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계급의 야만에 맞서 노동개악과 공안탄압을
막아낼 더 큰 투쟁을 준비하자.
11월 14일 광화문 광장은 우리에게 정치의 복원을 위한 공간이었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는 13만명의 집회참가자들에게도 국민들에게도 절박한 날이었다. 집권 3년차를 맞아 폭주기관차처럼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개악에 강력한 브레이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위기를 민중들에게 전가하려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막아내고 국정교과서에 반대하지 않으면 우리의 일상이 위태로워 질 것은 뻔했기에 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국민들의 외침에 정권은 폭력으로 대답했다. 정권은 몇 년 전부터 시민들의 기본적 정치의사를 표현할 공간을 ‘점유’하는 형태로 의견 표출 자체를 막아왔다. 이번 민중총궐기 역시 집회가 시작도 되기 전부터 차벽으로 광화문 일대를 둘러싸며 집회 자체를 통제하고 막았다. 이에 항의하는 국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무차별적인 경찰의 물대포와 최루액뿐이었다. 그날 우리가 넘고자 했던 것은 단순한 경찰차벽이 아니었고 우리가 거부했던 것은 공권력의 권위가 아니다. 우리는 시민들의 정치의사의 표현마저 막아서는 정부의 기만과 불통을 넘어서고자 했다.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경찰의 폭력과 야만을 거부하고자 했다. 그렇기에 시위대가 광화문 광장을 되찾는 것은 단순히 집회 공간을 되찾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동안 삭제되었던 정치의 공간을 다시 되찾는 것이다. 정치에 대한 환멸과 냉소로 가득 찬 대한민국을 바꿔나갈 신호탄이 바로 그 공간에서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민중의 열망이 담긴 민중총궐기는 개최도 못한 채 수많은 사람들이 경찰 차벽 앞에서 무력함과 분노로 쓴 눈물을 삼켜야 했다. 11월14일 민중총궐기는 불법시위와 공권력의 대치가 아니다. 바로 21세기 대한민국 국민들의 끝없이 추락하는 시민권이 현실에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11월 14일 광화문 광장은 지배계급의 무능을 들키지 않기 위한 마지막 저지선이었다.
무능한 정부는 국민의 의견을 듣기를 두려워한다.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소통의 부재는 자신들의 무능에서 비롯되었다. 박근혜정부는 이번에도 자신들의 무능을 감추기 위하여 시민들의 정치를 무력으로 짓밟았다. 한 국가의 정부가 이야기 했다고는 상상도 되지 않는 발언들을 통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를 불법시위로 몰아갔던 정부의 태도에 대해 우리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발표한 담화문은 ‘불법필벌’이라는 말로 어깃장을 놓고 있다. 이 경솔한 담화문은 결국 본인의 사퇴서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새누리당의 각종 막말은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에서 처참한 결과로 드러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또한 당일 물대포 진압을 놓고 비판이 거세지자 비판을 면하기 위해 진행한 물대포 시연은 기자들의 공분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비웃음까지 사고 있다. 이미 경찰인권위원회 위원이었던 한상희 교수가 민중총궐기 과잉진압에 대한 항의로 사임한 것만 봐도 당일 진압에 대한 정당성은 없다. 가슴이상의 직사 살수 금지라는 최소한의 안전 규칙마저 어긴 경찰의 진압은 ‘살인’ 진압이 분명하며 이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불통정치에 맞서 노동개악 막아내고 공안탄압 박살낼 더 대중적인 투쟁을 결의한다.
박근혜 정부는 앞에서는 공안탄압 국면을 조성하며 기만적인 물타기를 시도하면서 뒤로는 노동시장구조개악, 한중 FTA 추진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월 10일 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 법안, 노동개혁 법안, 한중 FTA 비준안 등을 연내 처리할 것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문한 노동개악은 노동자를 쉽게 해고하고, 평생비정규직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고 한중 FTA 비준안은 그간 처절하게 외쳐왔던 농민들의 생존권을 철저하게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전 국민을 조준하고 타격대상으로 삼아 우리의 삶을 옥죄어 오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맞서 민주노총에서는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점점 경찰의 살인진압으로 인한 국민적 규탄 여론이 거세지고 있으며 종교계, 학계, 법조인, 인권단체 등이 더해서 더욱 위력적인 투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정부의 무리한 탄압이 결국 더 센 대중적 저항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우리는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날 외쳤던 노동시장 구조개악 반대, 국정화 반대 등 11개 요구안의 정당성을 끊임없이 대중들과 합의해나갈 것이다. 벼랑 끝 민중의 삶에 대하여 아랑곳없는 무능한 정권의 야만을 막자. 불법이라는 프레임을 뛰어넘어 우리 요구의 정당성을 쟁취할 때 미래는 현재 우리의 투쟁을 승리한 투쟁이라고 기억할 것이다.
2015년 11월 19일
전국학생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