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진실은 편지 밖에 있다.
고(故) 장자연 씨 사건을 다시 제대로 수사하라!
지난 16일, 경찰은 고 장자연 씨가 전모 씨에게 보냈다는 편지가 위조되었다는 국과수의 발표와 함께 사건 수사를 종결하겠다고 발표했다. 2년 전 검경의 무책임한 수사로 인해 끝내 진실이 밝혀지지 못한 채 묻혀버렸던 고 장자연 씨 사건이 다시 한 번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다 묻히게 된 것이다. 경찰은 마치 이번 편지가 고 장자연 씨 사건의 진위를 판단하는 근거인 양 발표하였지만 사건의 진위는 이미 2년 전에 발견되었던 고 장자연 씨의 친필 편지에 드러나 있다. 전모 씨가 제출한 편지가 진짜가 아니라고 해서 고 장자연 씨가 겪었던 일들마저 진실이 아닌 것으로 덮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고 장자연 씨가 죽음을 통해 고발했던 연예계와 권력층의 가해자들은 누구 하나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으며 뿌리 깊은 성 착취 관행을 해결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변화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바로 그 때문에 3년 후 다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가려지고 고인의 억울함만 다시 남았다.
이번 사건의 공범은 여성 비하와 성희롱을 일삼는 정치인, 성 접대를 당연히 여기는 검사 조직, 정·재계 및 언론 권력과의 성 접대를 통한 유착을 오랜 관행으로 삼아 온 연예 매니지먼트사들과 권력을 이용해 이와 같은 관행을 고착시켜 온 권력자들 모두이다. 이러한 관행 속에서 많은 여성 연예인들이 호소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권력과 폭력에 짓눌리며 힘든 시간들을 간신히 견디거나, 끝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고 있다. 결국 이와 같은 악순환이 지속되는 한, 이유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죽어갈 제 2, 제 3의 장자연이 얼마든지 다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16일 한겨레신문은 검찰이 2009년 당시 참고인으로부터 조선일보 일가에 대한 증언을 들은 후 이들을 수사하고도 결과 발표 때에는 수사 사실 조차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수사되지 않고 보도조차 되지 않는 수많은 의혹들이 최소한의 진실 규명도 이루어지지 못한 채 남아있다.
2009년 고 장자연 씨의 편지에는 주민등록번호와 지장까지 있었다. 그만큼 고인이 진심을 담아 세상에 남기고 싶었던 진실은 아직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고, 잔인한 현실은 계속되고 있다. 사건의 진상이 온전히 드러나고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 이상 의혹과 고통은 계속될 것이다. 검찰은 사건을 이대로 덮을 것이 아니라 이참에 2009년 사건 수사 당시 드러났던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여 2009년에 밝혀지지 못했던 진실을 명백히 드러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예계와 정·재계, 언론계 권력층의 폭력적인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관련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고 장자연 씨 사건은 한 명의 여성 연예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권력층의 악질적인 성 착취를 근절하고 여성의 존엄성이 온전히 보장될 수 있는 계기로써 다루어져야 한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2011년 3월 17일
다함께 여성위원회,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 전국여성연대,
전국학생행진,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진보신당 여성위원회/성정치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