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에 반대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본회의 부의에 부쳐-
한국정치가 다시금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공수처 신설과 검경수사권 조정,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둘러싸고 여야 간의 극한 대립이 계속 이어져왔다. 여기에 이른바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이 더해졌다. 청와대가 지난 울산시장선거에서 야당 후보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게 하명하여 여당 후보가 당선되도록 도왔다는 의혹이다. 자유한국당은 ‘정권 차원의 선거공작’으로 규정했고 조선일보는 ‘대통령의 직접해명’을 요구했다. 청와대와 여당 등 민주·개혁세력은 검찰개혁을 좌초시키려는 ‘검찰의 정치개입’, ‘검찰쿠데타’로 규정하며 맞서고 있다.
수사기관의 팽창은 정치를 더욱 황폐화한다.
현재의 혼란은 다시 한 번 한국정치에서 수사기관이 가진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울산시장 선거결과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 역시 수사기관인 경찰이었고,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정치를 뒤덮고 있는 것 역시 수사기관인 검찰이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집권세력의 수사기관 활용행태를 우려하기도 하고, 통제되지 않는 수사기관의 행보를 우려하기도 하며, 수사기관 간의 갈등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 우려해야 하는 것은 ‘정치의 사법화’다. 정치가 부정부패에 대한 수사 등 ‘사법’의 영역으로 좁혀지는 것을 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가 그야말로 황폐화되기 때문이다. 수사가 시작되는 순간, 사람들의 관심사는 ‘부정부패’라는 자극적인 이슈로 쏠린다. 부정부패를 다루는 과정에서 한 편으로는 상대 정치세력에 대한 분노와 원한이 커지고, 다른 한 편으로는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확산된다. 지난 조국사태를 돌아보면 쉽게 이해된다.
그런데 현재 집권세력이 밀어붙이고 있는 ‘검찰개혁’은 오히려 정치의 사법화를 강화한다. 현재의 검찰개혁은 검찰의 핵심수사권을 대부분 그대로 두고, 경찰의 수사권은 강화하면서, 공수처라는 새로운 수사기관까지 신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수사기관의 팽창은 정치를 더욱 황폐화할 것이다. 특히 집권세력은 편향적으로 정치개입을 일삼는 검찰을 믿을 수 없기에 별도의 수사기관으로서 공수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공수처는 정치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는가? 오히려 공수처는 집권세력의 또 하나의 칼이 되어 정치를 뒤흔들 것이다.
‘검찰개혁’에 반대한다.
‘검찰개혁’에 반대한다. 집권세력의 행보를 돌아보았을 때, 팽창한 수사기관을 자의적으로 활용할 우려가 크다. 현재 불거지고 있는 선거개입 의혹에서 드러나듯 집권세력은 상대 정치세력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야당 소속 지자체장에 대해서는 자신의 감찰범위도 아니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여 경찰로 넘겼고, 경찰은 선거기간에 대대적인 수사를 벌임으로써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집권세력과 측근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 친인척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은 공석으로 유지하고 있고, 측근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은 무마시켰다. 조국사태에서도 이들은 조국 일가의 여러 혐의를 무마하기 바빴다.
집권세력은 보수세력에 대해 도덕성의 우위를 주장해왔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조국사태와 선거개입 의혹, 감찰무마 의혹 등을 보라. 유일하게 주장해온 우위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집권세력은 보다 적극적으로 ‘개혁’과 ‘反보수’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진보정당 일부와 노동자·사회운동 일부에서 집권세력이 주도하는 反보수전선에 포섭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개혁’에 반대한다. 진보정당 일부는 검찰개혁이 불러올 수사기관의 팽창이 한국정치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우려하고 있는가? 수사기관의 팽창은 노동자·사회운동에 대한 통제 강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인가? 여전히 민주화운동을 한 세력이라면 다를 것이라고 혹은 같은 진영이기에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