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의 원인을 개인의 일탈로 환원하는 검찰을 규탄한다!
2016년 7월 10일 검찰이 지난 5월 발생했던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였다. 이어 다음날인 7월 11일에는 ‘여성 등 사회적 약자 대상 강력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이미 경찰이 사건이 발생한지 불과 이틀 만에 본격적인 수사 과정이 진행되기도 전에 ‘이번 사건은 여성혐오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바 있고, 이에 대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번 사건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결코 분리해서 바라볼 수 없음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지난 두 달여간의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검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와 후속대책의 기본적인 시각은 강남역 살인사건의 원인을 개인의 일탈로 환원하면서 여성혐오라는 사회적 맥락은 철저하게 지워내려고 한다는 점에서 지난 5월의 경찰의 시각과 다른 바가 전혀 없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강남역 살인사건의 피의자는 평소 피해망상으로 인해 여성에 대한 반감 내지 공격성을 띠고 있으며, 범행 결심 후 화장실 안에 숨어서 혼자 다니는 여성만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한다. 피의자가 여성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으며, 범행 대상으로 여성만을 노렸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가 이번 사건의 주요한 배경 중 하나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여성혐오와는 ‘무관하다’며 아예 선을 긋는 검찰의 태도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검찰은 피의자가 여성 관련 자료와 성인물을 여러 차례 검색한 점, 어머니로부터 소개받은 여성과 잠시 교제한 경험도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여성이라면 무조건 싫다’는 식의 신념 체계가 있던 사람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주장이야말로 성차에 대한 사법기관의 몰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여성혐오(misogyny)는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도록 하)는 사회·문화적인 기제들을 통칭하는 개념이지, 개개인이 여성을 감정적으로 싫어함을 의미하는 것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후속대책 역시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여성 등 사회적 약자 대상 강력범죄 종합대책’은 형량을 높이고, 전자발찌 및 보호관찰을 강화하는 등의 강력범죄자 처벌 강화와 경미한 범죄에 한하여 상담·치료를 조건으로 기소유예 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정신질환자 치료 강화를 골자로 한다. 하지만 처벌 위주의 강경한 성범죄 대책에도 불구하고 성범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강남역 살인사건의 피의자가 앓고 있다는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율은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들의 그것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은 강남역 살인사건의 원인 및 배경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들이다. 또한 이번 후속 대책은 여성에 대한 폭력의 원인으로 개인적 일탈만을 강조할 뿐 성차에 따른 권력관계를 탈맥락화하면서 여성들을 보호의 ‘대상’으로 한정한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한국여성의전화의 통계에 따르면 언론에 집계된 사건만 집계해도 여성들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살해당하거나 미수에 그치는 일이 최소 2.4일에 한 번 일어난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에 대한 극단적인 폭력은 일상적이면서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남역 살인사건이 여성혐오와 관계가 없다고 선부터 긋고 보는 이번 검찰 발표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의 진짜 원인을 가리며, 후속 대책 역시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기보다는 보호의 ‘대상’으로만 한정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은폐하고 여성을 보호의 대상으로 한정하는 검찰을 규탄한다! 검찰은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그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는 ‘여성 등 사회적 약자 대상 강력범죄 종합대책'을 전면 재검토하라!
2016. 0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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