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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평론 61호(2014년 가을)발간/특집;세월호 참사가 던지는 질문, 국가란 무엇인가
 작성자 : 진보평론
Date : 2014-09-26 11:23  |  Hit : 1,079   추천 : 0  

세월호 참사가 던지는 질문, 국가란 무엇인가

 

유민아빠의 단식이 중단되었다. 40여 일이 넘게 진행되었던 단식은 결국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서야 중단되었다. ‘세월호 특별법제정을 위한 그의 단식이 요구했던 것은 매우 단순하고도 간명했다. 그것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사를 수행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요구는 450만 명이 넘는 국민이 동조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권력에 의해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이 외면에는 여당과 야당이, 행정부와 입법부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가장 기본적인 헌법의 정신조차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권력 앞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유민아빠의 단식으로 상징화되는 유가족들의 요구는 결코 현 국가권력의 법정신을 위배하지 않으며 그것을 넘어서지 않는다는 게 상식이다. 아니, 오히려 그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권력이 기본적인 근거로 삼고 있는 법정신에 너무나 충실하며 을 보존하고자 한다. 그것은 대통령에 대해서 욕하지 말라’, ‘법을 지켜라라고 말하는 보수 언론을 비롯하여 국가권력의 수호자들의 주장과는 오히려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투쟁에는 기묘한 역전이 존재한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수호자들을 자처하는 자들은 국가권력의 대행자들로서 그들 스스로 권력의 수임자로서 행동하지만 기묘하게도 그 행위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권력의 근거(ground)’가 되는 법을 내팽개치고 그것을 누더기로 만들어 버린다. 반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권력의 근거가 되는 법을 붙들고 그것을 지키는 자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권력에 저항해서 광화문과 시청에서, 길거리에서 세월호 특별법제정을 요구하며 싸우는 자들이다. 그것은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과도 유사하다. 미하엘 콜하스는 단지 그의 말을 원상태로 돌려달라는 것만을 일관되게 요구했을 뿐이다. 슬라보예 지젝은 이것을 법 보존적 폭력에서 법 제정적 폭력으로 전화되는 중요한 사례로 제시한 바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무수한 많은 미하엘 콜하스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유민아빠의 생사를 넘나드는 단식은 대한민국에서 국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감수해야 하는 미하엘 콜하스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그와 함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면서 싸우고 있는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그의 발자취를 따라 또 다른 미하엘 콜하스가 되어가고 있다. 그것은 그들에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국민으로 살고자 하는 한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어떤 책무가 되어가고 있는데, 이것은 그들이 불온’(?)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을 요구할 뿐이라는 주장이 보여주듯이 미하일 콜하스처럼 너무나도 단순한 원칙에 대해 일관된 태도를 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도 단순하고 자명한 일관성이 오늘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권력 앞에서는 을 파괴하고 입헌질서를 훼손하는 불온한 행위로 간주된다. 그들은 말한다. ‘법을 지켜라라고.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제정을 둘러싼 투쟁에 나타난 기묘한 역전처럼 우리가 그들 주장의 진실을 보려면이 또한 역전시켜야 한다.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이 아니라 권력이다. ‘대통령에게 욕하지 마라’, ‘대통령을 지켜라’, ‘대통령을 욕보이지 말라라는 구호들만큼 법과 권력이 일체화되어 있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 또 있을까? 여기서 정확히 법은 특정한 개인의 인격과 동일화되어 있으며 법의 자리는 권력자의 자리로 전치(displacement)되어 있다.

그렇다면 법정신과 법의 원칙을 고수하는 자가 맞닥뜨려야 하는 것은 국가 권력그 자체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의문 부호에 붙여지는 것은 대통령을 필두로 한 행정 권력만이 아니다. 그것은 입법권력사법권력전체를 포함한다. 더 나아가 권력의 나팔수가 되어 각종 데마고기를 서슴지 않는 언론과, 예술과 학문의 영혼을 팔아먹는 지식-문화 권력을 포함하는 국가 권력 그 자체이다. ‘경제프레임으로의 전환을 통해 재보선에서 승리한 새누리당을 비롯한 정부여당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사람들에 맞서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세월호정국과 경제위기의 책임을 연결시킨다. 그리고 유민아빠를 비롯한 사람들에 대한 개별적인 인신비방과 흑색선전을 전()방위적으로 펼치면서 사법 권력을 동원하여 길들이기에 나선다. 따라서 오늘날 세월호정국과 관련하여 본격적인 심문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은 국가 권력 그 자체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이번 진보평론 61호 특집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던지는 질문,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했다. 특집은 모두 6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권창규의 글, "어떤 죽음을, 어떻게 슬퍼할 것인가: 세월호에 대해, 세월호로부터"는 나머지 5편의 글을 읽기 위한 길잡이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그는 지금까지 진행된 세월호정국의 경과를 네 국면으로 나누고 두 가지의 근본적인 질문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국가의 정체와 기능을 중심으로 하여 던져진, ‘국가란 무엇인가이며, 다른 하나는 기억과 망각을 둘러싼 애도의 정치와 관련하여 던져진, ‘오늘날 인간으로 살아가는 자격과 조건은 무엇인가이다.

아마도 독자들은 이 물음을 나머지 특집 글을 읽으면서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상기하게 될 것이며 그 속에서 그가 던진 마지막 질문으로 끊임없이 미끄러져 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세월호에 대한 기억투쟁은 세월호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세월호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애도하는 각각이 연대하는 일, 곧 진실 규명을 위한 사회정치적인 조건 만들기란 무엇을 위한 실천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평범한 구호가 되어버린 안전한 대한민국이라고 해도 좋다. 이 안전이란 자본이 안전한, 혹은 자본과 결탁한 권력이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 생명이 안전한 나라, 자본과 권력이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나라이다. 세월호 사고는 벌거벗은 생명들에 대한 자각이자 연대를 촉구한다.”

그러나 그 길이 쉽지는 않다. 지난 재보선에서부터 현()정권은 세월호정국경제위기와 경제 활성화라는 신자유주의적인 프레임으로 바꾸어 놓으면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망각책임회피의 정치를 이끌어가고 있으며 실제로 이런 프레임의 전환을 통해서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반세월호전선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가 던진 질문, 국가란 무엇인가가 결코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정치권의 문제로 환원될 수 없고 신자유주의 문제로 비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창룡의 "세월호 참사와 책임회피 정치: 신자유주의 국가권력의 무능 전략"과 최원의 "멈춰진 세월, 멈춰진 국가: 신자유주의적 통치성과 폭력의 새로운 형상"은 바로 이와 같은 질문을 국가와 관련하여 제기하면서 그 속에서 길을 찾고 있다.

오창룡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가 위기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국가주도의 위기관리방식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한국의 특수성으로 환원시킬 수 없는 현대 자본주의 국가의 위기관리 메커니즘이 존재하며, 국가의 본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흡수하고 은폐하는 특정 전략이 지속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문제제기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에서 제기된 국가에 대한 비판은 본질적으로 신자유주의국가에 대한 비판이어야 함에도 인격화된 국가기구에 대한 공격이 신자유주의국가에 대한 비판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세월호 참사 이후 신자유주의국가에 대한 비판도 있다. 하지만 보수일간지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언론은 참사의 원인에 대한 책임을 유병언 일가와 선원들, 공직사회에 대한 공격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런데 그가 보기에 이것은 바로 1970년대 서구 신자유주의 도입 이후 관찰되는 “‘국가권력의 인격화현상으로, “위기와 불안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국가의 무능자체가 신자유주의정치의 핵심이 되어 버린 상황에서 위기국면을 돌파하는 자본주의국가의 고유한 전략이 그대로 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그는 권위주의국가론에 대한 풀란차스의 논의를 빌려 의회가 획득했던 대표성이 효율성이란 명분하에 행정부로 이관되고 국가권력이 행정부 최고지도자를 통해 인격화되는 경향을 통해서 감춰지는 책임회피의 정치가 신자유주의정치의 본질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전개되는 양상들,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청와대와 청와대 보호를 자처하고 나선 여당과 일부 깽판을 치면서 반인륜적 패륜을 서슴지 않는 보수일베-할배들의 모습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적대적 분열양상과 정치적 공작, 정치적 무능력은 일부 몰지각한 인격 파탄자들이나 한국정치의 기괴성에 연유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것은 최원의 글에서도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인재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인재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었다는 문제제기에서 시작한다. 이를 위해 그는 미셸 푸코의 안전권력과 그것의 현대적 양상으로서의 신자유주의적 통치성’, 그리고 이를 통해 드러나는 폭력의 새로운 형상에 대한 에티엔 발리바르의 논의를 빌려오고 있다. 여기서 그가 내린 결론은 세월호 참사는 어떤 특정 개인이나 관료집단(그것을 관피아라 부르든 해피아라 부르든 적폐라고 부르든 간에)의 책임방기의 문제를 넘어서는 것으로, 신자유주의 하에서 국가가 필연적으로 취하게 되는 형태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가 보기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그것이 국가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되어버린, 바로 그것이 신자유주의적 통치성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박근혜나 새누리당만의 무능력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국가 일반의 무능력을 자각해야 한다고 하면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투쟁은 극단적 폭력이라는 문제를 우회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는 이런 극단적 폭력이라는 문제를 국가 해체나 폐지, 또는 아나키적 전략에서 찾지는 않는다. 그는 오히려 시민공존(반폭력)의 관념을 다중의 자율성이라는 관념과 화해시키려는 시도속에서 국가에 의한 인민의 교육이 아니라 정반대로 인민에 의한 국가의 교육을 받아들이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있는 세월호특별법제정을 제안하고 있다.

최원이 말하듯이 4·16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그 순간에 멈춘 것은 유족들의 시간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시간, 따라서 세월 그 자체이다. 멈춘 시간은 다시 흐를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다시 흐른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전과 다른 어떤 것이며, 다른 어떤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종언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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