, 폭력을 이용하여 이 사회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파악하는 과정을 가로막고 정당하지 않은 논리로 정치를 파괴하는 것이 문제라면, 이를 비판하고 문제제기하는 사람들은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의 핵심을 진지하게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야권을 필두로 한 비판의견 또한 비논리적인 비유, 편 가르기, 인신공격 등을 상당부분 내재하고 있다. ‘독재vs종북으로 구성되고 있는 지금의 정치판도에서 국정원에 대한 조롱과 조소/국정원에 의한 낙인과 탄압 두 가지 상이해 보이는 의견은 상호공존하고 어울리며 전체 판을 구성하고 있다.

 

2011년 나꼼수가 정치 비판에 돌풍을 일으켰다. 변화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답답함이나 지배층의 부정부패를 지금까지 없었던 방식으로 시원하게 욕설과 폭언을 섞어서 이야기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와 흥미를 이끈 것일까. 한국사회의 장기적인 위기 속에서 관심을 잃어갔던 정치가 가십거리로 화려하게 재등장한 것으로 볼 수 있는가? 하지만 나꼼수는 진지한 고민과 합리적인 대화를 배제한 채, 질 나쁜 장난이 되었다. 정치인의 외모에 대한 공격과 여타 비하 발언들은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들에게 감정적 쾌감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나, 반대편의 감정적 적을 만들었다. 일베가 보여주는 부도덕함, 인권유린은 비교대상이 아니겠지만, 극우성향의 조롱과 조소는 진보세력이 보여줬던 조롱과 조소와 구별되지 않는다. 국정원이 보여주는 비방과 욕설, 편 가르기는 이전부터 만들어진 논쟁구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일지도 모르며 이미 우리에게 존재하던 것일지도 모른다.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쟁하는 대신 상대방에게 욕설과 비방을 퍼붓고 자기편을 늘리기 위한 인기몰이 정책을 펼치는 것은 포퓰리즘이다. 그리고 여당과 야당이 포퓰리즘적 정치를 펼치는 상황에서 양자의 차이점을 구분하기는 힘들다.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많은 사람들이 의료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오바마케어라는 의료보험정책을 제기하였을 때, 미 공화당에서는 이를 반대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의료복지가 돌아가야 한다는 정책에 반대한 이유는, 미국 정부가 그 재정을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반면 2012년 한국의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한 복지정책들을 쏟아내었다. 그리고 당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기초노령연금 등 애초에 언급한 공약들을 후퇴 축소시키고 있다. 선거 당시에 제기된 정책들은 모두 좋아 보이는정책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시행할 구체적인 방안과 계획은 없었다.

 

지금 한국사회에 벌어지고 있는 문제와 혼란이 오롯이 국정원과 여당의 문제에서 기인한다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정원과 현 여당의 잘못은 당연히 바로 잡아야 하지만, 정치담론을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서 진보를 자청하는 세력들도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이는 현재 우리가 처한 위기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 될 것이다. 지금 한국정치에서 포퓰리즘과 편 가르기가 만연한 것이 아닌지, 현 국정 논의는 공안탄압인지 아닌지, 그 함의가 무엇인지 지금 다시 진지해져보는 것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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