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자살’
2010년 10월, 건설일용직으로 일하던 가난한 아버지, 장애를 갖게 된 아들의 수급권을 위해 자살.
2010년 12월,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급권 얻지 못하던 노부부 동반 자살.
2011년 4월,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권 받지 못하던 김씨 할머니가 폐결핵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병원 오가다 거리에서 객사.
2011년 7월, 청주의 시설에서 생활하던 노인이 자녀의 소득으로 인해 수급 탈락 통보를 받자 시설에서 투신.
2011년 7월, 남해 노인요양시설에서 생활하던 70대 노인,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급탈락 통보받고 자녀에게 부담되는 것 고민하다가 자살.
2012년 2월, 양산의 지체장애 남성, 자녀 소득으로 수급 탈락하자 집에 불을 내 자살.
2012년 8월, 거제 70대 할머니, 수급권 탈락을 원망하는 유서 남기고 시청 앞에서 음독자살.
2012년 9월, 수급 탈락한 68세 노인, 치매 부인의 수급자격 유지를 위해 자살.
이 죽음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기초생활수급제도에서 규정한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권이 탈락된 것을 비관해 스스로 삶의 희망을 놓아버렸다는 점이다.
똑같은 이유로, 사람들이 계속해서 죽어가고 있다. 무언가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 무엇이 문제인가?
현재의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전 국민의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권리로서 보장한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비현실적으로 낮은 최저생계비와 여러 가지 독소조항으로 인해 광범위한 복지의 사각지대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탈락되는 사례가 특히 많은데,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소득과 재산 모두 최저생계비 이하이지만 서류상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빈곤층이 60만 가구, 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생활보장제도에 규정된 ‘부양의무자’는 ‘1촌의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를 의미한다. 본인의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라 하더라도 수급을 받기 위해서는 다음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부양의무자가 없어야 한다. 둘째, 부양의무자가 있을 경우 본인과 부양의무자 합산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30% 미만이어야 한다. (최저생계비 기준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낮은 마당에, 두 사람이 함께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 최저생계비의 130%라는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기준이다.) 셋째, 만일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기피하는 경우에는‘부양능력 없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가족관계가 끊겨 연락이 안 되는 등 증명을 하기 힘들 경우에는 수급자가 되지 못한다. 이쯤 되면 수급혜택을 주기 위해 만든 법인지, 수급을 못 받도록 걸러내기 위해 만든 법인지 그 취지가 의심스럽다.) 넷째, 만약 부양의무자와 본인의 합산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30%를 넘을 경우, 부양의무자의 소득에서 ‘간주부양비’라는 것을 추정하여 그만큼을 삭감하고 지급한다.
문제는 부양의무자로 규정된 사람이 실제로 부양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본인과 부양자의 ‘동반 추락’을 강요한다. 바로 이런 이유로 부양자가 자살하거나, 부양자에게 부담이 되기 싫은 수급탈락자가 자살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
이렇듯 부양의무자 기준은 빈곤의 책임을 개인과 가족에게 떠넘기는 ‘빈곤의 사슬’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복지를 위해 일한다는 보건복지부는 이 조항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앞서 언급한 죽음들에 대해서도 “제도적 문제점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라고 일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타워팰리스에 사는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다고 하면 국민정서에 맞겠느냐”와 같은 비유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수급자들의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100만 명의 사각지대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수급자들의 가족과 친족 역시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현실을 보건복지부는 애써 눈감고 외면하고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빈곤층의 가족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짐이 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들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라.
안철수 대선 후보는 지난 7일 비전 선언문에서 거제 70대 할머니의 음독자살을 언급하며, 복지부가 국세청 일용근로소득 자료를 근거로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중 상당수의 자격을 기계적으로 박탈한 결과라고 지적하며, 장기적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아직까지 명확하게 정책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할머니의 죽음을 그저 언급하고 이용만 할 생각이 아니라면, 할머니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잘못된 제도에 대한 대책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제도적 문제점으로 인해 절망적 빈곤 속에서 죽어간 사람들, 이것은 사회적 타살이다. 하기에 모든 대선후보들은 이 죽음들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게다가 세 후보들 모두 ‘복지’를 입에 담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복지제도라는 이름을 달고 가난한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해서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어느 후보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우리는 대선후보들에게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것을 비롯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빈곤층의 현실에 맞게 개정할 것을 요구한다. 이 요구를 묵살한다면, 후보들은 ‘서민’, ‘복지’라는 말을 더 이상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
함께합시다!!
1.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농성장에 방문합시다.
2.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10만인 엽서쓰기, 100만인 서명운동에 참여합시다.
3. 10/17 빈곤철폐의 날 결의대회에 함께합시다.
4. 10/20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농성중간보고대회에 함께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