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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61호] 키 리졸브의 역설 - 전쟁을 막는 훈련인가, 전쟁을 부르는 훈련인가
 작성자 : 전국학생행진
Date : 2014-03-13 01:52  |  Hit : 3,200   추천 : 0  


얼마 전 오랜만에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었습니다. 죽기 전에 꼭 한 번이라도 가족을 만나고자 하는 이산가족들의 소원이 조금이라도 이루어진 모습에 전국은 울음바다가 되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봉이 정례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과 이를 준비하기 위한 북한과의 대화는 남북관계에 훈풍을 불러오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24일 밤부터 25일 새벽까지 북한 경비정 1척이 서해 북방한계선 이남으로 3차례 이동하고, 27일에는 단거리 미사일 4발을 발사한 것이 알려지면서 다시금 남북관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는 24일 시작된 한미연합훈련인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에 대한 북한의 무력시위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기 전에도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훈련이 동시에 진행될 수 없다며 군사훈련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북한이 조건 없이 이산가족 상봉을 받아들이기는 했으나 군사훈련이 시작되자 이에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입니다.
사실 북한은 매년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에 강력하게 반대해 왔습니다. 그 훈련이 북한에 대한 침략전쟁이라고 규정하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국방부는 한미연합군의 연례적이고 방어적인 훈련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앞에서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요구하면서 뒤에서는 미사일 개발을 추진한다며 북한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 속에서 도대체 북한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정말로 북한은 그러는 것일까요.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이란 무엇인가
 
현재 북한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키 리졸브 독수리 훈련은 무엇일까요. 남북관계에서 군사훈련이 중요한 요소인데 반해, 그 내용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키 리졸브(Key Resolve)와 독수리연습(Foal Eagle), 전면전 발발 시 한반도 방어와 미군 증원 연습을 위해 실시하는 한미 연합 훈련입니다. 먼저, 키 리졸브는 1976년부터 1993년까지 매년 실시되던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인 팀 스피리트 훈련의 후신으로, 1994년 북한과의 핵 협상 등 정치적 문제로 취소된 팀 스피리트훈련을 대체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각급 부대의 지휘관과 참모 등으로 이뤄진 지휘본부와 통신요원 등이 가상으로 상정된 상황에서 통신을 유지하며 지휘통제 능력을 배양하는 한미 지휘소 훈련으로,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했을 때 해외에서 증원되는 대규모 미군 병력과 장비를 최전방 지역까지 신속하게 파견배치하는 절차를 주로 연습합니다. 키 리졸브가 모의로 진행하는 지휘소 훈련인데 반해, 독수리 연습은 병력이 실제로 움직이는 야외 기동훈련입니다.
매년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지난해 군사훈련에는 한국군 20여 만 명과 해외 증원 및 주한미군 1만여 명이 참가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북한이 핵실험을 벌인 직후라, 핵 연료로 추진하는 니미츠급 항공모함, 스텔스 기능을 갖춘 B-2 전폭기와 F-22(랩터) 등 미군의 최신예 전략 무기들이 대거 동원됐었습니다. F-22는 일본 기지에서 출격해 20분 안에 평양의 주요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고, B-2에는 핵폭탄 16(18t)과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인 재즘(JASSM) 16, 합동정밀직격탄(JDAM) 80발 등 총 23t에 달하는 무기를 실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독수리 연습 훈련내용에는 북한 지도부와 군사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 시나리오가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대대적인 군사력이 동원되어 수행되는 키 리졸브 독수리 훈련은 작전계획 5027, 작전계획 5029 등등의 작전계획(이하 작계)에 맞추어 수행됩니다. 작계 5027은 한·미 양국이 북한과의 전면전에 대비해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는 미국이 주도적으로 작성하며 1, 2년마다 개정판이 나옵니다. 크게는 미군의 신속억제전력 배치(1단계), 북한 전략목표 파괴(2단계), 북진 및 대규모 상륙작전(3단계), 점령지 군사통제 확립(4단계), 한국 정부 주도의 한반도통일(5단계)5단계로 이뤄져 있습니다. 작계 5027은 애초 북한의 남침에 대응한 방어전략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1998년에 북한의 도발 징후 포착 시 주요 군사목표를 선제타격한다는 내용을 담으며 그 성격이 공격적으로 전환됩니다. (작계 5027-98) 9·11테러 직후인 2002년에는 미국의 새 안보독트린에 따라 한국과 상의 없이 북한을 폭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작계 5027-02), 2003년 판에는 북한을 일방적으로 선제공격하는 것이 가능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작전계획 5029는 북한 정권 붕괴 또는 북한 주민의 대량 탈북사태 등과 같은 돌발사태가 일어난 경우, 미국이 이를 동북아시아 전체의 안정을 위협하는 준전시 상황으로 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이는 본래 병력 동원이나 부대 배치 등 구체적인 계획은 담겨 있지 않는 추상적 시나리오인 개념계획 5029이었으나, 2008년 북한의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한미 당국의 협의로 1년여에 걸쳐 작전계획 5029로 완성됐습니다. 완성 이후에 정부는 작계 5029의 완성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2010년에 천안함침몰사건과 연평도포격사건 등 심상치 않은 사태가 이어지자 2011년 키 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에서 작계 5029에 따른 훈련을 처음 실시했습니다. 작계 5029의 구체적인 내용은 생화학무기미사일 등 북한 대량살상무기 탈취 위협 북한 정권교체 쿠데타 등에 의한 북한 내전 상황 북한 주민 대량 탈북 대규모 자연재해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작전 북한 내 한국인 인질사태 등 6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구성되어 있습니다.
 
북한의 선택지를 좁히는 군사훈련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대북정책의 핵심이라고 주장합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추진기조 중 하나는 [북한의 올바른선택 여건 조성]인데요. ‘올바른에 강조가 들어간 것은 북한이 핵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이 아니라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강력한 군사훈련을 남한에서 진행하는 것이 북한의 선택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남북이 서로 교류가 거의 없고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국이 군사훈련을 하거나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것은 그 자체로 위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남한 언론이 북한의 군사력을 분석하며 혹시라도 북한이 남한보다 강력하지 않을까 우려하듯이, 북한의 정부와 국민들도 남한의 군사력이 우세하다고 느끼면 매우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그 군사훈련의 내용에 북한 내부까지 진입하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포함되어 있다면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남한과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이나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공격을 현실화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지도부가 악의를 품으면 바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우려하듯이 북한은 남한이나 미국 지도부가 악의를 품으면 전제조건과 상관없이 공격할 것이라 우려할 것입니다. 한미연합합동훈련의 규모가 거대할수록 북한은 그에 맞대응 할 만한 군사훈련과 군비증강을 취해야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정부의 정당성을 입증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북한의 선군정치를 강화시키고 한반도 전체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실제로 긴장감이 높아진 속에서 서해에서 국지전이 벌어진 사례가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북한이 아무리 최대한으로 끌어올려도 한미연합군의 군사력을 따라올 수 없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현대 군사력은 과학기술과 경제력의 산물입니다. 여기에 남한은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군사력을 지닌 국가인 미국과 함께입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북한에게 핵에 대한 유혹을 계속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북한에게 핵이 있어도 협상에 유리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남한 정부는 주장하지만, 단순히 협상의 지렛대로만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아닌 것이고, 북한 입장에서는 방어적인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북한의 핵무기가 동북아의 긴장을 불러오듯이, 현재 남북관계와 분위기 속에서 군사훈련이나 핵무기와 같은 군비증강이 원래 의도와는 상관없이 방어적인 전략으로만 남을 수 없고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은 명백합니다.
 
한반도-동아시아 지역 전체의 긴장감을 불러오는 군사훈련
 
군사훈련은 지역차원의 갈등 또한 고조시킵니다. 다들 잘 알다시피 동아시아는 본래 국가 간 갈등의 골이 깊으며, 유럽에서의 나토(NATO)처럼 지역적 군사력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체계 또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군사적 행보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한국은 미국(그리고 간접적으로는 일본)과 긴밀한 군사동맹관계이므로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은 미국의 충실한 지역적 하위 파트너 역할이라는 틀 안에서 전개되어 왔습니다.
 
지난 기간 미국은 미국중심의 태평양 체제 구축을 위하여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전 세계로 미군을 파견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제고하는 방식으로 군사력 재편을 시도해왔습니다. 이는 미군이 주둔한 지역(특히 남한과 일본)의 군비를 늘리는 결과를 낳았고, 특히 남한과 일본에서 이러한 현상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잠재적인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면서 한반도를 넘어서 동아시아 전체의 군사적 갈등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미국과 경쟁하는 입장에 있는 중국은, 당연하게도 한국이 군사력을 제고한다면 이를 좋지 못한 신호로 받아들여 경계태세를 높이고 군비지출을 늘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한국 정부의 순수성을 의심해서라기보다는, 외교관계라는 것 자체가 역사적으로 형성된 국제적인 관계 그 자체에서 규정되는 면이 크기 때문입니다.
 
평화를 위한 진정한 일보 전진을 시작하자
 
한국 정부의 군사적 행보는 평화를 향한 진전을 막아왔습니다. 군사훈련은 북한을 자극하면서 전쟁 위기를 고조시킴과 동시에, 한국 국민들에게는 연례적이고 방어적인 군사훈련정도로만 인지되면서 군사훈련에 반발하는 북한을 매번 자신들이 군사적 충돌을 야기하면서도 남의 나라 훈련에는 간섭하는 국가로 규정되게 하였습니다.
 
사실 북한을 압박해온 것은 비단 군사훈련 뿐만은 아닙니다. 소위 온건책이라고 여겨지는 햇볕정책이 추진될 때에도 군사력 증진은 꾸준하게 추진되었고, 한미동맹은 지속적으로 강화되었습니다. 이러한 조건에서 북한이 위기감을 느껴 지속적인 견제에 나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그러다보니 국민들 사이에서 평화로운 상태란 어떤 것인지, 평화를 위해 무엇이 추진되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분명 북한을 압박하거나 공격적인 제스쳐를 보인 적이 없는데, 도대체 북한은 왜 저러는 것일까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우리가 평화를 위해 어떤 정책과 입장을 취해 왔는지, 그 행위가 주변국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되물어야 할 때입니다. 더불어 진정한 평화를 위해 동아시아-한반도 국가간 관계는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 더 이상의 갈등 요소는 없는지, 각 국가들의 군사적 행보가 다른 나라에는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 등등에 관해서도 꼼꼼하게 짚어봐야 합니다. 당장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우리가 진정한 평화로 방법을 만들어 내기 위해 고민하는 그 만큼 평화 역시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마음을 먹고 진지하게 한 걸음을 떼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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