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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의대생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생존을 요구한다!(08/31)
 작성자 : 전국학생행진
Date : 2011-09-02 00:23  |  Hit : 1,742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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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의대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생존을 요구한다!






가증스러운 것들


가증스러운 일이었다. 이미 6년간 동고동락했던 동기에게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행동들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고, 진심어린 사과조차 하지 않았던 그들이었다. 거기에 더하여 지난 29일, 각종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자신의 동료이자 또한 피해자의 동료이기도 한 고대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피해자가 평소에 이기적이다, 아니다', '피해자가 평소에 성적으로 문란하다, 아니다', '피해자는 싸이코패스다, 아니다' 등의 조항을 포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아무리 간곡한 사과와 반성을 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가해자들과 그들의 부모라고 하는 사람들은 진심이 느껴질 만큼의 사과를 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적반하장 격으로 협박과 합의종용, 피해자에 대한 악담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뻔뻔함이 참으로 가증스럽다.




놀랍지만 놀랍지 않은 이야기_ 2차 가해


이와 같은 가해자들의 행각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더 놀라운 점이 있다. 수없이 많은 성폭력 사건들을 돌이켜봤을 때, 이번과 같은 가해자들 또는 가해자들의 주변인에 의한 2차 가해는 놀랄만한 일이 되지 않을 만큼 흔한 일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에게 탓을 돌린다. '먼저 유혹했다', '야한 옷을 입었었다', '거기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뭐든 괜찮다는 의미인 줄 알았다', '저항하지 않았다' 등등. 가해자들이 실시했던 설문조사가 유도하고 싶었던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그래서 자신들의 행동들을 어떻게 항변하고 싶었는지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피해자는 이기적이었고, 성적으로 문란했고 심지어는 싸이코패스였다면 자신들의 죄가 조금이라도 덜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당연히도 피해자의 성격, 성적 경험의 여부와는 전혀 무관하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가했던 죄의 무게는 전혀 가벼워지지 않는다.






반복되는 성폭력 사건의 비극적인 전개


대부분의 성폭력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은 비극적이다. 어떤 공동체 속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나뉘는 사건들은 대부분 가해자가 공동체에서 쫓겨난다. 하지만 유독 성폭력 사건들에서는 거의 매번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공동체를 떠나게 되며, 심지어 대부분의 성폭력 피해들은 '사건'도 되지 않고 지나가버린다. 잘못을 저지른 것은 가해자이지만, 오히려 피해자가 '더럽혀진 채',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더 많이 봐야 한다. 이번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가해자의 부모가 피해자에게 “이런 게 알려지면 가해자도 이제 끝난 거지만 피해자도 이제 끝난 것이다.”라고 한 말은 경악스럽지만 한편으로 수많은 성폭력 사건에서 수도 없이 반복되었던 말들이다.1) 과연 이번 성폭력 사건에서 이런 비극적인 전개가 반복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닌 듯하다.




고려대 의대생 성폭력 사건, 이번 결말은 달라야 한다


이번 성폭력 사건의 결말은 달라야 한다. 가해자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얼마만큼 잘못한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피해자는 수치스러운 기억과 배신감과 상처를 안은 채 공동체를 떠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상처는 치유될 수 있어야 하고 당연히 고려대라는 공동체에서 떳떳하게 생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려대라는 공동체도 더 성숙해져야 한다. 단지 내부의 파렴치한 몇 명을 쫓아내며, '이 놈들은 우리가 아니다'는 말로 고려대에서 성폭력 문제에 대한 알리바이를 얻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를 끊임없이 긴장하고 반성해야 한다. 反성폭력 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피해자의 생존을 요구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번 고려대 의대생 성폭력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고려대학교 당국이 가해자들에게 강력한 징계2)를 내릴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가해자들이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것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폭력이라고 하는 것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는 극단적인 폭력인지를 학교 당국이 분명하게 인지하고, 피해자의 치유와 피해자가 속했던 공동체에서 피해자의 생존에 대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고려 속에서 단순히 징계의 수위만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피해자가 캠퍼스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인지 매우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계획하기를 요구한다.





징계를 넘어서서 학교가 할 수 있는 일들


이에 걸맞게 학교 당국이 할 수 있는 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가해자들에 대한 교육이다. 명백한 2차 가해인 설문조사가 3개월 전의 일이었다고 하고, 그 사이에 사회적 지탄 속에서 가해자들의 자신들의 저지른 일들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느꼈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단지 그들의 행위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아는 것과 왜 잘못된 것인지, 그리고 피해자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서 아는 것은 다른 일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잘못을 반성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이는 진정 교육이 필요한 일이고, 어떠한 징계가 내려지든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또한 학교 당국은 가해자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학교 내 구성원들에 대한 교육에 나설 수도 있다. 교직원들에 대한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며,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리엔테이션에서 성폭력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을 넣을 수도 있다. 反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수업을 개설하여 필수 수업으로 만든다면 졸업요건으로 한자와 영어의 자격 조건을 정하는 것과는 비할 수 없게 가치 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고려대학교 당국이 이번 사건을 통하여 성폭력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교육적 입장에서 성폭력 사건 해결에 의지가 있으며, 그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피해자의 생존을 고민하며, 우리는 무얼 해야 하는가


학생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학교 당국에 강력한 징계를 요구하는 것은 빠르고 쉬우며 정당한 길이다. 그러나 그것에만 집중하면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피해자의 생존이다.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를 입고 사회적 죽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어야 한다. 가해자의 징계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성폭력 피해자가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주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징계를 넘어서서 피해자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며, 더 나아가 고려대라는 작은 사회가 성폭력의 문제를 인식하고 다루는 데에 있어 스스로 달라져야 할 것이다.


고려대 학생행진은 이와 같은 입장에서, 이번 고려대 의대생 성폭력 사건이 알려진 직후 여학생위원회와 석순, 생활도서관과 그 밖에 이 문제의 해결을 고민했던 반성폭력 연대회의와 함께 활동할 것이며, 오랫동안 해왔듯이 교내에서 반성폭력 운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1) 이번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도 매우 전형적이다. 으슥한 골목에서 낯선 정신 이상자에 의한 성폭력이 아닌, 평소 친분과 신뢰관계가 있고 사회적으로는 멀쩡한 사람에 의한 성폭력은 성폭력 사건의 다수를 이룬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매우 친한 사이였으며, 피해자의 언니도 가해자들을 알고 지냈을 만큼 친한 사이였다고 한다.

2) 2006년 이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출교'라는 징계 조항은 2006년 출교사태 이후 고려대학교와 관련된 사람들은 누구나 아는 것이 되었다. 이번 성폭력 사건의 해결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출교는 고려대학교가 가지고 있는 징계 조항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조치로써 많은 사람들에 의해 요구되었다. 그러나 고려대학생행진에서는 한편으로 2006년 출교사태에서 출교는 학교 당국이 학생 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조치로 사용되었다는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과연 대학이 자기 구성원의 기록을 완전히 말소하고 쫓아내 배제해버리는 출교라는 조항이 있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다.







신자유주의에 맞서 대안세계화로,

고려대 학생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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