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없이 정원감축에만 골몰하는 대학구조개혁법안 재추진 반대한다
지난 21일 새누리당 김선동 의원이 ‘대학 구조개혁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발의했다. 목표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감축과 고등교육의 질 향상이다. 핵심은 3년마다 교육부가 대학 구조개혁 기본 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라 대학들의 등급을 나눠서 연속 2회 이상 최하 등급을 받을 경우 대학폐쇄와 법인 해산을 명령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해산과정에서 대학의 설립자는 잔여재산의 일부를 처분할 수 있다. 작년, 대학들을 A등급부터 E등급까지 분류하면서 큰 논란이 되었던 대학평가를 법률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시도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19대 국회에서 격론 끝에 통과되지 못했던 대학구조개혁법의 재탕이며, 작년에 제기됐던 문제점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비리법인의 ‘먹튀’를 방조하나
우선, 비리법인의 이른바 ‘먹튀’를 막을 방책이 부실하다. 작년 법안 발의 당시, 사학법인 해산 시 설립자에게 출연금 일부를 돌려준다는 것에 대해 강한 반발이 있자 이번 법안에서는 설립자에게 돌아가는 재산 금액이 설립 기본금을 넘지 못하게 하여 논란을 축소시키려는 모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학교재산은 처음 설립자가 큰돈을 내어 설립했다 할지라도 이후 학생들의 등록금, 정부의 재정지원 등을 통해 축적해온 공공의 부이다.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법안은 정확하게 설립 기본금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명시하지 않았다. 최근 교육부가 비리대학 척결의 신호탄이라고 있는 홍보하고 있는 서남대 정상화방안을 봐도 비리 당사자인 설립자의 설립금이 고스란히 보존될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비리 재단이 잔여재산을 비영리법인으로 전환할 수 있는 숨구멍도 틔어놓았다. 대학에서 한번 비리를 저질렀던 이들이 형태만 달리해서 다른 단체를 운영한다면 똑같은 일이 또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할 수 있는가. 따라서 이 법안은 비리법인의 퇴로를 안전하게 마련해놓았다는 혐의에서 여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불충분한 평가지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가지표의 적절성 문제이다. 등급에 따라 재정지원 여부가 갈리고, 대학의 평판도 갈리기에 대학들은 평가지표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정부는 평가지표를 통해 고등교육의 청사진을 잘 담아야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평가 이후 여기저기서 평가지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정량지표에서 상대적으로 큰 가중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취업률, 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등이다. 그러나 취업률은 취업‘량’에만 집중할 뿐 정작 중요한 취업의 질은 평가되지 않는다. 전임교원확보율 또한 15%까지 비정년트랙 교수를 허용함으로써 대학들이 기존 교수들의 퇴직을 유도하고 비정년트랙 교수를 다수 채용하는 편법을 쓰기 쉬워졌다. 전임교원 강의담당비율에 큰 배점을 주는 방식 또한 전임교원 1인당 수업시수를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재정압박을 받는 대다수의 사립대학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는 결코 교육의 질이 좋아질 수 없다. 더하여, 정성평가의 객관성 및 공정성 시비 또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90년대 중반 대학설립요건완화가 오늘날 부실대학의 난립을 가져온 것처럼, 오늘의 잘못된 교육정책은 미래에 큰 부정적 효과를 남긴다. 비리사학의 퇴로를 열어주는 대학구조개혁법에 반대한다. 교육부는 현재 대학평가 지표에서 지적되는 수다한 문제점들에 대한 근본적인 토론과 납득할 만한 고등교육의 상을 제시하라.
2016년 6월 30일
전국학생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