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계는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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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66호] 종자 전쟁, 농업은 누구의 것인가
 작성자 : 전국학생행진
Date : 2014-06-16 13:33  |  Hit : 3,740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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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66]


종자 전쟁, 농업은 누구의 것인가

 

어느덧 한 학기가 마무리되고 여름방학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많은 대학생들이 여름방학 때 무엇을 할지를 계획하며 기말고사가 끝나길 고대할 텐데요. 여행이나 공부, 알바 등 개인적인 계획들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과나 동아리 차원에서 가는 농활에 참여하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이번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66]에서는 농활에 참여하는 여러분들과 농사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책 한 권과 다큐멘터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자본주의에서 농사는 어떻게 지어지는가?

 

여러분들은 농활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답답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일하며 땀도 빼고, 맛있는 새참도 먹고, 같이간 사람들과 신나게 놀고, 농민들의 일도 돕고, 이런 낭만적인 정경이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요즘 대학생 대부분이 도시 출신이고, 또 대부분 도시에서 일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이런 농활은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죠. 그리고 한편으로는 고된 육체노동을 해볼 일이 많지 않을 대학생들이 노동의 가치, 땀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요. 우리야 1주일 동안 일을 하지만, 이렇게 1년간 논밭에서 고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오늘 내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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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노동과 도시의 노동을 연결하는 것이 바로 음식이다.

 

물론 농활에서 단순히 땀의 가치를 깨닫자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고대 중국의 유학자 맹자는 항산(恒産) - 백성들에게는 먹고살만한 재산과 생업이 있어야 한다 - 을 말하며 농업이야말로 경제의 근본이라 말했습니다. 수많은 철학자들이 인간의 본성이 무엇이냐에 대해 논쟁해왔지만, 동양에서 말하는 인의(仁義)든 서양에서 말하는 이성(理性)이든 그런 인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은 먹고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고된 육체노동을 통해 먹을 것을 풍부하게 만들어야 지식노동도 가능한 것이죠. 이 사회의 90%가 다른 노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10%의 농민이 나머지 90%가 먹을 것까지를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18세기의 프랑스 경제학자 케네(Francois Quesnay)경제표를 통해 농산물의 생산과 분배로 경제의 구조를 설명했습니다. 물론 산업혁명 이후 더 이상 토지를 경제의 근원이라 주장할 수 없게 되었지만, 기원전 7,000년 전의 농업혁명 이후 농업노동은 인류의 역사가 전개되는 바탕이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의 변화된 농업에 대해서는 좀 있다 이야기해보죠.)

 

요컨대 인간은 먹는 존재이고, 밥을 만드는 행위가 문명의 기본이라 하나 좀 더 고민해볼 것이 있습니다. 바로 밥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 방법의 문제입니다. 인류 역사상 수많은 문명이 수많은 방식이 있었겠지만, 공통적으로 산업혁명 이전과 이후에 농업의 양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전의 인류는 자신의 노동으로 농사를 지었습니다. 하지만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농업에서도 쟁기나 호미·낫 같은 도구가 아니라 트랙터와 같은 기계가 도입되고 식량생산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합니다. 이를 ‘1차 녹색혁명(Green Revolution)’이라 일컫는데 그만큼 밥을 만드는 방식이 획기적으로 변했다는 겁니다. 그 혁명의 핵심을 농업의 산업화라 정리할 수 있을텐데, 이제는 농사를 지을 때 기계를 사거나 빌려야 하기에 산업자본에 농업이 종속됩니다. 또 대규모의 농사가 가능해지면서 토지 소유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더 작은 토지에서 더 많은 것을 생산하므로 노동 분업에서도 농민의 비중이 확 줄어들게 됩니다. 농업은 명확히 도시에 팔기 위한 상품작물을 지향하게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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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혁명을 통한 농업의 산업화는 밥을 만드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었다.

 

1차 녹색혁명에도 불구하고 식량생산량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20세기 중반에 2차 녹색혁명이 발생합니다. 이는 도구만 기계로 대체한 것을 넘어, ‘토지곡식자체를 산업화된 농업에 적합하게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자연 상태에는 다양한 토질과 다양한 품종의 곡식이 있습니다. 2차 녹색혁명 동안 농화학 기업들은 토질에 상관없이 특정 상품작물을 생산하기 위해 화학비료를 개발하여 토질을 바꾸고 그 화학비료를 통해서 자랄 수 있는 곡식의 품종과 농약을 개발합니다. 또한 기계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 자연의 곡식을 기계에 따라 규격화된 품종으로 대체합니다. 이로써 농업은 완전히 산업화됩니다. 더 이상 토지가 경제의 근원이라 주장할 수 없게 된 것이죠. 토지는 단지 공장이 연장된 공간일 뿐이고, 생명공학에 의해 생산된 비료·농약·곡식과 산업자본이 생산한 기계를 바탕으로 농산업(agricultural industry)'이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녹색혁명은 식량생산량을 엄청나게 증가시켰고 인류를 풍족하게 했지만, 한편으로 몇 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선 곡식의 생산 자체에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첫째로는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토질을 변화시키고 특정한 품종만을 계속 경작하면서 생태위기가 발생하고, 둘째로는 초국적 농화학기업이 농업을 완전히 지배하면서 우리가 어떤 곡식을 어떻게 생산하고 먹을지가 그들의 이윤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한편 곡식의 분배 차원에서 식량생산량은 엄청나게 늘어났음에도 불평등한 분배로 기아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존재합니다. 이번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66]에서 소개드리고자 하는 책은 이러한 농업의 문제들을 종자를 중심으로 다룬 책입니다.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면화의 원산지 인도, 11월 초 인도 남부는 수확 철을 맞았다.

전체 경작지의 20퍼센트가 면화밭인 비다르바 지역은 면화의 주요 생산지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곳에 농민들의 자살이 속출하고 있다.

면화 농사를 짓던 아그라왈 씨의 남편은 농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었다.

면화 씨앗을 사다 쓰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불어난 부채 때문이었다.”

- KBS 스페셜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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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27KBS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의 도입부입니다. 초국적 종자기업 몬산토의 BT면화가 인도에 도입된 이후 지난 10년간 20만 명에 이르는 인도 농민이 자살했습니다. 평균 30분에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입니다. 식량 자급률이 30퍼센트도 안 되는 우리나라 역시 이미 벼를 제외한 거의 모든 농산물을 초국적 종자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큐멘터리는 이러한 사실을 폭로하며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방송 이후 3년이 지나 지난 5, 취재는 됐으나 시간 제약상 방송되지 못한 세계 각국 전문가들의 인터뷰와 문헌 자료, 사진 등 다큐 제작진이 축적한 방대한 분량의 취재물들을 재구성하여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책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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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곡식 대부분은 이러한 초국적 기업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 다큐멘터리와 책을 관통하는 화두는 농업은 누구의 것이어야 하는가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소수의 초국적 농화학기업이 개발한 특정 품종의 종자가 인류가 이제껏 농사를 지으며 대대손손 개발해왔던 종자를 밀어내고 세계의 논밭을 잠식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확인하게 됩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농약에 맞춰 유전자 조작으로 종자를 개발하여 농민들에게 팔고, 심지어 자사의 종자와 농약을 사도록 대출까지 해줍니다. 농민들은 수확한 농산물을 파려면 이런 초국적 기업의 곡물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만 합니다. 농민의 모든 노동이 종속된 것입니다. 책에서는 보통의 통념에 맞서 이러한 기업의 종자 독점이 과연 식량 위기를 해결하는가라는 쟁점 역시 던집니다. 산업화된 농업에서 곡식은 상품이기 때문에 이윤이 되는 작물은 생산을 포기해버리고, 빨리 재배해서 바로 팔 수 있는 품목에 생산이 집중됩니다. 이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단기적인 식량위기를 낳게 됩니다. 또한 장기적으로도 자연의 수많은 품종을 보존하기보다 돈이 되는 소수의 품종만을 남기는 종의 단순화는 위험합니다. 그 종이 질병으로 전멸할 경우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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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밥상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가? 인류는 자신의 미래를 통제할 수 있는가?

 

농업은 우리 인류의 것이다!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먹는 것, 곡식이든 채소든 고기든, 그것은 씨앗으로부터 출발한다. 씨앗은 곧 식량이다. 즉 종자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종자를 차지하기 위한 자본과 자본의 치열한 경쟁, 인류의 미래를 독점하기 위한 종자 전쟁을 시민과 자본의 전쟁으로, 소수가 독점한 종자를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되찾기 위한 전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비아 캄페시나(Via Campesina)식량주권운동과 우리나라에서 최근 움직임이 커진 토종 종자를 지켜 나가려는 운동에 대해서 소개하며 책을 마무리합니다.

 

이렇듯 우리가 일주일 정도 체험하러 가는 농사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얽혀있습니다. 농활에 가서 농사의 가치, 노동의 가치에 대해서도 느껴보고,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고민해봅시다. 삼촌·이모들과 재밌는 얘기도 하면서 농사일에 대한 생각이나 종자 문제에 대한 생각도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나이가 있으신 분이면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통일벼개발과 우리나라의 녹색혁명에 대해 물어봐도 좋겠네요. 농활에 가기 전에 소개드린 책과 다큐멘터리를 보셔도 좋고, 갔다온 뒤에 여름방학에 읽어보며 농민과 우리 먹거리의 생산과 시장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에 대해 살펴보며 대안을 고민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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