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세계는가능하다

다세가.jpg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34호] 대학생, 광장을 점령하자!
 작성자 : 전국학생행진
Date : 2012-03-27 20:16  |  Hit : 1,795   추천 : 0  

대학생, 광장을 점령하자!

- 3.30 무한점령 프로젝트 -

  
 


분노하라!

  
2012년, 대부분의 대학에서 등록금이 인하되었다. 대학 등록금이 전국적으로 이전 해보다 ‘인하’된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IMF 외환위기나 2008-09년 세계금융위기의 여파가 있을 때에도 여론을 고려하여 동결 또는 소폭인상을 결정하는 대학은 많았지만 인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대학생들이 지금의 등록금 인하안에 ‘만족한다’는 답을 하기는 쉽지 않다. 작년 반값등록금 촛불집회를 통해 분출되었던 대학생들의 열망, 언론에 보도되었던 한국 고등교육 비용 문제의 심각성에 비추어 본다면 올해 대학본부의 2~5%인하안은 실질적인 교육비 부담을 줄이기보다 생색내기에 그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다. 인하 과정에서 대학본부의 각종 꼼수들도 드러났다. 한양대를 비롯한 몇몇 사립대학은 등록금 인하와 동시에 대학 수업 시수나 대학 강의 수를 줄여 사실상 등록금을 인상한 거나 다름없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동아대는 교양과목을 120여개에서 50여개로 대폭 축소하며 교양과목 시간강사 임용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려 했다. 연세대에서는 등록금을 인하하고 가계 곤란 장학금을 늘리는 과정에서 성적우수 장학금 축소하면서 장학금 탈락자가 속출하여 이와 관련한 논란이 빚어졌다. 퇴직한 직원의 빈자리를 충원하지 않는 동시에 행정조직을 개편하는 대학, 각 강의의 수강인원을 늘리는 대학도 적지 않았다. 지난 2월 초 성신여대는 ‘교직원 연봉의 2~3%을 떼어 장학금을 확충했다’며 떠들썩하게 언론플레이를 했다. 그러나 정작 학내에서는 ‘정치적 활동’을 하는 학생회에 대한 탄압의 강도를 높이고, 학생자치활동으로 진행되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학생과 학부모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이유를 들어 불허하는 등의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대학본부는 대학생들의 고통에 제대로 공감하고 있지도 못하며, 현 시기 대학교육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 역시 전혀 갖고 있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2011년을 지나며 대학 등록금이 전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음에도 말이다. 대학은 더 이상 시대의 문제를 깊이 있게 고민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공간, 진리와 자유의 공간이 아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5%인하 권고안’이 발표된 이후, 다른 대학이 얼마만큼의 인하안을 발표하는지 서로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다니고 있는 대학의 모습이다. 이를 지켜보는 대학생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다른 어떤 ‘현실의 모순’에 대한 분노 이전에, 대학본부가 지금과 같은 ‘약간의 등록금 인하’와 ‘조야한 꼼수들’에 만족할 만한 존재로 대학생들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해야 한다.

  
연대하라!

  
작년 11월 대학 총학생회 선거의 최대 쟁점은 바로, 등록금 문제의 해결이었다. 총학생회 선본들은 등록금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을 들고 나왔다. 각 선본의 입장은 총대선 시기 반값등록금 후보를 당선시키겠다는 것에서부터 대기업의 후원을 받아 장학금을 확충하겠다는 것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졌다. 그러나 등록금 문제의 해결을 정말로 ‘등록금 가격’만을 어떻게든 인하하는 것 정도로 인식했을 때, 그 운동의 방향이란 조야해질 수밖에 없으며, 요구안 역시 대학생들의 자기이해에만 갇힌 것이 되기 쉽다. 지난 3월 11일, 고려대학교 전학대회의 교육투쟁 요구안 중 <대학 청소노동자, 비정규직 강사와의 연대> 항목이 제외된 것은 단적인 예이다. 전학대회에 참가한 몇몇 대표자들은 “강의료가 올라가면 학생들의 부담이 높아진다”, “노동자들의 문제와 대학생들의 교육권 문제는 상관이 없다”는 이유로 해당 항목이 교육투쟁 요구안에 포함되는 것에 반대했다.

  
대학본부는 등록금 투쟁에 대한 대응 매뉴얼처럼 학내 노동자-학생들의 이해관계를 대립시켜 왔다.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학생들에게는 “너희들 등록금 더 내리면 노동자들 잘라야 한다.”고 말하고 노동자들에게는 “등록금 인하해서 올해는 임금 못 올려준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는 회계 상으로는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발언의 결정적인 오류는, 지금의 고등교육 재정 운용 구조가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눈감는다는 점에 있다. 대학본부는 자기가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하며 등록금-임금의 문제를 대학생·노동자라는 대학 내 주체들 사이의 갈등으로 떠넘긴다. 그들의 시각에서 대학생들의 등록금 인하 요구와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직접고용 요구는 정당한 ‘인간의 권리 요구’가 아니라 대학의 운영 과정에 불필요한 ‘추가비용’이 들어가는 문제일 뿐이다.

  
비난의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고려대학교 학생들은 3월 25일 다시 전학대회를 열어 <대학 청소노동자, 비정규직 강사의 투쟁과의 연대> 안건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번 일은 대학생들의 등록금 투쟁이 학내 노동자들의 싸움과 만나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사건이었다. 등록금 폭등과 대학 내 노동자들의 비정규직화가 진행된 시기와 원인은 다르지 않다. 대학 자율화 이후 각 대학이 공격적으로 비용절감과 수익극대화를 추구하며 기업과 같은 운영을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용역업체들마다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합에 대항하는 어용노조를 만들어 기존의 노조를 무력화하는 시도를 하는데도 이를 눈감고 있는 대학의 모습은 대학 스스로가 교육기관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대학이 점점 더 ‘기업’처럼, 또는 ‘기업을 위한 것’처럼 되어가는 현실에 반대하는 움직임은, 대학 내 주요한 구성원인 대학생과 노동자의 권리를 함께 외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기억하라!

  
4월 11일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은 사회에 대한 대학생들의 불만을 자기 정당에 대한 지지로 수렴시킬 방도를 찾기 위해 너나할 것 없이 분주하다. 20대의 표심을 잡는 것이 이번 선거만큼 이슈가 된 적은 없었다. 각 정당은 등록금, 장학금, 학자금대출 등의 제도개선 및 고등교육비용의 실질적인 인하를 위한 정책들을 구상 중이며, 청년비례대표를 공개적으로 모집·선발하는 행사를 통해 향후 정책결정에 청년들의 이해를 적극적으로 대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려 애를 썼다.

  
물론 교육재정 확충과 등록금 인하, 사립대학에 대한 규제와 국공립대 확대는 시급히 실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지난 10~20년에 걸친 대학 등록금 폭등은 ‘대학 자율화’, ‘경쟁력 강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던 각종 규제 완화와 대학평가를 통한 줄 세우기·구조조정에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으며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대학재편을 처음 시작하고 추진한 것은 다름 아닌 전 민주당·국민참여당 세력이다. 그러나 이들은 당시 자신들이 추진했던 대학교육 정책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이 자신들이 등록금 문제의 해결사인양 굴고 있다. 이는 곧 대학생들을 정치적 주체가 아닌 동원의 대상, 쉽게 끌어올 수 있는 ‘표’로만 보고 있다는 증거이다.

  
2011년 대학교육 부문에서 폭발한 대학생들의 움직임이 갖는 의미는 ‘복지정책 시리즈 중 하나인 반값등록금’ 정도로 축소·왜곡되어서는 안 된다. 대학생들의 투쟁은 지난 몇 십 년 간 정부와 교육계 인사들이 지속해 온 교육정책 전반의 모순이 폭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들은 신자유주의 시대 노동권의 후퇴(비정규직, 저임금, 실업 등)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을, 대학팽창을 용인하여 ‘고학력 획득’을 쉽게 하는 방식으로 무마해 왔다. 이제 와서 고학력자들의 취업난과 대학 등록금이 큰 문제가 되자, 보다 강력한 대학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으나 우리 대학생들은 알고 있다. 이런 방식의 미봉책은 문제를 유예하거나 또는 심화시키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2012년, 그 어느 때보다도 ‘과거를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점령하라!


우리는 왜 등록금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가? 제공받는 대학교육의 질과 효과에 비해 비용에 ‘거품이 많아서’ 인가? 아니다. 우리는 세상을 향해 묻는다. 왜 우리에게 교육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인가? 왜 우리는 대학에서조차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지’보다 ‘학점이 얼마나 나올지’, ‘등록금은 어떻게 낼지’부터 고민해야 하는가?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대학이 바뀌어야 하고,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 ‘반값등록금을 해주겠다는 국회의원에게 투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대학생들이 스스로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저들의 정치판에 휘둘리지 말고 우리의 판을, 우리가 스스로 만들자. 3월 30일, 대학생들은 <분노하라>, <연대하라>, <기억하라>, <점령하라>는 내용으로 시청광장을 점령할 것이다. 1%를 위한 투표가 아닌 99%의 싸움을 선포한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Me2Day로 보내기 게시글을 요즘으로 보내기

 
 

Total. 90
추천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82호] 국정농단 민생파탄 비선실세 정… 전국학생행진 2016-11-03 17124 0
42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42호] 용역폭력과 민주노조 죽이기, SJM … 전국학생행진 2012-08-31 2451 0
41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41호] 고용허가제 8년, 이주노동자의 권… 전국학생행진 2012-07-02 1813 0
40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40호] 피임약 재분류를 둘러싼 논란이 … 전국학생행진 2012-06-19 2127 0
39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39호] 2라운드 막 오른 홍익대 투쟁 전국학생행진 2012-05-21 1787 0
38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38호]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사태를 바… 전국학생행진 2012-05-09 1733 0
37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37호] 이 시대 진짜 '청년'들의 &… 전국학생행진 2012-04-27 1775 0
36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36호] 4.11총선, 누구의 패배인가? 전국학생행진 2012-04-16 1735 0
35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35호] 4월 11일은 왔지만 신의 한 수(手)… 전국학생행진 2012-04-02 2260 0
34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34호] 대학생, 광장을 점령하자! 전국학생행진 2012-03-27 1796 0
33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33호] 이 땅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필요… 전국학생행진 2012-03-21 1782 0
32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32호] 3월 8일 여성 노동자대회와 펭귄… 전국학생행진 2012-03-05 1949 0
31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31호] 한미FTA 추진했던 민주당을 기억… 전국학생행진 2012-02-15 1701 0
 1  2  3  4  5  6  7  8  
AND OR

신자유주의에 맞서 대안세계화로! 전국학생행진  |  이메일 stu_link@hanmail.net 맨 위로
정보공유라이선스 이 홈페이지에서 전국학생행진의 모든 저작물은 '정보공유라이선스 2.0 : 영리금지'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