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계는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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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59호] 우리는 왜 이제야 안녕하냐고 묻고 있을까요
 작성자 : 전국학생행진
Date : 2014-01-07 21:32  |  Hit : 3,046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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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이제야 안녕하냐고 묻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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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의 <안녕들하십니까> 자보에 답하며 붙은 자보들 가운데는 자기고백적인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사회가 안녕하지 못한 것은 알고 있었으나 나는 그동안 안녕했던 것 같다”, “안녕하지 못했음에도 안녕한 것처럼 살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2013년은 많은 사람들이 안녕하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으로 시작된 2013년 동안 우리는 수많은 공안탄압을 목격해왔으며, 철도파업 이후 민주노총을 경찰병력 5000명으로 침탈했던 사건은 공안탄압의 정점이었습니다.

  사상초유의 정부의 정당에 대한 해산청구 심판 신청, 전교조를 노조로 보지 아니함통보, 대한문 화단 설치 및 마구잡이 연행, 밀양 송전탑 공사를 둘러싸고 진행된 진압작전 등은 사람들에게 공안탄압을 피부로 느끼게 했던 사건들이었습니다. 6월에는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해 반발하며 대학가에서 시국선언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으며, 전교조 탄압에 맞서서 사범대 학생들은 전교조 지지선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국선언 행렬이 지나가자 다시 또 세상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졌습니다.

 

정치’, 넘지 말아야 할 선?

  최근 일베가 보여주는 외국인 혐오, 특정 지역 비하, 여성을 향한 일상적 폭력들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비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버이 연합이 박근혜가 아닌 거의 모든 사람들(심지어 이명박과 김문수까지)에게 빨갱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것 또한 많은 사람들은 비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들은 일베나 어버이 연합에서 설정하고 있는 종북 vs 애국’ ‘꼴페미/김치녀’ ‘정치적인 것 vs 비정치적인 것이라는 분할선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요? 그리고 위와 같은 분할선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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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베와 어버이연합의 말이 설득적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들 또한 나도 모르게 어떤 집단에 대해 쉽게 혐오와 선긋기를 행하고 있고, 이것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무엇이 괜찮고 무엇이 괜찮지 않은지를 나누는 이 분할선이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공안당국이나 극우층만이 선을 긋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들, 예컨대 개인적으로 정치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것은 괜찮지만, 특정 집단에 들어가는 것은 너무 편향된 것이다.”, 또는 운동권들의 방식은 옳지 않기 때문에 다른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거야같은 말들은 특정한 선 이상은 용인할 수 없다는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상식은 지키되 정치적이지 않을 것’, 이것이 보편적으로 행동의 기준, 넘지 말아야 하는 선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적이다라는 기준은 너무나 모호합니다. 때로는 대표기구인 노동조합이나 학생회까지 정치적이라는 기준안에 들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어떤 특정 정당이 정치적이라는 기준 안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사람들은 침탈에 맞서기 위해 유례없이 민주노총 건물 앞에 모였습니다. 노동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정치적이지 않냐는 질문을 던졌던 친구도 민주노총 앞에 모여서 함께 철도파업 승리하자고 목소리 높여서 구호를 외쳤습니다. 이렇게 어떤 계기가 있을 때 사람들은 서로를 가로막고 있던 선을 넘어가 함께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는 여러 계기들을 통해 우리가 그어놓은 선이 얼마나 쉽게 흐려지는지를 보며, 평소에 절대적인 것으로 보이던 그 기준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선긋기가 종북몰이로 이어지다

  자신이 그은 선 밖에 있는 목소리들에 낙인을 찍는 것은 특정한 세력만의 행동이 아닙니다. 대자보는 정치적인 이야기를 쓰는 누군가의 것이라고 여겨진 지도 오래되었지만, 어느새 우리에게 남겨진 소통의 공간은 대자보뿐이었습니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결국 평소 서로에게 못했던 말들이 켜켜이 쌓여있었던 현실을 보여줍니다. 다른 사람과의 토론에 익숙하지 않았던 사람들 중 일부는 대자보들을 선동이라 가리키며 대자보를 찢었습니다. 서로가 만날 공간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안녕하지 못하다, 행동하겠다는 내용의 자보를 쓴 후에도, ‘학생회는 너무 정치적인 공간이라 그 안에서 이야기하기는 꺼림칙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설령 종북이나 빨갱이라는 낙인에는 반감을 가졌을지언정, 우리 역시도 낙인을 찍는 행위 자체에는 이렇게 이미 익숙하기에 종북몰이는, 분할선을 바탕으로 한 폭력들은 쉽게 사라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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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선 긋기 대신 질문과 토론을 나누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현실 인식 역시 사실과는 다르게 나타납니다. 진보진영 사이에서도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사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꾸준히 삭제되어 오고 있습니다. IMF 이후 구제금융 조건을 준수하기 위해 1997년 말부터 1998년까지 지속적으로 빗장을 풀어왔던 김대중 정부는 적극적 민영화의 시작을 열었습니다. 초국적 자본이 보다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민영화 규제 완화는 그 후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시행되어왔습니다. 그렇다면 민영화가 왜 추진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은 왜 IMF 구제금융이 시작되었는지, 그 후에 한국경제는 어떤 방향으로 재편되어왔는지 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민영화를 반대하기 위해 모인 집회 공간에서마저 노무현 정부 때 민영화 추진 방식은 이렇게 폭력적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개인에 대한 잘잘못 가르기, 결과에 대한 싸움으로 가다보면 결국 서로가 밝히고자 하는 진실은 묻히고 맙니다.


분노를 넘어 더 많은 질문이 필요하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소통하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만나지 못하고,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들 안녕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안녕한 얼굴을 하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답답함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수많은 대자보들로 터져 나왔습니다. 이제는 답답함에 대한 토로를 넘어서서 더 많은 질문들을 할 차례입니다. 왜 우리는 그동안 삶을 나누는 공간들 속에서 이러한 고민들을 나누지 못했을까요? 불특정 다수를 향해서만이 아니라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꺼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가 공동으로 느끼는 답답함은 어떻게 해서 생겨난 무엇입니까?

  계속 벽에 붙은 대자보에서만 만나지 않으려면, 이 질문들의 답을 만나서 함께 찾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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