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의 영어노예화, 사회 불평등을 심화하는

이명박 정부의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를
폐기하라!



한국사회에서 ‘영어’는 어떤 존재인가?


현재 ‘영어광풍’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고, 온 국민이 영어하나에 매달려 신음하고 있는 상황을 보건데, 영어는 우리에게 단지 하나의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다. 영어는 이미 사회적 권력이 되었다. 진학과 취업을 비롯한 사회의 모든 계층 상승의 통로에 ‘영어’가 버티고 서 있다. 영어를 획득한 자는 경제적 부와 권력을 갖게 되고, 그렇지 못한 자는 빈곤과 불평등을 감수해야만 한다.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수많은 사람들은 토익, 토플 등 영어공인시험에 몰리기 시작했고, 한국은 한 해 900억 원 가량의 응시료를 ETS 등 미국 테스팅 업체에 갖다 바치고 있다. 이렇게까지 영어공부에 매달리는데도 영어로 대화 한마디 못하는 사람은 환자로 여겨지며, 이 환자들에게 ‘영어 주치의’를 배치해 주겠다고 메쓰를 꺼내드는 학원들이 판치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영어를 통한 빈곤의 고착화, 공교육 파탄!


이 와중에 이명박 새 정권이 영어 공교육을 완성하겠다고 나섰다. 영어 사교육 없이도 모든 학생이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기본 생활 영어로 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영어로 영어를 가르치는 영어전용(TEE; Teaching English in English)교사를 2013년까지 2만3천명을 신규채용하고, 영어 잘하는 대학생, 주부 및 지역 주민 등을 영어전용 보조교사로 채용하는 등 가히 파격적인 교원정책을 내놓았다. 게다가 초등학교 영어수업 시수를 지금보다 더 늘리고 수능에서 영어과목을 폐지하고 실용 영어가 강화된 ‘국가영어능력평가’ 시험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저기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여전히 그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마치 새 정권의 명운이라도 걸린 듯 한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는 무엇을 노리고 있는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핵심은 “내가 기업에 있을 때 외국을 많이 나가 보니까 영어 잘 하는게 확실히 이득이더라”는 이명박 당선자의 말에 담겨져 있다. 영어를 매개로 확장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적극 편입해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영어에 능통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 말이 마치 다양하고 깊이 있는 영어교육의 활성화를 주문하는 진정성 있는 말인양 오도되고 있지만, 실상은 비즈니스에만 유용한 실용영어만을 강조하면서 학문연구와 문화교류를 위한 영어교육은 뒷전으로 밀어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영어수업시수는 엄청나게 늘었으나 ‘문제의 소지를 유발하면 안 된다’는 이유로 영어지문에 정치․경제․사회적인 내용들은 철저히 배제되어왔다.) 또한 여기서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1등 국민, 영어를 못 하는 사람은 2등 국민으로 등급이 매겨진다. 이미 95년 이후 초등학교에서 시행된 영어교육은 대부분의 저소득층 학생들을 ‘영포아’(영어포기아)로 만들어 아동기에서부터 이런 계급 분할을 확실히 해 주고 있다. 이렇게 새 정권의 영어정책은 그들 교육정책의 또 하나의 축인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와 함께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선별적 포섭과 극단적 배제’의 논리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새 정권의 ‘공교육 강화’라는 외침이 과연 진정성 있게 들리는가? 정책 발표 이후 또 다시 기세가 오른 영어 사교육 자본들뿐만 아니라, 어학연수․조기유학 문의 건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주장은 비웃음꺼리가 된다. 영어가 하나의 의사소통의 도구로서가 아니라 계층상승의 사다리라고 대놓고 밝히는 영어정책이 만들 다음 상황은 남보다 더 많은 사교육을 받을 것을 갈구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덩달아 학교마저 학원화 되는 기이한 현상들이 속출한다. 이것의 이면에는 ‘평가’라는 무시무시한 기제가 작동한다. 인수위는 현재의 교육부를 ‘해체’하고 초중등교육 업무를 지방교육청과 단위학교에 이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말 그대로 중앙정부의 기능을 없앤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평가기능, 평가에 근거한 재정분배기능 등 강력한 제어권한을 갖고 단위학교들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학교가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지 아닌지를 판별하겠답시고 전국 1등부터 전국 꼴찌까지 순위를 매기는 ‘전국단위학력평가’를 상시적으로 치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그러면 평가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학교들은 어떻게 하겠는가? 영어 사교육을 못 받아서 실력이 떨어지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교육은 내팽겨쳐지고 엘리트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할 것이다. 이런 교육방침에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비용’을 들이게 하는 학생(장애학생, 이주민 자녀 등)들은 입학자체가 거부되는 사태가 속출할 것이다. 결국 ‘공교육’이 담보해야 할 최소한마저 내팽겨쳐지는 것이다.

 


전 국민의 영어노예화를 거부한다.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폐기하라!


지금의 영어교육은 학습자를 능동적인 언어의 주체가 아니라 노예로 만들고 있다. 영어교육을 매개로 전 세계에 지배력을 뻗치고 있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전 세계 사람들을 (영어를) 잘 알아듣고, (영어로) 잘 대답하는 유순한 노동력으로 길러내고자 한다. 여기서 시작된 ‘영어 과잉교육’은 주변/반주변부 국가들의 삶과 문화를 담고 있는 모국어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외국어로서의 영어교육 자체의 의미마저도 왜곡한다. 또한 각 학문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영어몰입교육은 학문의 질을 급격하게 떨어뜨린다. 이런 문제투성이인 정책을 폐기하지 않으면, 새 정권의 영어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실패한 사례로 길이길이 남을 것이다.


덧붙여 우리 대학생들은 영어교육정책을 비롯하여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을 가속화할 이명박 교육정책 전반에 맞서 물러섬 없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벌써부터 이들이 3월 국회에서 국립대 법인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하면서 전국 대학들이 이에 발맞춰 등록금을 두 자릿수씩 올리고 있다. 대학에 자율권을 대폭 부여한다는 방안 또한 대학의 비민주성과 대학교육의 자본종속을 심화시킬 것이다. 이에 우리는 모든 교육주체들과 함께하는 힘찬 연대투쟁으로 화답할 것이다.



신자유주의에 맞서 평등-자유-연대로 나아가는

전국학생행진(건)

Posted by 행진

2008/02/26 22:44 2008/02/26 22:44
, , , , ,
Response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RSS :
http://stulink.jinbo.net/blog/rss/response/76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