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33호] 이 땅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핵 없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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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전국학생행진
Date : 2012-03-21 20:16 | Hit : 2,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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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핵 없는 세상' 이다!
- 핵은 없어져야 할 대상이지, '안보'의 대상이 아니다 -

지난 2010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 1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중인 참가국 정상들
핵을 품은 세계 정상들, 그간 강녕하셨사옵니까.
한국정부가 또 한 번 각 국 정상들을 맞을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작년엔 세계 금융위기를 해결하겠다고 모여서는 뻔할 뻔자만 늘어놓으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했던 G20회의가 있었다면, 이번엔 ‘핵안보’를 위해 전 세계 정상들이 3월 26일, 27일에 한국에 모인다고 한다. 그런데 가만 보니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우리나라의 이명박 대통령이 유난히 말이 많은 것 같다. 아마 두 국가에게 가장 사활적인 회의인가보다.
그런데 이번에도 ‘손님 맞을 준비’가 지나치게 요란해, 어딘지 떨떠름하게 느껴진다. 정상회의가 진행되는 이틀간 승용차 자율 2부제를 실시하니 꼭 지켜달라는 홍보까진 너그럽게 넘어갈 수도 있다. (‘자율’이라고 하니까.) 그런데 양일간 지하철 2호선 삼성역 무정차 통과, 회의 장소 근처에서 ‘수상해 보이는 사람’에 대한 불심검문 실시, 지하철 물품보관함 폐쇄 조치는 시민들이 불쾌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더해 강남 인근에서 노점상과 홈리스(노숙인)들을 쫓아내고 있다는 것은 도를 넘은 행위이다. 나라가 그들을 ‘청소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올림픽, 월드컵, G20때와 똑같다. 이런 모습들을 가만 보고 있자니, 결과적으로 그 중요하다는 회의 개최를 위해 국민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그냥 ‘얌전히 있는 것’이다.‘정상회의를 겨냥한 테러 예방’을 운운하며 공포심을 조장하고 질서 유지를 강조함으로써 국민들은 그들만의 회의를 ‘평화롭게 유치’하기 위해 조용히 순응하고 동원되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이 땅의 민주시민으로서, 가만히 있으란다고 진짜 가만히 있는 것은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 일이다. 도대체 ‘핵안보’가 무엇인지, ‘핵안보정상회의’는 뭐 하는 회의인지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참견하는 오지랖이 필요하다.

핵안보정상회의 공식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경호안전통제단’ 홍보 웹툰 시리즈 중에서 <검문검색에 협조해요> 편.
핵안보정상회의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도대체 핵안보정상회의는 무엇을 하는 회의인가? 지하철과 거리마다 눈에 띄는 핵안보정상회의 홍보물에서조차, 도대체 뭘 논의하는지는 별로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 반복해서 볼 수 있는 문구는 오로지 ‘더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 글로벌 코리아가 앞장섭니다!’인데, 그렇다면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를 위협하는 것이 무엇인고 하니 그것이 바로 ‘핵테러’라고 한다. 핵안보정상회의 공식 홈페이지(www.seoulnss.go.kr)에 들어가 보면, 핵안보정상회의를 ‘테러집단으로부터 핵물질·시설을 방호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안보분야 최대 규모의 정상회의’라고 소개하고 있다. 회의에서 논의될 주요 아젠다로는 ‘핵테러 대응을 위한 국제적 협력 방안’, ‘핵물질의 불법거래 방지’, ‘핵물질, 원전 등 핵관련 시설들의 방호’를 꼽고 있다.
또한 핵안보정상회의의 기본 취지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9/11 이후 핵을 이용한 테러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증대되고 있어, 핵물질이 테러집단에 의해 악용되지 못하도록 핵안보(nuclear security)강화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는 개별국가의 핵물질 보호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어, 각국 정상 차원에서 핵안보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렇듯 홈페이지 곳곳을 둘러보면 마치 이 세계에서 지금 핵테러가 굉장히 시급히 해결해야 할 지상과제인 것 같다.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진짜 주범'은 따로 있는데, 변죽만 울리는 핵안보정상회의
그런데, 비국가행위자(소위 ‘테러집단’)에 의한 핵테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다. 오히려 핵 문제에 있어서 세계 인류에게 현실적으로 훨씬 더 위협적인 것은 핵무기와 핵 발전소의 문제이다. 알다시피 핵폭탄은 실제로 2차 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되었다. 세계 각국은 핵무기를 가지기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에는 아래 표에서 보듯 어마어마한 양의 핵무기가 존재하고 있다.

핵발전소 사고는 불과 1년 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사고를 비롯해서 미국 스리마일, 소련 체르노빌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으며, 그보다 규모는 작지만 셀 수 없이 많은 사고들이 발생해왔다. 얼마 전 한국에서도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고리1호기에서 고장사고가 발생했는데, 한국수력원자력 측에서 이를 은폐하려다가 우연한 계기로 발각이 되어 비난을 면치 못했던 일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지만 더 충격적인 사실은,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2011년까지 고리1호기에서 총 128회의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다는 것이다.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2호기는63회, 경주의 월성1호기는 50회의 사고를 기록했다. (『체르노빌 후쿠시마 한국』, 아카이브 출판사) 후쿠시마 사고는 핵발전소의 안전을 인간이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려주었다. 원전의 사고는 너무나 많은 이유로 발생할 수 있으며, 전문가들의 ‘상상력’만으로 이러한 위험을 모두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핵발전소는 그만큼 ‘원천적으로 위험한’ 발전소이다.
핵 문제에 있어서 이런 문제들을 제쳐두고 ‘핵테러 예방’을 핵심으로 설정했다는 것은, 단순하게 비유하자면 벌판의 나무를 없애려고 하는데 뿌리와 줄기는 그대로 두고 이파리와 가지만 치고 있는 격이다. 물론 핵테러 또한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되는 재앙이다. 그러나 핵테러가 발생할 수 있는 이유는 전 세계에 너무나 많은 핵물질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핵테러를 핵 문제의 핵심으로 두는 것은 본말이 전도되어도 한참 전도된 것이며, 문제의 진정한 해결은 핵무기와 핵발전 폐기의 움직임이 만들어질 때 가능하다.
변죽만 울릴 뿐 아니라, 기만적이고 위선적인 핵안보정상회의
그런데 전 세계 ‘정상’들이 핵을 둘러싼 이러한 문제들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렇게 ‘가지만 치는 행위’ 속에 진짜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핵테러 예방’, ‘핵물질 방호’를 이야기하며 미국을 비롯한 핵무기 보유국들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결국 자국의 ‘핵 패권 강화’일 수밖에 없다. 기존 핵 보유국들은 진정성 있는 핵군축의 노력을 보여주지 않은 채로 핵테러의 위협만을 강조하며 핵물질과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방지하겠다는 구상은 그 자체로 모순적이다. 미국은 핵테러 방지라는 명분을 통해 핵물질 이동이나 대량살상무기 개발의 ‘의혹’만으로도 공격적 행위를 할 수 있는 정당성을 획득한다.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그 대상을 ‘비국가행위자’로 상정하고 있지만, 이것의 실질적 정치적 효과는 북한과 이란 등의 국가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당연히 북한과 이란이 핵을 가져도 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미 언급했듯 핵을 가장 많이 가진 나라들이 핵무기 축소에 대한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라는 ‘모순’을 지적하는 것이며, 이러한 방식이 오히려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갈등을 유발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한국이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누리는 것은 미국이 만들어온 이러한 국제 군사/안보/외교 질서에 적극 편입하는 것, 국내 핵발전을 부흥시키는 것, 국제회의 치적을 만드는 것 정도가 있겠다. 그런데 이러한 그들이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를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것이라 포장하고 미화하는 것은 심해도 너무 심한 거짓말이다. 핵안보정상회의 추진의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과 한국 양국의 핵 정책을 보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핵무기 생산 인프라의 현대화를 위해 20억달러의 예산확충을 요청했으며, 미국의 ‘핵태세 검토 보고서’는 새로운 핵무기의 개발연구를 위해 돈을 더 투자하고 크루즈 핵미사일 개발을 위해 8억 달러를 쏟아 부을 것이라 밝히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한 지난30여 년간 미국에서 중단되었던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승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위기를 기회로’라는 어처구니없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원자력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신규 핵발전소 부지를 주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삼척과 영덕으로 결정하였으며, 2012년부터 5년간의 원자력 정책을 총괄하는 원자력진흥종합계획도 확정했다. 대체적인 기조는 국내 전력 생산량 중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높이고 동시에 원자력 산업을 수출 지향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면 확대’이다. 원자력을 규제하기 위해 새로 설치된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사실상 원자력 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인물이 위원장으로 취임해 논란을 부르고 있다. 핵안보정상회의의 개최는 이러한 정책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핵 없는 세상은 빠른 시일 내에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야 한다.
핵은 ‘안보’의 대상이 아니라 이 땅에서 없어져야 한다. 핵이 존재한 채로 평화와 안전을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것은 ‘비현실적’ 이야기가 아니라,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이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민중들은 핵이라는 물질에 대한 아무런 통제권도 없고,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정보도 가질 수 없었지만 핵무기와 핵발전 사고의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도대체 그 사람들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삶을 송두리째 빼앗겼어야 하나? 분명 그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의 우리처럼, 이 땅이 평화롭고 안전하다고 믿으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평범한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핵안보정상회의가 아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핵의 소유에 대한 정당성을 만들어 핵패권을 강화하고자 하는 ‘그들’에게 필요한 회의이다. 우리는 그야말로 ‘시한폭탄’을 끌어안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에게 이 문제를 맡겨 놓는다면 이 세상은 점점 더 핵이 많은 세상이 될 뿐이다. 핵 없는 세상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지금 우리가 쥐고 있는 카드는 사실 단 한 장 뿐이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핵 문제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하고, 의사를 표현하고, 거대한 흐름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교훈을 가지고 있고, 그 교훈들이 만들어왔던 반핵평화운동의 흐름 또한 이미 세계적으로 존재한다. 세계에서 군사적 긴장감이 가장 높은 바로 이곳 한반도에서, 그리고 세계에서 핵발전소 밀집도가 가장 높은 이곳 한국에서, 이제는 대중적 반핵평화운동이 절실히 필요하다. 물론, 당신의 참여는 정말로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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