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계는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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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60호] ‘의료 공공성 = 당신이 아플 때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위하여
 작성자 : 전국학생행진
Date : 2014-01-22 11:19  |  Hit : 3,267   추천 : 0  


  2014년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2013년 마지막 달은 철도민영화를 둘러싼 공방과 철도노동자들의 최장기 파업으로 뜨거웠다. 취임 전부터 ‘국민의 뜻에 반하는 민영화는 절대 하지 않겠다’라고 말한 박근혜는 철도산업 선진화 방안과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명분아래 코레일과 손을 잡고 2016년에 개통되는 수서발 KTX 노선에 법인회사를 설립하겠다고 선포했다. 심지어 정부와 코레일은 ‘철도민영화 반대’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전 사회를 뒤흔드는 시기에 법인회사 면허발급을 강행했고, 철도노조의 파업이 끝난 이후에는 대전 코레일 본사에 설립할 수서발 KTX 법인회사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의료산업화’, ‘의료선진화’, 그리고 ‘원격의료, 보건의료 투자활성화대책’까지

이름만 바뀐 의료민영화는 ‘왜’ 추진되는 걸까?

   철도노조가 설립된 이후 가장 긴 파업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은 ‘불편해도 괜찮아’라며 민영화 추진에 대항하는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응원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민영화를 계속해서 추진 중이다. 박근혜는 지난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를 포함한 5대 업종에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 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투자활성화대책이 의료민영화의 전초전이라고 말하며 지난 11~12일 양일간에 걸쳐 집단휴업 출정식을 가졌고 이에 정부는 의사들이 수가를 올리기 위한 밥그릇 싸움을 시작했다며 맹비난에 나섰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기업들이 의료부문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려는 시도는 현 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이미 노무현 정부 시절 ‘의료산업화’, 이명박 정부 시절 ‘의료선진화’라는 이름으로 보건의료 분야에 시장의 논리를 적용시켰고, 그리고 지금 ‘원격의료, 보건의료 투자활성화’라고 이름만 바뀌었을 뿐 그 맥락은 같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의 성장은 한계에 부딪혀 이윤이 증가하는 속도는 더딘 상황에 이르렀다. 유휴자본이 새로이 투자할 수 있는 영역으로, 외국에 비해 GDP 대비 지출이 낮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영역은 철도, 의료, 교육과 같은 공공부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공공부문은 사적 경제로 전환됨과 동시에 시장경제 원리가 도입되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대외개방과 자유화가 급속도로 심해졌다. 국가기간산업의 공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을 초국적 자본의 지배로 넘겨주며 외환금융시장은 투기적 금융자본의 사냥터가 되었다. 외환위기를 수습해야했던 김대중 정부는 공기업의 책임경영을 강조하는 ‘경영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금융∙기업∙공공∙노동 등 4대 부문의 구조조정을 추진하였고 현재 박근혜 정부 또한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탓하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민영화 추진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세계경제 흐름과 함께 노무현 정부는 영리법인병원의 허용과 민간의료보험의 확대 추진, 이명박 정부는 당연지정제 폐지, 금융자본 중심의 보건의료산업 재편의 기반인 보험업법 개정안 그리고 제주도와 같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 유치 등을 추진해왔다. 이미 의료는 국민의 건강을 보장하는 공공서비스가 아닌 이윤 창출을 위한 의료‘산업’이 되어버렸으며 박근혜 정부 또한 의료를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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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의료민영화를 반대한다는 정부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상단에는 ‘의료민영화, 정부도 반대합니다-원격의료, 보건의료 투자활성화대책에 대하여’라는 핵심과제가 명시되어있다. 정부는 ‘의료민영화’란 의무적인 건강보험 적용을 배제하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이나 민간보험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변경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민영화의 범위를 자의적으로 축소한 것이다. 영리법인이 허용되면 자본시장으로부터 의료기관에 대한 자본조달 통로를 합법화하게 되고, 이윤추구를 존재 근거로 하는 의료기관과 민간보험사간 자율계약을 통해 의료서비스의 범위, 비용, 질을 결정∙공급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건강보험가입하게 되는 건강보험제도가 존재한다. 하지만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암과 같은 질병은 국민건강보험으로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전 국민 중 64%가 민간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또한 환자가 진료비 100%를 부담하는 비급여진료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어서 국민들이 부담하는 진료비용 또한 늘어나고 있다. 왜냐하면 병원 간 과열 경쟁에서 전문병원과 대형병원들은 비급여 진료, 선택 진료 등 과잉 진료를 통해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국의 의료시스템에서 영리법인이 허용되면 의료기관은 이익을 짜내려 할 것인데, 의료기관 구성원(의사를 비롯한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서 이윤을 뽑아내거나 환자들의 의료비를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현재도 국민 1인당 부담하는 의료비는 상승하고 있는데 반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은 상태에서 의료기관의 법인회사 설립허용은 민간보험에 대한 의존도를 높아지게 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건강보험을 지키기 때문에 의료민영화가 아니다’라는 정부의 주장은 궤변일 수밖에 없는 것이고 서울 지하철 9호선과 같은 경우에도 영리를 목적으로 한 자회사가 설립되었기 때문에 ‘철도민영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투자활성화대책은 공공의료를 등지는 역주행이다

   지난 12월 13일에 발표된 4차 투자활성화대책은 의료법인의 자회사, 법인약국 설립을 허용한다. 법인약국이 허용되면, 기업형 마트가 동네슈퍼를 잠식하는 것처럼 거대한 네트워크 약국만이 살아남고 결국 동네 약국은 문을 닫아야 한다.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경우 2001년 약국의 영리법인을 도입한 후 10년이 되면서 3개의 법인이 전체 약국의 85% 이상을 독점하게 됐고 경쟁에서 밀린 지역약국의 폐업, 독점적 지위 행사로 인해 자유경쟁을 통한 의약품 가격 하락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노르웨이뿐만 아니라 헝가리에서도 2006년 영리법인 개설을 허용한 뒤 체인약국과의 경쟁에서 밀린 지역약국 도산현상이 일어났으며 국민들의 약국 접근성이 떨어지게 됨과 동시에 수익성이 좋은 도심지로 체인약국이 집중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또한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 허용은 산후조리원, 장례식장, 구내식당, 주차장 등으로 제한된 의료기관이 운영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범위를 숙박업, 의약품 개발, 의료기기 개발, 온천, 건강 보조품 등으로 넓힐 수 있게 한다. 병원 자회사가 의료기기 임대 사업, 화장품·건강보조식품 판매 사업 등을 운영하는 경우 병원은 환자로 하여금 더 많은 검사를 하도록 유도하고, 더 많은 화장품·건강보조식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게 될 것이다. 병원에 영리적 목적으로 자금이 투자되고, 이윤이 배당될 뿐만 아니라 병원이 더욱 극단적인 수익추구를 하도록 유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활성화대책은 영리병원 허용방안과 동일하다.

  병원가기 힘든 나라인 미국의 경우 미국 전역의 병원 중 영리병원의 행정 비용은 28.2%, 비영리병원은 24.4%, 공공병원은 22%였다. 또 8개 주의 병원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 영리병원이 총 진료비와 행정 관리 비용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영리병원은 병원 특성과 관계없이 민간 비영리 혹은 공공병원에 비해 행정 관리 비용이 많이 든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현재 한국의 공공병원 비중은 5.8%이며 공공병상 비중도 10%를 갓 넘긴다. 더구나 공공병원의 재원조달방식을 보면, 환자의 진료비를 가장 주요한 재원으로 삼을 뿐 아니라 개별 병원 단위로 경영 흑자를 내는 독립채산제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5.8%의 낮은 비중을 차지하는 공공병원조차도 온전한 공공병원이 아닌 것이다. 민간병원의 비중이 높은 나라에서 정부가 공공의료기관을 유지 혹은 확대하기는커녕 법인회사∙법인약국을 허용하는 것은 공공의료를 등지는 역주행이다. 의료민영화의 대표나라인 미국에서 환자들이 높은 진료비를 피해 공공병원을 찾는 것보다 우리나라 환자들이 낮은 가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접근성은 극도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국민의 건강권 보장은 국가의 기본적인 역할이자 의무이다. 건강할 권리는 모든 국민들이 누려야 하고 누릴 수 있는 ‘보편적인 권리’이며, 의료공공성은 공공성이 보장되는 의료기관으로부터 나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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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철도를 지켜내자!’에 이어 ‘의료공공성을 강화하자!’를 외칠 때다

   철도를 민영화하는 게 아니라는 정부와 코레일의 주장은 자회사 설립은 궁극적으로 철도민영화를 향한다는 코레일의 내부문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정부의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이 '의료민영화가 맞다/의료민영화가 아니다'라는 구도의 갑론을박은 중요하지 않다. 정부는 ‘투자활성화 대책이 의료비 상승과 의료공공성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할 수 없으며 이는 ‘의료민영화’라는 말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또한 정부 정책은 의료서비스의 담론 자체를 ‘건강보다 이윤이다, 의료는 공공서비스가 아니라 이익창출의 영역이다’로 바꾸는 정책이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보건의료 정책들이 왜 민중의 건강권을 헤치고 의료의 공공성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는지'를 한 목소리로 모아 외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바이다. 수서발KTX법인회사 설립을 막기 위한 투쟁은 철도노동자들만의 투쟁이 아닌 공공철도를 지켜내기 위한 국민의 싸움이었다. 의료민영화를 막기 위한 노동자, 그리고 시민들의 싸움에 함께하고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의사들의 집단휴업이 아닌 영리법인의 설립이라는 목소리, 그리고 더 나아가 이윤보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를 국민의 명령으로 만들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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