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일해서 죽고 마는 사회
-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죽음을 추모하며
CJ대한통운이 국내 택배업계 1위를 지키는 비결은 살인적인 노동 강도 1위에 있었다. 택배기사들은 하루 16시간 동안 택배 400~500건, 한 달에 1만 건을 쉬지 않고 나르고 배달한다. 아파도 링거 맞고 일하고, 죽을 만큼 힘들어도 일한다. 그리고 최근, 10여 년 간 택배기사로 일한 CJ대한통운 30대 노동자가 지난 3일 오후 택배 일을 마치고 뇌출혈로 쓰러져 4일 오전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쓰러진 당일에도 그의 손으로 수 백 개의 택배가 배달되었다.
살인적인 노동량, 하루 4~5시간 무료노동, 1000원도 안 되는 택배 수수료 – 감내하거나 그만두거나
택배기사들은 살인적인 노동 강도와 그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을 감내하며 일하고 있다. 터미널에서 택배를 분류하고 차에 싣는 ‘상차’ 업무는 평균 4~5시간이 걸리지만 따로 근무수당이 없다. 업체는 ‘택배 수수료에 상차 작업 수당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지만, 택배 수수료는 건당 평균 720~780원 수준인데다가 배달에 필요한 유류비, 통신비, 밥값, 트럭 수리비, 근무복 구입 등은 모두 택배기사들이 자비로 해결하고 있다. 실제 임금 수준은 하루에 몇 백 건을 처리해야지만 생활이 유지될 정도로 매우 낮다. 또 택배기사들은 직계가족의 경조사가 있을 때만 회사가 대체 근무 비용을 부담하고, 병가나 개인사유로 일을 쉬면 그 비용은 해당 기사가 물어야만 한다.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 중 95%는 CJ대한통운과 계약을 맺은 지역별 대리점(하청)에서 근로계약을 맺고 ‘개인사업자’(특수고용직) 신분으로 일하고 있다. 특수고용직의 특성 상 언제 계약이 해지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건당 수수료 임금 체계로 생활을 꾸려야 하는 상황 때문에 택배기사들은 쉬지도 못한 채, 과도하더라도 할당된 물량은 모두 책임져야만 한다. 택배기사들은 일은 절대 쉴 수 없다. 살인적인 노동을 감내하며 생(生)을 위협받거나, 아니면 일을 그만두고 생계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유통업계의 치열한 배송경쟁 - 회사들 웃는 와중에 죽어나는 노동자들
쿠팡의 ‘로켓배송’을 필두로 현재 유통업계에서의 배송경쟁이 치열하다. 쿠팡 뿐 아니라 많은 온라인 마켓에서 ‘24시간 당일배송 정책’이 당연해지는 등 너나할 것 없이 빠른 배송을 약속하며 고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택배업체들은 자신들이 배송을 따내기 위해서 ‘빠른 배송’과 ‘낮은 가격’을 제시한다. 물론 ‘빠르게 배송’해야 하는 것도, 그에 대한 ‘낮은 대가’를 받는 것도 택배업체가 아니라 모두 택배기사들의 몫이다. 또 당일배송에 실패하면 택배기사는 건당 수수료의 몇 배나 되는 벌금을 내야하는 등 책임도 택배기사가 알아서 져야 한다. 이렇게 해서 경쟁이 치열한 와중에도 택배업체들은 영업이익을 보존한다.
택배기사가 과도한 업무로 돌아가시고 난 후 한 달 가까이 되어가지만 CJ대한통운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CJ대한통운은 ‘하청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들’에게, 고객 불평이 접수되면 벌점을 주고 별도의 교육을 실시하고 또 24시간 당일배송을 지시하는 등 실질적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사용자다. 또 택배기사들이 링거를 맞으면서까지 일하고 과로사 직전까지도 일을 한 덕택으로 실제로 이득을 보고 있는 것도 CJ대한통운이다. 제2, 제3의 택배기사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CJ대한통운은 원청으로써 책임을 다하라! 유통․택배업계는 택배기사들을 과도한 업무로 내모는 건당 수수료 임금체계, 당일배송 정책, 비정규직과 다름없는 특수고용을 중단하고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16.6.27.
전국학생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