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과 성명

입장과성명.jpg


 
죽음이 드리워진 태안반도에서 인권을 말하다.
 작성자 : 서울대학생행진
Date : 2008-01-19 22:13  |  Hit : 2,126   추천 : 0  
죽음이 드리워진 태안반도에서 인권을 말하다.


>>잇따른 자살, 그리고 분신

 태안에서 어민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고(故) 이영권씨는 이번 기름 유출사고로 생계를 잃은 것을 비관해 제초제를 먹고 생을 마감하였다. 이 씨의 측근에 따르면 "노인네가 굴 양식업 피해를 당한 후 피해 조사 담당자에게 '언제 쯤 굴 깔 수 있나?'라고 물었다고 한다. 담당자가  '한 10여년은 못 깐 다네요.' 라고 말했더니 그 날 저녁에 처지를 비관하며 약주를 많이 들었다고 하더라. 그러더니 다음 날 아침 8시에 제초제를 먹고 자살했다"고 말했다 한다. 15일에는 74살 김 모씨가 이번 사고로 다리가 불편한 아내의 치료비 마련이 어려워지자 걱정을 하다 제초제를 마시고 쓰러졌다.

그리고 1월 18일, 또 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횟집을 운영하던 지 모씨는 태안군 태안읍에서 열린 '특별법 제정을 위한 대정부 촉구대회'에서 준비한 신나를 자신의 몸에 뿌리고 무대에 올라 분신을 기도했다. 지 씨는 이미 제초제를 먹은 상태였고 얼굴과 손 등에 2도 화상을 입었다. 곧바로 태안의료원에 위세척 등 응급치료를 받았고 이후 충남 순천향대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결국 숨졌다. 


>>책임은 누가 지나?

 전 지구적으로 한 해에 1000여건의 크고 작은 기름유출사고가 일어난다고 한다. 이미 수백만 톤의 기름이 바다에 쏟아져 있는 상태이다. 비축과 투입이 자유롭고, 집중화된 생산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특히 ‘석유’라는 자원을 사용하게 되면서부터 그것을 수송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는 이미 결정된 것이었다. 기업들은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서라면 사고가 나든 말든 악천후 속에서도 운항을 강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태안 사고에서 드러나듯, 이윤창출의 과정에서 생겨난 사회적, 환경적 부담은 민중에게 전가되고 있다.

 태안 6개 지역에서 모인 주민들은 한 달 반이 지나도록 마땅한 대책 하나 마련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정부와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이면서도 아무런 사과도, 대응책도 마련하지 않는 무책임한 기업 삼성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태안의 상황을 비관해 맨 처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씨의 일을 전해 듣고도 삼성중공업 측 관계자는 "현재 사건 진행 중으로 이 씨의 죽음이 가슴 아픈 일이긴 하지만 뭐라 드릴 말씀은 없다"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분신을 하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을 만큼 이곳 생계가 막막하다"는 것이 태안 주민들 사이에서 이야기 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감성과 인권의 차이

 태안으로 달려간 수많은 봉사활동가들의 이야기는, 태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녀들과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직 세상은 살만해.”라는 이야기가 오고갔다. 그러나 태안에서 계속되고 있는 죽음의 행렬은, 우리가 정말 ‘무엇을’ 해결하고 있는가 라는 것을 돌아보게 한다.

 생존권, 나아가 인권의 문제는 ‘감성’으로만 접근할 수 없다. 이번 사고의 가해자가 누구인가를, 그리고 이러한 사고가 왜 일어나게 되었는가를 명확하게 발언하면서 타인과 나의 권리를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것이 인권이다. 현재 태안에서의 방제활동은 인권을 지키는 활동이 아닌 봉사활동에 그치고 있다. 감정적인 공감을 넘어 실천적인 차원으로 공감하는 것이 그들에게 생존의 권리를 온전하게 돌려주는 것이며, 그게 바로 인권이다.

 태안에서 살아가야 할 사람들의 건강권, 그리고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이것에 대한 책임은 분명 삼성중공업 측에 있다. 삼성은 태안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해야 할 것이며, 지역 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보상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관련자 몇 사람만 소환하여 처벌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고민해야 한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신자유주의에 맞서 평등-자유-연대로 나아가는
서울대학생행진_010.3022.5037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Me2Day로 보내기 게시글을 요즘으로 보내기

 
 

Total. 513
추천
보편지급도 선별지급도 엉망인 정부, 재난지원금에서 빠진 지속… 전국학생행진 2020-09-09 28262 0
일본군 ‘위안부’ 운동의 진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진영 논리가… 전국학생행진 2020-05-27 28261 0
기업의 무책임과 정부의 무관심에 생명과 안전을 맡길 수 없다! … 전국학생행진 2020-05-08 27808 0
페미니즘의 힘으로 디지털 성폭력을 끊어내자! 전국학생행진 2020-03-24 28901 0
차악에 갇히는 투표를 넘어서 최선을 향한 대안적 정치를 모색… 전국학생행진 2020-04-01 29041 0
405 [공동성명]국민의 식량주권, 환경보전을 포기하는 민영화계획 철… agri 2008-01-18 2059 0
404    [전농]인수위는 농총진흥청 폐지를 즉각 철회하라! agri 2008-01-18 1957 0
403    [공무원노조]농진청 폐지 및 민영화 계획 철회하라 agri 2008-01-18 1942 0
402 [공공운수연맹]노동부는 ‘비정규직 양산부’로 이름부터 바꿔… 공공 2008-01-18 1974 0
401 [공무원노조]하위직 공무원 감원 등에 맞서 총력투쟁 펼칠 것 공공 2008-01-18 2089 0
400 죽음이 드리워진 태안반도에서 인권을 말하다. 서울대학생행진 2008-01-19 2127 0
399 [민주노총]신자유주의적 정부조직개편 철회/사회공공성강화 촉… 기자회견 2008-01-24 2146 0
398 [정통부노조]우체국 존폐는 국민의 몫 post 2008-01-24 4470 0
397    [정통부노조]기자회견, 투쟁은 계속된다 post 2008-01-24 1758 0
396 [성명서] 반인권적 이주노동자 강제출국 규탄한다! 성균관학생행진 2008-01-29 1991 0
395 이주노동자들과의 연대투쟁을 만들어 나갑시다! 전국학생행진 2008-01-31 1975 0
394 [성명]교육시장화를 부추길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 페다고지 2008-02-01 2152 0
 1  2  3  4  5  6  7  8  9  10    
AND OR

신자유주의에 맞서 대안세계화로! 전국학생행진  |  이메일 stu_link@hanmail.net 맨 위로
정보공유라이선스 이 홈페이지에서 전국학생행진의 모든 저작물은 '정보공유라이선스 2.0 : 영리금지'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