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호][회원마당] 탁상공론, 소회

- 대근(고려대)

탁상공론(濯想恐論) 소회(所懷)


지난 11월, 아무것도 모른 채 단지 할 사람이 없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학회장이 된 지 어언 5개월이 지났다. 선거 총회를 하면서, 선배들이 네가 생각하는 학회의 상이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고, 나도 나름대로 생각한 것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얼마나 모르는 게 많았는지 모르겠다.(지금도 마찬가지^^;;)

아르바이트 때문에 늘 바빠서 세미나에 참여하는 것도 제대로 못했기에, 솔직히 학회장이 막 되었을 때까지도 학회는 단지 세미나를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내 임무(?)는 학회원을 많이 받고 세미나를 잘 진행시키고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잘 지내는 것이라고. 물론 그 부분이 학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중심인 것은 틀림없다. 학회는 본질적으로 진보적 담론을 공부하고 형성하는 곳이기에 세미나가 중심이 된다. 하지만 세미나로만 끝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조금이라도 더 알고, 사회의 모순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잘못된 것을 고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지금에 와서는 학회가 세미나를 넘어서는 어떤 활동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스스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학회장이라는 이름으로 여기 저기 불려 다니고 끌려 다닌 끝에 깨닫게 된 것이지만.(^^) 특히 올해 들어 FTA 라는 정세 속에서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단지 선배가 불러서 나간 것이 아니라, 이때까지 내가 학회에서 해 온 세미나를 토대로 형성된 인식과 판단, 나의 주관으로 참여했다. 물론 여기까지 나를 이끌어준 것은 함께 세미나를 하면서 고민을 들어준 선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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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학회장의 입장에서 어려운 것은 내가 선배의 입장에서 후배들에게 세미나를 하면서,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사고를 습득시키고, 앎을 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주입시키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한 끝에 자신의 의지로 움직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점점 더 빡빡해지는 대학 생활이 새내기들뿐만 아니라 나를 비롯한 선배들까지 사회를 고민하고 사회와 연대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것 같다. 게다가 지난 2년간 문제와 직접 부딪히고 참여한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어떤 문제를 같이하고 참여하자고 학회에서 말을 꺼내기가 더욱 힘든 것 같다. 참여하면 무엇을 하게 되고 어떤 것을 느끼게 될 지 나 역시 모르기는 마찬가지니까.

탁상공론은 사회과학 학회이다. 3월 초에 한 차례 지성인을 주제로 사이드의 「권력과 지성인」을 읽었고, 그 때 2년차 간사들과 함께 지성인의 존재와 역할, 우리 대학생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다. 3월 학회주간에 ‘이주노동자와 노동3권’을 주제로 공개세미나를 했다. 이후 다른 학회들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20여명의 새내기를 선발(?)해서 지금은 ‘이중 혁명’을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재미없는 단순한 스터디가 되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한 차례 세미나를 해보니 의외로 이중혁명 당시와 지금의 현실(특히 FTA와 관련해서)이 유사하고, 그로부터 지금의 현실을 고민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무슨 이유인지 예상보다 많은 새내기들이 들어와서 세미나를 진행하는데 착오도 있었고 학회원 한 명 한 명과 깊은 교류를 나누는 것이 예전보다는 힘들어졌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생각이 다양해지고 학회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선배들의 바램, 나의 의지, 간사들의 고민, 새내기들의 열정이 합쳐져서 탁공은 앞으로도 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각자의 삶을 고민하는 장이 될 것이다. 이중 혁명에 이어서 어떤 세미나를 할 것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근현대사, 여성주의, 신자유주의, 역사적 자본주의, 자본, 맑시즘 등의 세미나를 통해서 탁공의 방향성과 정체성은 유지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맑시즘 논쟁사를 주제로 한 고학번 테이블을 통해 나의 고민과 그 고민을 풀 열쇠를 찾는 작업도 심화시킬 것이다.

탁공이 앞으로도 계속 모든 사람들에게 열린 논의의 장을 제공하고, 완전히 같을 수는 없더라도 같은 방향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행동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남한 사회과학의 총본산 그 실천의 동력! 생각을 씻는 경외로운 논쟁은 사회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Posted by 행진

2007/06/29 20:38 2007/06/29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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