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형, 「NAFTA와 멕시코(1994~2006)」, 『경제와사회 2007년 겨울호』
*이성형 -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정치학)
*한미FTA를 둘러싼 찬반양론에서 NAFTA와 멕시코의 경험은 주요한 준거틀이 된 바 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토론에서 멕시코 사례에 대한 해석은 다소 왜곡되어 아전인수격으로 인용되었다. 필자는 멕시코의 NAFTA 경험이 우리의 FTA 토론에서 반면교사의 역할을 하겠지만, 우리가 겪을 향후 경험과 동일시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멕시코 사례가 지닌 해석의 맥락을 염두에 두고 지난 12년간의 경험을 반추하고자 한다. NAFTA 예찬론자들은 협정이 멕시코의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증대시켜, 더 나은 임금과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전략가들은 이런 시나리오에 따라 미국에 유입되는 불법이민의 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NAFTA가 체결된 지 12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보면 이 시나리오는 예상과 달리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제조업 수출이 증가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내수산업의 침체를 동반한 역내무역의 증가로 귀결되었다. 경제성장률의 실적도 NAFTA 이전 10년 전이랑 별 다를 바 없고, 1960~1970년대와 비교하면 크게 미달된다. 노동자의 실질임금도 하락했고, 노동시장의 비공식 부문화도 크게 진행되었다. 전반적으로 직업의 안정성과 노동조건은 크게 악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농업 부문의 위기는 식량주권의 상실, 일자리의 대규모 상실로 이어져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고, 이로 인해 농업노동자의 이촌향도와 불법이주가 증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 50~60만 명에 이르는 불법이주민이 미국 국경을 넘어가고 있어 양국 관계는 불편한 상황인데, 이것이야말로 NAFTA의 '깨어진 약속'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