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 상설협의체는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를 폐기하라!
지난 5일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를 발표했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현행 최장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노동계의 견해를 듣겠다고 하지만 여야와 정부가 합의한 것이기에 입법으로 이어질 것이 명확해 보인다. 일주일 최장 연장근로시간 상한 12시간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한 ‘주 52시간’이라는 조치에 기업의 부담을 운운하면서 보완책을 내겠다던 정부·여당이 결국, 또 한 번 노동정책을 후퇴시켰다.
탄력근로제는 일정 기간 내의 노동시간 총량을 정해두고 그 기간 내에서 일이 많을 때 노동시간을 늘리고 일이 적을 때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장시간 노동이 필요한 주에는 최대 주 64시간을 일하게 하고, 그렇지 않은 주에는 노동시간을 낮춰 3개월 단위로 평균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맞추는 것이다. 단위 기간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더욱 탄력적으로 노동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이번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는 유연근무제 등과 함께 노동시간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변화이다. 저성장이 일반화된 시대에 맞게 특정 시기의 ‘노동밀도’를 높이는 ‘압축 노동’으로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 변화에 노동자의 시간은 더욱 자본의 필요에 맞게 재구성되며, 재구성의 방향은 ‘장시간 불규칙 노동의 강화’이다. 이 변화에서 기업은 노동비용의 감소를 얻겠지만, 노동자는 건강권을 위협받는다.
이미 한국의 노동시간은 충분히 불규칙적이다. 중소하청업체에서는 수출제조업 재벌의 산업주기에 따라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특정 시기에 연장근로, 야간근로를 밥 먹듯이 해왔다. 일주일에 이틀만 퇴근한다는 ‘크런치 모드’로 잘 알려진 IT업계의 노동관행으로 인해 IT 노동자가 ‘죽음’을 택한 것이 겨우 2년 전이다. 이와 같은 장시간 노동의 문제, 과로사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주 52시간으로 장시간 노동 제한 조처를 한 것인데,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그 조치를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민중을 기만하고 있다.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를 폐기하라!
한국은 하루 노동시간의 제한이 없다. 사후적 규제로서 연장근로에 대한 근로감독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탄력근로제와 유연근로제의 확산은 장시간 노동을 유지하고, 자본의 필요에 맞는 불규칙 노동까지 강화할 것이다. 그 결과는 노동자의 건강권 후퇴이다. 특히 본인의 노동시간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가 어려운 중소영세기업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그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올해만 해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주 52시간 노동제한의 단계적 적용에 이어 이번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까지 노동 정책은 끝없이 후퇴하고 있다. 이에 맞서 노동자 스스로의 ‘노동시간 통제권’을 쟁취하는 투쟁을 통해 탄력근로제, 유연근로제 확산을 저지하자!
2018.11.7.
신자유주의에 맞서 대안세계화로!
전국학생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