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 비리수사
2015년 7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7월 27일 신동주와 신격호는 신동빈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했고, 7월 28일 신동빈은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여 신동주와 신격호가 단행한 해임을 무효로 규정하고 신격호를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했다. 7월 30일 신동주는 신격호의 지시서를 토대로 정당성을 내세웠고, 8월 4일 신동빈은 롯데그룹 37개 계열사 사장단의 성명서를 토대로 정당성을 내세웠다. 8월 17일 신동빈은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승리했다(이하 1차전). 10월 8일 신동주가 기자회견을 통하여 법적 소송을 발표하며 시작된 2차전과 3차전은 2016년 3월 6일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와 6월 2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신동빈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경영권 분쟁의 결과로 베일에 가려 있던 소유구조와 지배구조의 폐쇄성이 드러났고, 롯데면세점의 비리 사건과 롯데마트의 가습기 살균제 판매 사건으로 수사를 받았다.
이러한 가운데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특혜 기업으로 알려진 CJ그룹(이재현, 2013년 5월), 효성그룹(이명박의 사돈 조석래, 2014년 10월), 포스코그룹(MB맨 정준양, 2015년 3월)에 이어서 롯데그룹을 정국의 주도권 전환에 필요한 타켓으로 설정하여 전방위적인 비리수사를 시작했다[미주 1]. 검찰은 횡령, 배임 등의 혐의를 이유로 롯데그룹 정책본부,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건설, 롯데홈쇼핑, 롯데케미칼, 롯데알미늄 등을 압수수색했고 장영자, 김현수, 이봉철, 이원준, 채병정 등을 소환조사했다.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77호 : 롯데그룹 비리수사, 재벌이 문제다’는 롯데그룹의 비리를 재벌의 소유구조 및 지배구조에서 기인함을 분석하고, 노동자들에게 비용이 전가되어 저임금 고강도 노동과 산업재해, 노조탄압로 이어졌음을 분석한다. 또한 노동자운동이 롯데그룹 비리수사를 재벌의 문제를 제기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한다.
비자금의 조성과 사용[미주 2]
[참고] 롯데그룹의 가계도
롯데그룹은 두 가지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 첫째, ‘통행세’(중간마진),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간 부당거래를 통하여 계열사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여 비자금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신격호의 차남 신동빈이 2004년부터 대표이사를 담당하며 성장했던 롯데케미칼은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하는 과정에 롯데물산을 중개업체로 끼워넣어 ‘통행세’(중간마진)를 지급하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신격호의 셋째 부인 서미경이 다수의 지분을 보유한 유원실업과 유기개발은 롯데시네마(롯데쇼핑 시네마사업부)의 매점 운영권과 롯데백화점(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의 식당 운영권을 독점하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에 해당하는 호텔롯데는 2013년 8월 롯데제주리조트와 롯데부여리조트를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롯데건설, 롯데닷컴, 롯데케미칼 등이 보유하고 있던 216억원의 리조트 지분을 119억원에 매입하고, 2015년 11월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롯데쇼핑이 소유하고 있던 1,384억원의 롯데알미늄 지분을 839억원에 매입하여 계열사간 부당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그룹은 2015년 총수 일가가 다수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상장사는 30% 이상, 비상장사는 20% 이상)의 내부거래 비율이 78.09%를 차지했다(2위 LG그룹 60.4%, 3위 SK그룹 53.8%, 4위 한진그룹 43.9%, 5위 GS그룹 25.6%)[미주 3].
둘째, 인수가격 부풀리기, 손실 부풀리기를 통하여 기업의 자금을 외부로 유출하여 비자금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롯데그룹은 신동빈이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을 맡았던 2004년 10월부터 2015년 5월까지 35건의 인수합병을 성사시켰고, 이명박 정부 시절에 해당하는 2008년 2월부터 2013년 2월까지 26건의 인수합병을 성사시켰다. 롯데그룹의 자산총액과 계열사수는 2008년 43조 8,920억원과 46개에서 2012년 83조 3,050억원과 79개으로 증가했다[미주 4]. 또한 신동빈이 주도했던 중국 사업은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케미칼의 중국·홍콩 법인들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1조 1,51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롯데케미칼은 영업이익이 2014년 3,743억원에서 2015년 1조 3,357억원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법인 7개 중 2개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롯데그룹은 인수가격을 부풀리는 방식 또는 손실을 부풀리는 방식을 통하여 기업의 자금을 유출하여 비자금을 조성하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조성된 비자금은 두 가지 용도로 사용된다. 첫째, 로비를 위하여 사용된다. 예를 들어, 2009년 12월 롯데면세점(호텔롯데 면세점사업부)이 AK면세점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2010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점유율 54.9%로 독과점적 지위를 묵인하고 허가를 내줬고, 2009년 1월 롯데칠성음료가 두산주류BG를 인수하여 소주(처음처럼)을 넘어서 맥주(클라우드)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2010년 9월 이명박 정부는 맥주 제조 면허의 저장시설 기준을 1850kL(500mL 370만병) 이상에서 100kL 이상(360mL 36만병)으로 완화했다(2012년 3월 맥주 제조 면허 획득, 2012년 7월 충주 맥주 공장 착공, 2014년 4월 클라우드 출시). 한편 호텔롯데는 1987년 12월 서울특별시 송파구 신천동 부지를 매입하고 1994년 12월 제2롯데월드의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가 서울공항(공군) 항공기 이착륙 안전에 지장을 초래함을 지적하며 반려하여 10년 동안 미뤄졌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2008년 9월 제2롯데월드를 반대했던 김은기 공군참모총장을 경질했고, 2009년 3월 제2롯데월드를 최종 승인했다. 또한 2010년 11월 제2롯데월드의 층고가 112층에서 123층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와 같은 특혜를 위하여 비자금이 사용되었다고 추정되고 있다.
둘째, 경영권의 승계·유지를 위하여 사용된다. 총수 일가의 공식적인 수입은 급여와 배당이다. 다만 경영권을 승계·유지하기 위하여 급여와 배당 이외에 비자금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비자금은 재산의 상속과 증여에 요구되는 막대한 비용을 충당하는 과정에서 사용되거나 차명(‘빌린 이름’)으로 지분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사용된다(신격호 → 신동주 또는 신동빈). 한편 신동빈은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에 해당하는 호텔롯데의 지분이 전무하다. 또한 호텔롯데의 지분 19.7%를 보유하는 동시에 롯데전략투자(LSI)와 L투자회사 11개를 통하여 호텔롯데의 지분 72.65%를 보유하는 롯데홀딩스의 지분은 1.4%(신동주는 1.6%)이며, 롯데홀딩스의 28.1%를 보유한 광윤사의 지분은 38.8%(신동주는 50%)이다. 따라서 비자금은 위태로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사용되거나 롯데홀딩스의 지분 27.8%와 6.1%를 보유한 종업원지주회와 임원지주회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사용된다. 이처럼 롯데그룹의 비자금은 조성의 차원에서 재벌이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사용의 차원에서 재벌이었기에 필요했던 ‘재벌’의 문제였다.
재벌과 순환출자
[참고] 롯데그룹의 소유구조와 지배구조
롯데그룹의 계열사 86개 중에서 상장사는 8개사(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케미칼, 롯데하이마트, 롯데손해보험, 현대정보기술)에 불과하며, 비상장사는 78개사에 이르렀다. 8개의 상장사 가운데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를 제외한 5개사를 상장사를 인수한 경우이며, 78개의 상장사 가운데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광윤사, 롯데홀딩스, 롯데전략투자(LSI)와 L투자회사 11개 및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에 해당하는 호텔롯데는 비상장사이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폐쇄적인 소유구조와 지배구조로 인하여 ‘베일에 롯데’라 불렸다. 그러나 신동주와 신동빈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하여 총수 일가가 “과다한 차입금은 만병의 근원이다”라는 무차입 경영에 따라서 2.4%에 불과한 지분으로 재계 5위, 계열사수 86개, 임직원 18만명, 자산총액 93조원, 매출액 83조원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롯데그룹의 소유구조와 지배구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총수 일가가 광윤사의 지분 89.6%를 보유하고, 광윤사가 롯데홀딩스의 지분 28.1%(종업원지주회는 27.8%, 임원지주회는 6.1%)를 보유한다.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의 지분 19.7%를 보유하는 동시에 롯데전략투자(LSI)와 L투자회사 11개를 통하여 호텔롯데의 지분 72.65%를 보유한다.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에 해당하는 호텔롯데는 롯데쇼핑의 지분 8.83%, 롯데제과의 지분 3.21%, 롯데칠성의 지분 5.92% 등을 보유한다. 한편 롯데그룹은 롯데쇼핑(63개), 롯데제과(54개), 대홍기획(60개)를 중심으로 A기업이 B기업에, B기업이 C기업에, C기업이 A기업에 출자하는 ‘순환출자’를 형성하여 경영권을 승계·유지하고 있다. 순환출자는 2014년 4월 95,033개에 달하였고, 2015년 4월 416개, 2016년 2월 67개로 축소했음에도 불구하고 65개 대기업 집단의 순환출자의 71.3%(94개 중 67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의 총수 일가 지분은 2.4%으로 10대 재벌 평균 2.7%보다 작고, 롯데그룹의 내부지분율은 85.6%로 10대 재벌 평균 53.0%보다 크다.
롯데그룹 비리수사에서 잊혀진 노동자
[참고] 2014년 3월 10대 재벌의 비정규직 비율
롯데그룹의 비리 및 소유구조와 지배구조는 노동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했다. 예를 들어,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과 광윤사, 롯데홀딩스, 롯데전략투자(LSI)와 L투자회사 11개가 대주주로 있는 23개사(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 중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한 12개사는 접대비 증가율이 2011년 18%, 2012년 28%, 2013년 71%, 2014년 -16%, 2015년 -17%로 연평균 16.8%에 이르렀던 반면, 복리후생 및 급여비용 증가율이 2011년 14%, 2012년 11%, 2013년 5%, 2014년 6%, 2015년 6%로 연평균 8.4%에 머물렀다[미주 5]. 또한 홍영표 의원에 따르면 2011년 9월 롯데그룹의 비정규직 비율은 42.3%로 10대 재벌 중 1위였고(10대 재벌 평균 10.3%, 2위 GS그룹 14.8%, 7위 한진그룹 10.9%),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 3월 롯데그룹의 비정규직 비율은 50.6%로 10대 재벌 중 3위였다(10대 재벌 평균 36.3%, 1위 현대중공업그룹 62.8%, 2위 포스코그룹 52.2%)[미주 6].
롯데건설은 계약에서 입주까지 전과정을 관리하는 시행사, 시행사에 발주를 받아서 공사를 담당하는 시공사(원청 종합건설업체), 시공사에 하청을 받아서 토공, 미장, 방수, 벽돌, 전기 등을 담당하는 하청 전문건설업체, 오야지, 소장, 팀장, 건설업 노동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을 통하여 비자금을 조성하는 동시에 노동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여 산업재해를 양산했다. 롯데건설은 다단계 하청을 통하여 비자금을 조성하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6월 14일 압수수색), 제2롯데월드의 공기를 단축하기 위하여 24시간 공사 등 무리한 공사로 2011년 5명, 2012년 2명, 2013년 1명, 2014년 2명, 2015년 1명 등 10명의 사망재해자를 발생시켜 비판을 받고 있다[미주 7]. 더하여 롯데건설은 2015년 4월 「2015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2015년 산재사망 최악의 살인기업 중 3위(5명)와 10년간 재난사고와 산재사망 50대 기업 중 8위(61명)을 차지했고, ‘한겨레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의 설문조사에서 노동조건이 열악한 상위 10대 건설사 중 2위(27.2%)를 차지했다[미주 8].
한편 롯데마트(롯데쇼핑 마트사업부)는 저임금 고강도 노동으로 인하여 2015년 10월 민주롯데마트노조가 설립되자 노조탄압을 자행했다. 2015년 12월에는 울산지부 계산원분회장을 고객이 반품한 빵을 무단으로 먹었다는 이유로 해고했고, 2016년 4월에는 울산진장점지부장을 할인하는 상품들을 구매하였다는 이유로 해고했다. 2016년 3월에는 김영주 위원장에게 업무 태만, 근무지 이탈을 이유로 1개월 감봉의 징계를 내렸고, 정찬우 부위원장에게 매니저에서 평사원으로 강등하는 조치를 취했다. 또한 롯데백화점(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은 2015년 10월 입점업체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던 박모씨가 화장실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했고, 롯데케미칼은 2016년 6월 여수국가산업단지 제2공장 사내하청 여모씨가 청소작업 도중 안면에 부상을 당하여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했다. 요컨대 건설, 유통, 화학 등 롯데그룹의 비리 및 소유구조와 지배구조의 주요 계열사들에서 저임금 고강도 노동과 산업재해, 노조탄압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운동과 제운동세력은 롯데그룹 비리수사를 롯데그룹의 소유구조와 지배구조 및 저임금 고강도 노동과 산업재해, 노동탄압을 사회적인 쟁점으로 만드는 투쟁으로 전환시켜야만 한다. 예를 들어, 2007년 3월 설립된 건설노조와 2016년 3월 설립된 마트산업노조 준비위원회(2012년 이마트노조 설립, 2013년 홈플러스노조 설립, 2015년 민주롯데마트노조 설립)는 다단계 하청에 대하여 문제제기하여 비자금의 조성을 방지하는 동시에 저임금 고강도 노동과 산업재해, 노조탄압을 막아낼 단초다. 또한 이와 같은 투쟁들은 제2롯데월드가 만들어낸 안전의 문제, 롯데마트-옥시가 만들어낸 건강의 문제 등 시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나아가 신격호의 치매약 복용 여부 따위에 국민경제가 휘둘리는 어처구니 없는 한국의 상황을 변화시킨다는 의의가 있다. 이제 삼성그룹을 바꿔나가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투쟁, 현대자동차그룹을 바꿔나가는 유성기업지회의 투쟁, LG그룹과 SK그룹을 바꿔나가는 희망연대노조(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등)의 투쟁 등과 더불어 롯데그룹을 바꿔나가는 투쟁을 시작하자!
<미주>
[미주 1] 송지유, 「롯데그룹 수사 ‘친MB 기업 손보기’ 오해 피하려면」.
[미주 2] 최열희, 「롯데 사태를 읽는 5가지 포인트」.
[미주 3] 채성진, 「내부거래로 롯데家에 수백억 부당이득」.
[미주 4] 이석, 「‘수상한 자금흐름’ 관찰한 검찰, 타이밍만 노렸다」.
[미주 5] 윤현종, 「오너일가 직접지배 롯데 계열사 5년 간 ‘접대비’ 6340억 ‘압수수색기업’ 집중」.
[미주 6] 이지현, 「롯데그룹 비정규직 비율1위 오명… 42% 달해」, 김유선·전사랑, 「10대 재벌 비정규직 변황」.
[미주 7] 이재기, 「제2롯데월드는 사고 월드? 공상(公傷) 처리하고 '쉬쉬'」, 조승현, 「제2롯데월드 사고, 자본 본색?」, 박나영, 「제2롯데월드 공사장 추락사한 노동자…검찰, 시공사 등 기소」.
[미주 8] 유하라, 「‘기업살인법’ 제정 시급 : 노동자와 시민 생명과 안전 위해」, 임지헌·허승, 「삶과 죽음이 갈리는 현장, 건설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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