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전쟁위기를 심화시키는
한국 사드배치에 반대한다.
한국
사드배치가 임박했다. 지난 3일, 영국의
로이터 통신과 일본의 JNN에서는 한국 사드배치 결정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보도내용을 부정하면서도, 사드배치 논의가 진척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국방부가
그동안 상황을 확실히 밝히지 않아왔기에 어디까지 논의가 진척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배치에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은
반대입장을 발표하며 한국과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리고 곧이어 15일에는
사드 배치지역이 수도권 쪽으로 좁혀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사드배치가 이미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임을 시사했다. 도대체
사드가 무엇이기에 중국은 이렇게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사드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무기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핵미사일을 쏘면 사드가 레이더로 탐지하고 목표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요격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 양국 정부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사드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은 사드가 배치되면 동북아에서 핵 억지력이 무력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전쟁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비판한다. 핵
억지력은 핵무기가 아무리 비극적인 무기라고 하더라도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 사이에서는 상호절멸에 대한 우려로 오히려 전쟁 가능성을 낮추고, 오히려
평화를 가져다준다는 이야기다. 미국과 소련이
그러했던 것처럼 핵무기를 보유하고 군사적 패권을 겨루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적용될 수 있는 이론이다. 물론 그럼에도 예측 불가능한 우발적 계기로 인해 핵 억지력이 파괴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므로 핵은
그 자체로 지양되어야 할 무기다.
그러나
핵의 평화적 가능성을 일부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사드와 같은 방어무기가 배치되면 이 가능성은 철저하게
부정된다. 방어무기가 없을 경우 선제핵공격으로 상대의 핵무기를 최대한 파괴한다고 하더라도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일부 핵미사일의 역공을 막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냉전이 극에 달했던 80년대
초반,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상호절멸 시나리오를 믿고 설치는 소련을 제압하기 위해 방어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애초부터 핵 억지력을 파괴하고 선제핵공격을 선택 가능하게 만드는 구상이었던 것이다.
또한 방어무기를 가진 국가가 선제공격 의향이 없다고
말하더라도 서로를 신뢰할 수 없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 국제관계에서 ‘의향’이란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리고 상대의 모든 공격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선제 핵공격 이후 돌아오는 2차 공격을 방어하는 수준에서만 유효하고 상대방이 선제공격을 하는 상황에서는 의미가 거의 없다. 따라서 상대방이 보기에 사드배치는
선제공격을 위한 준비일 뿐이고, 필연적으로 상대방의 공격무기 증강을 유발한다. 사드가 단기적으로 방어능력을 높여줄지 몰라도 결국에는
상대국으로 하여금 사드를 넘어서기 위한 더 많은 핵무기 개발/제작에 나서게
하므로 적대 상태를 고착화 시키고,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리라는 것이다.
사드배치가
북한만을 겨냥하는 계획이기 때문에 중국이 그렇게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말 또한 매우 순진한 발상이다. 한국과
미국 국방부 측에서는 사드의 탐지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북한에만 적용된다고 말하지만 사드가 가진 능력 자체가 논쟁이 되고 있어 주변국은 여전히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그런 우려는 동아시아에 펼쳐지고 있는 군사적
긴장이 사드를 떠나서도 매우 극단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타당해질 수밖에 없다. 전
세계 물동량의 절반가량이 지난다는 남중국해에서의 영토분쟁으로 미중 간의 군사대치상황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으며, 동북아에서는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도 평화헌법을 개정하며 군사적 행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동아시아의
국가들이 그야말로 칼춤을 추고 있는 지금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중국의 잠재 적국인 한국이 사드배치 의도를 설명하며 신뢰를 호소하는 행위는 무의미하다.
미국, 중국, 북한,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의 모든 국가들이 서로 상대방이 전쟁위기를 고조시키고 있기 때문에 자신은 어쩔 수 없다고 혼자
고고한 척 하고 있지만, 자신의 안위를 말하는 과정에서 동아시아의 전쟁위기는 고조되어가고 있다.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 그리고 승리가 무의미한 현대전에서 필요한 것은 전쟁에 이기기 위한 준비가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한 신뢰구축이다. 핵전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쿠바위기에서 미소 양국이 미사일 기지를 철수함으로써 잠깐이나마
위기를 해소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었고, 유럽에서는 민중들 간의 평화논의가 진척되기 시작했다. 물론
이마저도 자신의 군비증강을 위한 명분으로 서로에게 책임을 묻기 시작한 순간 붕괴되었고, 방어무기도
이 시점부터 등장했다. 무제한 팽창하고 있는 군사위기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주변의 군비증강에 명분을
제공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사드배치와 같은 군비증강을 중단해야 한다. 한국 민중들의 사드배치 거부로 주변국의 민중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보내자.
전국학생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