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에도 멈추지 않는 노동자 탄압
- 노조법 통과에 부쳐-



1. 신년과 함께 찾아온 노조법 통과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안겨줘야 할 2010년 1월 1일, 새해가 밝기도 전에 우리는 노조법 날치기 소식을 전해 들어야 했다. 개정은 없을 것이라던 임태희 노동부장관이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노조법을 꼭두새벽에 통과시킨 것이다. 이번 노조법 개정안처리과정에서는 노동부장관의 말 바꾸기부터 자기당위원의 출입을 막은 환노위 회의까지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들이 벌어졌다. 정권에게 있어선 이번개정안 통과는 더 이상 법의 테두리에는 노동자들이 있을 곳은 존재치 않는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 개정안에는 복수노조 시행 유예, 타임오프제, 복수노조 단일창구화, 노조전임자임금 지급 금지를 골자로 하고 있다. 본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민주노조는 그 존립마저 위기에 처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정권과 여당, 경영계는 전임자임금지급이 노조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노사관계를 망친다며 지급 금지를 강도 높게 주장 해왔다. 이번 개정안 날치기통과로 전임자임금 지급금지는 올해 7월 1일로 시행되게 된다. 하지만 지난 96년 제정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그동안 노동계 및 학계 등의 강력한 반발과 폐지요구 속에 13년 동안 계속 유예되었던 조항이다. 사용자와 노동자의 불평등한 권력관계 속에서 노동자들이 자신들에게 보장된 권리들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장선이 노동조합이다. 더욱이 한국은 고강도 장시간노동이 일반화되어 있고 300인 이하사업장 노조가 전체노조의 90%를 차지하는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일을 하며 노조활동까지 병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노조전임자는 노조운영, 노무관리 외에도 민주노조로서 정치적 활동과 조합원 조직, 교육활동에 있어 없어선 안 될 존재이다. 게다가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대부분의 노조전임자 급여는 투쟁과 단체협상의 결과물로 쟁취해왔던 권리이다. 민주노조 와해와 같은 목적이 있지 않은 이상 회사가 나서서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는 드물다. 설령 회사의 개입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부당노동행위로 현행법상에서도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권과 여당은 이런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7월부터 전임자 임금지급이 금지된다면 노조는 전임자임금부담으로 인해 운영에 있어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소속노조의 노동조합비로 운영되는 상급단체 역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자연스레 노동조합 전체의 무력화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전체 노조전임자 임금이 노동조합비보다 많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노조의 약화는 피할 수 없다. 이런 정황들을 보더라도 정권은 겉으로는 법과질서 노조의 자율성을 말하지만 노조에 경제적 압박을 가하여 활동을 축소하고 약화시키겠다는 것이 속셈임을 보여주고 있다.

- 유급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제)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시행될 타임오프제는 노조전임자의 업무시간에 있어 노조활동 시간을 보장해주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얼핏 보면 전임자임금이 금지되는 와중에 전임자의 임금지급이 가능한 활동시간을 보장해줌으로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타임오프제는 전임자의 ‘기업의 노무관리를 대행하는 활동’ 에 있어서만 인정되며 전임자의 노조 교육 및 정치활동을 배제하고 있다. 이는 노조전임자의 역할을 노무관리수준으로 제약하고 있어 전임자임금만 금지되었을 현행법보다 더 후퇴한 것이다. 수많은 워크샵에서도 타임오프제가 노조의 자율성을 훼손할 치명적인 제도임이 지적되었다. 게다가 개악안이 통과한 것도 모자라 시행령 예고안에는 노조전임자수 제한규정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는 전임자의 활동자체와 그 숫자를 법적으로 규제하여 노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정권과 여당의 의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복수노조 자체는 노조결성의 자유라는 차원에서 보장되어야 할 기본적 권리다. 군사정권 하에서는 민주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법적으로 단일노조를 강제되어왔다. 민주화이후 노동계는 복수노조를 강력히 요구해왔다. 하지만 정권과 사측은 이를 노조 전임자임금지급 문제와 연동시켜 노사 간 타협과 흥정거리로 전락시켜왔다. 13년 동안 이를 유예시키며 버텨온 정권은 복수노조 허용시기가 가까워 오자 이를 무력화 시키고자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복수노조가 있어도 교섭권을 한 창구로 만드는 교섭창구 단일화는 교섭권을 두고 노노간 싸움을 야기하여 실질적으로 복수노조를 허용치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자율적 단일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과는 달리 노조의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하지만 노조 간 경쟁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단일화 실패 시 조합원 수 산정 시점까지 약 1달의 여유동안 사측은 언제든 어용노조를 만들 수 있게 하는 조항까지 담고 있어 노조탄압을 부추기고 있다. 현안대로 시행될 시 노조 간의 이해가 상충될 때 힘과 규모가 약할 수밖에 없는 비정규, 여성과 같은 소수노조의 발언권 자체가 소멸될 위험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창구단일화는 노사 간 교섭에 노조의 참여를 막고 있어 노동3권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에 다름없다. 이번 개악안에 의해 복수노조허용은 그 실질적 효과를 잃게 될 수밖에 없으며 오히려 노동자들 간의 경쟁, 대립과 어용노조의 난립으로 이어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2. 현 정권의 노골적인 노조 말살정책

 비단 이번 날치기뿐만이 아니다. 정권은 작년 통합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하자 정치활동을 벌이는 노조에 가입했기 때문에 공무원노조를 불법이라 규정하였다. 이후 노동조합설립을 반려하였으며 사무실압수수색/폐쇄 등 수단을 가리지 않고 노조를 탄압하였다. 철도파업에서도 다를 바는 없었다. 공사의 일방적인 협약에 맞서 철도노조가 파업은 합법적인 절차를 거친 준법투쟁이었다. 하지만 정권은  공공부분 선진화정책에 반대하는 정치적 파업이기 때문에 이를 불법파업으로 규정하였다. 여론과 대통령은 철도파업을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한 이기적인 불법파업이라며 철도노조를 몰아세웠다. 공무원, 철도의 사례에서 보여주듯이 공공부분선진화 노조의 파업을 공권력으로 탄압하는 것을 넘어 노조자체를 와해시키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더 이상 자신들의 국가정책에 적극적인 방해요소가 될 수 있는 민주노조자체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전태일의 분신부터 시작된 노동운동자체를 사회적 악으로 규정하고 파업과 같은 활동부분의 통제를 넘어 노조자체를 와해시키려 하는 현 정권의 탄압은 더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번 신년연설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명박 대통령은 노동자들이 참고 노력하면 경제위기가 해결되고 좋은날이 온다며 ‘일로영일’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은 지난 97년 IMF당시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IMF 고통분담 속에서 기업과 주주들은 민중들의 고통위에 살아남았지만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노동권의 전반적인 후퇴와 전 국민의 빈곤화, 실업대란이었다. 정권은 지난 97년IMF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이익보장을 위해 민주노조의 투쟁을 말살하고 민중들에게 고통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97년의 파괴된 서민경제가 회복되지 않은 만큼 민중들의 삶은 더 나락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민중들의 불만 관리는 정권의 최우선 목표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기만적인 서민정책과 함께 더 강도 높은 노조말살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3. 노조가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이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만드는 것이며 국가는 노조의 권리를 보장하고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할 의무를 지닌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이와 같은 의무를 지켰던 정권은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때문에 전태일의 분신 이후 본격화된 노동운동과 민중들의 투쟁은 항상 정권의 모진 탄압을 받아 왔다. 자본과 정권의 힘 앞에 미약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노동이 보장되기 위해선 연대와 단결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연대와 단결을 모아내는 노동자들의 공간이 바로 노조였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은 좋아졌다고 이정도면 된 것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정권은 시기별로 파견법, 비정규직보호법, 노조법개정안 등 계속해서 노조와 노동운동을 탄압해왔다. 이는 작년 말부터 더욱 심화되어 이젠 노골적으로 노조를 말살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노조의 시작이 노동권의 시작이었듯이 노동권에 대한 말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노동자들의 파업은 단순히 그들만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넘어 이 사회 전체 노동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인 것이다.

4. 연대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을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우리에게 노동권이라는 말은 아직도 어색한 말이다. 노동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사회에서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일 수도 없다. 하지만 정권과 여론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노동자들의 파업과 투쟁을 집단이기주의, 불법폭력행위로 몰아가면서 자신들의 정책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을 사회저해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이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노동권을 빼앗기고 있으며 우리의 노동권을 지킬 수 있는 방법들을 점점 더 잃어가고 있다. 850만 명이 비정규직인 사회, 경제위기속에서 기업의 이윤을 지키기 위해 노동자들부터 해고되는 사회에서 정부의 反노동정책에 맞선 노조의 투쟁은 노조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권의 노조공격은 노동권 일반에 대한 공격이며 이에 맞선 노조의 투쟁은 이 땅 노동권의 최후 보루이다. 정권의 탄압이 완성될 경우 우리의 노동은 더 이상 권리가 아닌 고역으로 전락 될 수밖에 없다. 시작부터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2010년, 우리의 내일은 어둡기만 하다. 하지만 넋 놓고 구경하고 있다간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생존조건에도 미달하는 열악한 저질의 일자리 일수 밖에 없다. 돌아오는 7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피할 수 없는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누군가의 권리가 아닌 우리 모두의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노동권의 최후보루인 노동조합을 지키는 싸움에 우리 모두 함께하자!!!


Posted by 행진

2010/01/15 01:36 2010/01/15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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