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이는 안전 외주화 중단하라!
- 서울메트로 구의역 비정규직 정비 직원의 사망사고를 추모하며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서울메트로 외주업체 노동자가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사망했다. 2013년 성수역에서, 2015년 강남역에서, 그리고 지난 5월 28일 구의역에서 일어난 일이다.
안전 외주화로 정비 노동자 사고발생률 증가
지하철 정비업무 중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는 모두 외주업체를 고용하는 서울메트로(1~4호선)에서 발생했다. 반면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는 서울도시철도(5~8호선)는 정비 노동자들이 모두 정규직이다. 안전업무의 외주화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서울메트로는 ‘비용절감’을 위해 외주업체를 고용했고, 외주업체는 값싼 인건비를 위해 미숙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했다. 고용된 노동자의 수는 해야 하는 일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었고, 결국 한 사람이 혼자서 많은 일을 처리해야 했다. 2015년 기준 구의역을 포함해 강북 49개역을 담당하는 외주업체 ‘은성 PSD'의 주간 근무조는 6명에 불과했다. 사고가 발생한 28일에는 주말이라 휴무를 낸 노동자들이 많아 작업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노동자들은 4명뿐이었다. 서울메트로 전체 역에서 하루 평균 30~40건의 스크린도어 고장 신고가 접수되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다. 2013년 성수역 사망사고 이후 ’2인1조 작업 안전 규정‘이 의무화 되었는데도 부족한 인력이 충원되지 않다 보니 혼자서 작업하는 경우도 매우 잦았다. 비용절감은 인건비절감으로, 인건비절감은 훈련․안전교육 부족과 노동자 부족으로 이어지고, 결국 몇 번의 죽음도 발생했다. 또 안전업무에서의 문제들은 노동자들의 죽음뿐만이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도 위협한다. 비용을 최소화 한 채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고 정비하는 과정에서, 사망사고로까지 이어지는 시민들의 스크린도어 사고가 자주 발생해왔다. 지난 사고의 교훈을 잊은 채 계속해서 노동자들을 안전하지 못한 상황으로 내몬 서울메트로와 외주업체는 절대로 자신들의 책임을 무마하려고 죽음을 남 탓으로 떠넘겨선 안 된다.
반복되는 참사, 반복되는 유명무실 대책!
28일에 사고가 발생한 지 3시간 만에 서울메트로 정수영 안전관리본부장은 스크린도어 유지․관리를 맡을 자회사를 설립한다는 골자의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작년 강남역 사고가 발생한 이후 재발방지 대책으로 “안전 작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유지관리업체 직영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과 단 한 치도 달라지지 않은 말이다. 똑같은 말만 한 번 더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안전업무의 직영전환도, 인력충원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서울메트로 역무원도 작업 현장을 점검․감독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말을 반복하는 것은 자신들의 관리․감독과 인력충원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협력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이들에게 잘못을 떠넘기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서울메트로는 ‘돈’ 타령 그만하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라!
전국의 지하철 노조는 오랫동안 안전업무를 외주화하지 말고, 정식 직원 채용, 지속적인 훈련과 인력배치 확보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을 했는데도 ‘돈’을 문제로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메트로는 사고가 발생하면 정비/안전업무를 직영화 해야 하는 핵심 업무로 설정했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비핵심 업무로 넣고 기존의 방식대로 운영해왔다. 우리는 지하철 안전 확보를 위해 투쟁하는 지하철 노조를 지지하고, 안전을 ‘비핵심 업무’로 치부해 여러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서울메트로를 규탄한다. 서울메트로는 가짜 대책을 다시 반복하지 말고, 노동조합의 요구를 반영해 책임지고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쇄신 정책을 시행하라!
2016.5.31.
전국학생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