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계는가능하다

다세가.jpg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70호] 무엇을 위해 사드를 배치하는가?
 작성자 : 전국학생행진
Date : -0001-11-30 00:00  |  Hit : 2,886   추천 : 2  
   [다른세계는가능하다 70호] 무엇을 위해 사드를 배치하는가.hwp (23.5K) 다운 73


무엇을 위해 사드를 배치하는가?

- 안보를 위해 사드를 배치할 수 있다는 주장을 비판하며

 

  3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사건은 남한 사회에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낳았다. 새누리당이 종북 척결을 내세워 철저한 배후 수사를 강조하는 동시에, 이 사건과 엮어 사드(THAAD; 종말단계 고고도 지역 방어)의 남한 배치, 테러방지법 제정 등 논의를 본격화한 것이다. 이후 사드 배치는 남한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 관계자들을 통해 배치 논의 정황, 심지어 이미 배치 예정 장소들을 실사했다는 소식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왔으며 이에 대한 북한, 중국, 러시아의 강한 반대 의사 역시 끊임없이 보도되며 많은 논쟁을 낳았다. 3월 말, 남한의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가입 결정 여부가 세간의 관심을 모았을 때에도 중국에 AIIB를 내주고 미국에 사드를 내주는식이 되지 않겠냐는 외교적 예측이 쏟아지며 사드는 다시 이슈가 되었다.

  마치 우연처럼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 등 미 국방관계자들이 3월 말 4월 중순까지 잇달아 방한하였으나, 이들은 또 마치 미리 입을 맞춘 것처럼 사드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 표명은 여론을 의식한 일종의 간보기일 것이라 추정할 수 있는데, 그동안 밝혀진 정황이나 미국 본토에서 나오는 발언들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카터 국방장관이 사드 논의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밝힌 지 일주일 만에, 미 태평양 사령관과 주한 미군 사령관, 미 상원 군사위원장 등이 한반도에 사드 배치 논의 진행 중이며, 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발언을 잇달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종합하면 오바마 미 대통령의 임기 종료와 미 대선, 남한 내 정치 상황(성완종 게이트 등) 등의 변수로 구체시기는 옮겨질 수 있으나, 사드 남한 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이며 7월 경 한미정상회담, 10월 한미안보협의회 등 주요한 기점들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한편 새누리당은 41일 진행된 당 의원총회에서 거의 모든 의원이 사드 배치 자체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했으며, 새정치민주연합은 아직까지는 소극적 반대 입장에 있으나, 최근 안보 문제에 있어서 우클릭할 것을 당 내에서 너르게 합의한 상황이기에 사드 배치를 두고 또 다시 종북논란이 불거졌을 때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할 리 만무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드 배치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진정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남한 민중에게밖에 없다. 

  사드 배치의 실효성과 후과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반전평화운동 단체들과 전문가들이 비판해왔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일단 기술적으로 실효성이 없으며 그에 비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있다. -미 양국 정부와 새누리당이 사드 배치의 가장 큰 필요성으로 드는 것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남한을 방어하기 위해서이다. 이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해, 아직 확실히 확인되지 않은 북핵 소형화 정황에 대한 이야기들까지 무성하다. 그런데 사드는 기본적으로 사거리 1000 km 이상 무기를 고고도에서 요격하는 용도인데, 한반도 안에서 남한과 바로 국경을 마주하는 북한이 단거리 저고도 미사일이 아니라 굳이 그런 무기를 쓸 필요나, 길어야 몇 분 안에 남한에 도착할 북 미사일을 고고도에서 요격할 시간적 여유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추가로 아직 실전에서 제대로 검증된 바 없는 무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실효성 부족에도 불구하고 사드는 한 포대에 1~2조원 가까이 되는 초고비용 무기이며, 남한 전체를 포괄하기 위해서는 2~4포대 가량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사드 레이더망 안에 포함되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매우 거센 상황인데, 남한과의 무역 등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 국가와의 관계 악화는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낳지 않겠냐는 제기도 존재한다.

 

우리 안보를 위해서라면 사드를 배치할 수 있다?

 

  그런데 AIIB 사드 맞교환 논란을 겪으며 나온 정부의 최신 입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의 안보는 우리가 스스로 결정해야 할 가장 중대한 일로, 여기에는 외부의 압력이나 경제 논리가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충분히 검토하여 사드가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될 것 같으면 도입하는 것이고 아니면 아닌 것이니 섣불리 움직이지 말라.” 이는 일단 외교적-경제적 압박을 배제하겠단 제스처로 읽을 수 있다. 외교적인 균형관계나 경제 협력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안보이지 않냐는 것이다. 이를 전제로 하면, 이렇게 중요한 우리 안보를 위해서는 북중러의 간섭이 있다 한들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새누리당 의총에서 나온 우리가 죽고 사는 문제인데 중국에게 물어봐야 하냐는 발언은 이러한 주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여기에는 사대 외교같은 논란이 쏟아지는 것과 달리 미국의 압박 때문에 사드 배치를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고 입장을 밝히고자 하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이는 사드의 비용이나 실효성 문제를 모르는 바가 아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것이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된다면, 즉 북한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낫다는 결론이 나면 배치할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간의 논란이나 반발에 일단 제동을 거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이 남한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할 때, 비용 문제는 사드 구매를 막을 이유는 될 수 있으나, 주한 미군이 배치하는 식으로 한다고 했을 때 배치 자체를 막을 근거는 되지 않는다. 유용성 문제를 기술적 쟁점으로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지엽적인 논의로 빠지게 되며, 근거가 북한의 전략이나 기술 상황에 대한 추측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혹시 모르니 배치하자로 귀결되기 쉽다. 지금 사드 배치를 주장하는 이들이 말하듯이 북한이 만에 하나라도 발사각도를 아주 높혀서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지 않냐고 하면, 어떻게 절대로 없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인가? 질문을 그런 식으로 잡는다면 답할 수 없다.

   한편 외교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동아시아 세력 관계가 한미일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로 가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412월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협정 체결 등을 통해 한미일 삼각 동맹이 강고해지고 있으며, 이에 맞춰 일본의 재무장화 역시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427일 진행된 미일 방위 협력 가이드라인 개정은 사실상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미국이 승인한 것이다. 이제 일본의 동아시아 지역 군사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없다. 북중러의 관계 역시 강화되고 있는데,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신무기를 구입하는 것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또한 이 세 국가 역시 지속적인 군비 증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내전, 야권 인사 피살 등을 계기로 서방 국가들에게 문제 국가화하고 있다. 미국 및 유럽 연합 국가들과 러시아의 관계는 계속 악화되고 있으나, 러시아는 이로 인한 경제 제재 등에 아랑곳하지 않고 군비를 증강하고 구소련 시절 영토(크림 반도, 우크라이나 동부 등)들을 다시 러시아 영토로 편입시키려 하는 움직임을 계속 벌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남북 관계는 굉장히 얼어붙어 있다. 2월부터 군사훈련, 미 대사 피습, 사드 배치 등을 통해서 며칠에 한 번씩 도발-재도발 기사를 주고받고 있는 상황이며, 개성공단 임금 문제 등도 있다.

 

   그렇다면 결국 사드 남한 배치는 이러한 복잡한 동아시아 정세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과연 우리 안보와 동아시아 평화에 도움이 될 것인가? 답부터 이야기하자면, 반전평화운동 진영은 그동안 꾸준히 한반도 내의 군사적 긴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이는 군비 증강으로는 불가능하고 6자 회담 등의 대화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실질적으로 군비 경쟁과 절멸의 위기 가능성을 감축할 수 있는 군축이 필수적임을 이야기해왔다. 이와 같은 그간 반전평화 운동의 전통을 부각시키며 이러한 맥락 속에서 사드 배치 반대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겠다. 언제나 우리는 더 적은 무기를 원해왔다. 여기에 있어서 북한 역시도 사드 배치의 빌미가 되는 핵이라는 절멸의 무기를 폐기할뿐더러, 북한 민중들의 인권을 위협하는 지나친 군비 투자와 군 복무 기간을 지속적으로 감축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동시에 이는 남한 보수 세력들이 북한 인권 문제를 말하면서, 사드 배치를 통해 북한 민중의 인권을 크게 위협할 수밖에 없는 북한의 군비 증강을 부추기는 것은 어불성설임을 의미한다. 민중들을 먹여 살릴 식량조차 없으면서 계속해서 신무기를 개발하는 북한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남한의 사드 배치가 북한의 군비 증강 빌미가 되지 않을 것처럼 말하는 것이 내가 바람 펴도 너는 절대 피지 마란 노랫말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러한 태도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북한 민중에 대한 도덕적 책임의 공백이다.

 

진정으로 대비해야 할 상황은 무엇인가?

 

   물론 남북한 양자의 군축을 원칙으로 가져가는 맥락에서부터 사드 배치 반대를 이야기하더라도, 현재 정세 속에서 다시 한 번 이 원칙을 검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먼저 사드가 필요한 상황, 북한이 직접적으로 남한에 핵을 쏘는상황을 생각해보자. 그러한 상황은 사실상 곧 남북한의 전면전을 북한이 각오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한반도의 좁은 면적과 현재 배치된 무기의 양, 한반도를 둘러싼 신냉전 관계를 고려하면 이는 남북한의 공멸로 바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다면 북한이 이러한 전면전을 결행할 요인은 무엇이 있을 것인가? 최근 어느 정도 안정화 흐름을 밟고 있다고는 하나, 지속적인 경제 침체, 식량난, 3대 세습으로 인한 지도력 약화, 남한-중국을 통해 유입된 자본주의 문화 등으로 인해 북한 정부는 현재 내부 다스리기조차 쉬운 상황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군비 증강과 남한, 미국과의 갈등을 내부 봉합에 활용하는 측면이 매우 큰 것은 맞으나, 실제로 전쟁을 감행하는 것은 상시적으로 이데올로기적 적을 상정하고 내부를 다지는 것과는 아주 다른 급의 이야기이다. 덧붙여 통일이 되거나 하면 같이 써야 하는 땅에, 바로 국경 마주하고 있는 곳에 핵을 발사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많은 것들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남북한의 군사력과 경제력, 정치적 안정성 등이 크게 차이나지 않았으며 재래식 화기 위주로 전쟁이 진행되었던 한국전쟁 시기와는 모든 상황이 다르다. 인구 수, 경제력, 정치적 안정성, 핵을 제외한 군사력 모두에서 남한이 압도적 우위에 있다. 공멸을 각오한 것이 아니라면 북한이 쉽게 전쟁을 일으킬 수 없는 이유다.

   전쟁, 핵이라는 것은 만의 하나 경우를 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박도 가능하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보자. 북한이 남한으로 핵 미사일을 기습적으로 발사하는 일이 일어날 정도면, 그것이 과연 사드 배치 여부가 유의미한 상황이 맞을까? 과연 사드를 미리 배치해놓은 덕분에 요격 성공!” 아니면 사드를 미리 배치해놓지 않아서 요격 못함!”, 이런 선택지의 상황일까? 아니다. 이는 앞서 말했듯이 전쟁 발발이다. 전쟁을 개시할 때 북한이 과연 사드로 맞출 수 있는 미사일 몇 개만 얌전히 쏘고 말 것인가? 사드 몇 포대로 다 방어할 수 없는 무기들과 재래식 화력을 총동원할 것이다. 사드의 실전 효과가 검증된 적 없으며 설사 전부 요격에 성공하더라도 폭발이나 방사능 낙진 피해 등을 남한이 받을 수 있다는 것 역시 고려해야 한다. 전쟁이 개시되었을 때 남한은 피해를 피해갈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사드가 있어서 더 나쁠 것이 있냐고 물을 수 있다. 당연히 있다. 남한과 미국이 선제공격능력을 키우는 동안, 북한은 가만히 있을까? 여러 가지 대응책이 가능하다. 핵무기의 수와 질을 높일 수도 있으며 미사일과 로켓의 정확도를 높여 미사일방어용 요격체계와 레이더를 위협할 수도 있다. '맞춤형 억제'의 각 단계에 대응할 비핵군사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북이 최근 실시한 '전술유도탄''전술로켓' 발사훈련에서 알 수 있듯 북은 이미 이러한 대응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사일과 미사일 방어를 둔 군비경쟁에서는 미사일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미사일 방어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지만 미사일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또 미사일 방어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는 반면 미사일은 이미 확인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고비용을 치르고 미사일방어체계를 개발, 배치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적의 장거리포나 유도미사일의 공격에 취약하다. 즉 북한이 언제 어떻게 미사일을 발사할지 모르니 사드를 미리 가져다놓는다는 사고는 사드 배치 그 자체가 이미 볼 수 있듯이 북한을 크게 도발하는 일이며 사드를 배치하면 또 거기에 맞게 북한이 기술 개발과 전략 변경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현실은 마법소녀가 변신하는 동안 악당들은 가만히 손놓고 있는 만화영화가 아니다.

   또한 사드가 필요하다고 가정되는 상황은 내전일 뿐만 아니라 제3차 대전 급의 전쟁이 한반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면 과연 미 일 중 러 중 어느 한 나라라도 가만히 있겠는가? 동아시아 전체가 혼란으로 빠져들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기를 기다렸다가 그때 가서 사드로 맞추겠다는 비현실적인 시나리오를 예비할 것이 아니라, 최대한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일 자체가 없게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만의 하나의 가능성까지 따져가며 막아야 하는 것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이 아니라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을 결심할 만한 상황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드 배치가 최대한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일 자체가 없게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북한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다. 북한이 남한에 미사일을 쏘는 것은 그야말로 쥐가 고양이를 무는 격 내지는 공멸을 예비한 자살 공격인데, 알다시피 쥐는 궁지에 몰릴수록 고양이를 물고 싶어진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격하게 반응하는 것은 덤이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 역시 군비 증강 추세에 들어가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드는 그간 제기해 왔듯이 한미일 MD 체계를 완성하는 일환이며 레이더망이 중국과 러시아 국토를 포괄하고, 일본에 배치된 조기경보 레이더와 연동될 수도 있다. 동북아시아에서 한미일의 군사력이 이 정도로 증가한다면, 중국과 러시아가 가만히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성이 전혀 없는 일이다. 현재 소수의 전략핵무기로 미국의 대량핵무기를 억제한다는 중국 최소억제전략은 남한의 사드 배치로 깨질 것이다. 냉전 시대가 밟았던 끝없는 군비경쟁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더해 사드가 남한에 있으면 전쟁 발발 시 북중러의 타격 대상이 남한 내 사드 기지가 될 가능성이 오히려 굉장히 커진다. 사드는 북한으로부터 남한을 방어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로부터 일본과 태평양 일대를 방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드를 통해 남한 입장에서 얻는 것은 별로 없는 반면 잃는 것은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잃는 것은 별로 없는 반면 얻는 것은 많은 쪽은 미국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실제 전쟁에서 지정학적 위치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러시아 군비 증강과 우크라이나 내전에 대한 유럽과 미국의 반응은 꽤나 다르다. 세계적 질서 유지를 위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은 같을 것이나, 유럽은 바로 옆에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전쟁 자체를 빠르게 종식시키려는 쪽으로 개입해왔다. 반면 미국은 러시아가 잘못했으니 군사 투입을 늘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이와 무관할 리 없을 것이다. 미국은 언제나 북중러의 위협을 방어하고자 했으며, 남한에 사드 배치를 하지 않는다 하면 괌에 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차피 북중러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당연히 괌보다는 바로 그 근처에 있는 남한에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드는 (실전에서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가정한다면) 미국의 MD체계를 완성함으로써 미-일 국토 방어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드의 원래 목적인 긴 사정거리 고고도 요격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반도에 투입되는 미군을 방어하는 데에도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논했듯이 사드는 한반도의 평화는 지킬 수 없다. 사드는 남한 입장에서 북한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는 미군의 입장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평화를 위한다면, 사드 배치 논의를 중단하라!


   더 많은 무기를 통해 더 강력한 평화를 쟁취할 수 있다는 믿음은, 역사적으로도 사실이 아니었을 뿐더러 현재 동아시아 정세에도 전혀 맞지 않다. 진정으로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를 생각한다면 전쟁이라는 문제와 남북관계를 좀 더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금 사드 배치에 대해 이뤄지는 논의는 언젠가 북한이 갑자기 핵을 쏠지도 모른다식의 비이성적인 공포, 내지는 그것을 조장하려는 의도에 근거하려 이뤄지고 있으나 필요한 것은 그러한 극단적 상황을 평화적으로 막아내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고민하는 일일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당장 필요한 조치들은 많다. 미일 방위 협력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그야말로 선을 넘고 있는 한미일 동맹의 폐기, 북한을 더욱 자극할 뿐인 북한인권법과 북한인권사무소 폐기 등이다. 이러한 실질적 움직임 없이 실효성 있는 대화가 이루어지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평화를 위한 길에 사드 배치는 없다. 평화를 위한다면 사드 배치 논의를 중단하라.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Me2Day로 보내기 게시글을 요즘으로 보내기

 
 

Total. 90
추천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82호] 국정농단 민생파탄 비선실세 정… 전국학생행진 2016-11-03 17086 0
78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70호] 무엇을 위해 사드를 배치하는가? 전국학생행진 0000-00-00 2887 2
77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69호] ‘연금다운 연금'을 만들기 … 전국학생행진 2014-10-29 4775 1
76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68호] 부자만을 위한 '희망의 새 시… (1) 전국학생행진 2014-08-25 5660 1
75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67호]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은 우리 사… 전국학생행진 2014-07-26 2872 0
74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66호] 종자 전쟁, 농업은 누구의 것인가 전국학생행진 2014-06-16 3741 0
73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65호] 지금 대학에 필요한 것은 구조조… 전국학생행진 2014-06-03 2723 0
72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64호] 세월호 사건에서 기억해야 할 것 … 전국학생행진 2014-05-06 2977 0
71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63호] 오바마 방한을 맞아 묻다 : 한미… 전국학생행진 2014-04-23 2638 0
70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62호] 비참하다, 그런데 언제는 비참하… 전국학생행진 2014-04-05 4289 1
69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61호] 키 리졸브의 역설 - 전쟁을 막는 … 전국학생행진 2014-03-13 3210 0
68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60호] ‘의료 공공성 = 당신이 아플 때 … 전국학생행진 2014-01-22 3267 0
67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59호] 우리는 왜 이제야 안녕하냐고 묻… 전국학생행진 2014-01-07 3046 0
 1  2  3  4  5  6  7  8  
AND OR

신자유주의에 맞서 대안세계화로! 전국학생행진  |  이메일 stu_link@hanmail.net 맨 위로
정보공유라이선스 이 홈페이지에서 전국학생행진의 모든 저작물은 '정보공유라이선스 2.0 : 영리금지'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