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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62호] 비참하다, 그런데 언제는 비참하지 않았나- 가난으로 인해 더 이상 비참해지지 않을 수 있는 사회를 바라며
 작성자 : 전국학생행진
Date : 2014-04-05 02:19  |  Hit : 4,276   추천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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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하다, 그런데 언제는 비참하지 않았나.
- 가난으로 인해 더 이상 비참해지지 않을 수 있는 사회를 바라며
 
 
 비참하군, 그런데 언제는 비참하지 않았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세모녀 사건의 작은딸이 남긴 메모다. ‘세 모녀 사건은 지난 2월 말 생활고에 시달리던 60대 어머니와 30대 두 딸이 반지하방에서 고지서에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월세를 남긴 채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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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서울에서 가난으로 굶어 죽거나 가난으로 인해 자살을 택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준다. 하지만 가난으로 인해 죽음을 택하게 되는 일이 이번만은 아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자살의 4대 원인 중 하나인 빈곤의 문제는 그야말로 한국 사회의 비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국정과제였던 비정상의 정상화1호 과제를 복지 부정수급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지난 해 10월에 정부합동 복지부정 신고센터를 설립하고 부정수급을 근절하기 위해 복지 행정력을 총 동원했다. 이렇게 복지 부정수급 문제가 강조되는 것은 어떤 효과를 낳을까. 현재 복지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복지를 받지 못하게 되는 주요한 원인이 복지 정책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복지를 이용해서 부당하게 수급을 타가는 빈곤층에 있다는 식의 논리를 유포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올 1월에 발표된 복지부정 수급의 실태만 봐도 부당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지난 1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복지부정 신고센터 활동 100일 만에 100억 원의 복지부정을 적발했다.”고는 하지만 실상 빈곤층이 기초생활수급비를 부정하게 타낸 액수는 100억원 가운데 7000만원에 불과했다. 오히려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는 자가 의사나 법인의 명의를 빌리거나 의사를 고용해 불법으로 개설·운영하는 의료기관인 사무장병원에서 빼돌린 돈이 72억 원이었다. 이렇게 빈곤층이 부당하게 받아가는 복지 수급이 문제가 아니라면 가난으로 인해 삶이 비참해지고 심지어 죽음까지 선택하게 되는 빈곤층에 대한 현재 정책이 가지는 문제는 무엇일까.
 
 
복지정책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려면
 
이 분들이 기초수급자 신청을 했거나 관할 구청이나 주민 센터에서 상황을 알았더라면 정부의 긴급 복지지원 제도를 통해 여러 지원을 받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정말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대로 세 모녀가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다면 상황이 달랐을까? 빈곤 관련 단체들과 여러 전문가에 의하면 세 모녀가 기초생활수급자 제도를 알아서 신청을 했더라도 그 혜택을 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한다.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많은 수가 부양의무자 기준과 근로능력기준 등에 부딪혀 복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기준 61세 이상 수급신청자 중 부양의무자 기준 초과로 탈락한 비율은 40%였다.
 
부양의무자란 자신을 부양해줄 수 있는 사람으로 기초생활수급자의 1촌 직계혈족(부모, 아들, ) 및 그 배우자(며느리, 사위)를 가리킨다. 이 중 누구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잡히면 수급 탈락 위기에 처한다. 소득이 잡히는 가족이 자신을 부양할 관계가 아니라도 이를 증명하기는 매우 어렵다. 몇 번의 통화내역을 보고 가족관계 단절을 인정할 수 없다며 수급권이 박탈된 경우도 있다. 직계혈족끼리 처지가 힘들 때 서로 도울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부양의무제는 빈곤을 최대한 개인의 수준에서 해결하는 것을 강제하는 의미가 있다.
 
근로능력 평가 기준이란 2010년에 새롭게 도입되었다.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에게는 자활사업 참가를 조건으로 생계급여를 실시한다. 그러나 실제 취직이 어려운 사람까지도 근로능력이 있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고, 수급신청자들이 근로능력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이나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모멸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수급 신청에서 탈락하거나 누락되는 등의 이유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이 415만 명에 달하는 상황. 과연 이 사람들에게 복지제도를 몰라서복지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말을 할 수가 있을까. 복지 사각지대를 만드는 본질적인 원인은 복지 제도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기준들이다. 연락이 끊긴 자녀에게 소득을 증명해달라고 할 수 없어 수급권 신청을 포기하고, 자존감을 갉아먹는 근로능력 평가와 자활사업 참여 과정 때문에 수급을 포기한다. 친척들의 도움도 거절했다던 세 모녀가 복지제도를 알았다한들 이런 과정을 다 감수하며 수급을 받았을까. 복지제도 앞에서 사람들이 마주치는 것은 혹시 부정으로 수급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심이다. 복지를 권리로 사고할 수 없게 된 사회에서 복지가 필요한 이들은 존엄을 지키기 위해선 권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 지고 있다.
 
지금의 제도 자체가 복지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상가상으로 기존의 제도를 개악하려는 시도가 있어 더 큰 문제다. 세 모녀에게 해당되는 법안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의 개정안이 그것이다. 현행 기초법의 핵심은 정부가 정한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 수준인 가구에 지원을 한다는 것인데, 개정안은 이 최저생계비 개념을 없애고 본래 통합되어 있던 주거, 의료, 교육 등 7개의 급여를 부처별로 쪼개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을 각 부처 장관의 재량에 맡긴다는 내용이다. 수급기준과 급여체계는 더욱 복잡해져 제도의 접근성은 낮아지고, 개별 수급자에 대한 보장성은 축소될 것이다. 현행 기초법의 선정 기준인 최저 생계비가 중위 소득의 38%인데, 개정안에 맞춘 복건복지부의 업무계획에는 생계급여 수급 기준을 중위 소득 30%, 교육급여는 중위 소득 50%로 두고 있다. 생계급여 수급자 수를 줄여서 교육급여 수급자 수를 늘리는 식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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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복지제도의 핵심적인 문제점을 짚지 못하니 개정안은 개악안이 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는 맞춤형 보건복지라는 포장만 번지르르하게 할 때가 아니라, 부양의무제, 근로능력 평가 기준이 낳고 있는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할 것이다.
가난한 이웃들의 삶이 더 이상 비참해지지 않도록, 안타까운 죽음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복지가 권리가 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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