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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80호] 과잉경쟁·산업재해 부추기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막아내자!
 작성자 : 전국학생행진
Date : 2016-09-23 20:25  |  Hit : 1,998   추천 : 0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80호 과잉경쟁·산업재해 부추기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막아내자.hwp (302.0K) 다운 37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80]
과잉경쟁·산업재해 부추기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막아내자!
 
2016830일 국토교통부는 소형화물차의 수급조절제를 폐지하고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기만 하면 증차 및 신규 허가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발표하였다. 지금까지 정부는 화물자동차의 공급이 과잉되어 운전자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문제제기에 따라 2004년에 도입된 수급조절제에 근거하여 정부로부터 영업용으로 사용하도록 허가받았다는 표시인 노란색 번호판을 달고 있는 화물차만 영업이 가능하도록 하고, 번호판의 수를 엄격하게 통제해왔다. 국토교통부는 소형화물차의 수급조절제를 폐지하는 배경으로 2004년 이후 택배시장의 물동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화물자동차의 공급이 경직되었다는 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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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실제로 국내 택배시장의 물량은 그림 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2005부터 연평균 13.2%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2016년에는 물량 20억 개 돌파가 예상되고 있다. 2005년에 비해 무려 4배 가까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영업용 택배차량 허가 대수는 2004년 수급조절제 도입 이후 10년 가까이 약 15,000대 선에서 거의 늘지 않았다. 정부가 신규 영업용 번호판을 발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불법적인 자가용 화물차량 운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자가용 화물차량은 2013년에는 14,700대까지 증가하여 거의 허가된 영업용 택배차량의 수에 근접했다. 이에 정부는 2013년에 11,200, 2014년에 12,000대 가량의 증차를 허용하며 이미 불법으로 운행되고 있는 자가용 택배차량을 양성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2015년을 기준으로 자가용 택배차량이 약 13,000대 정도로 45000대에 달하는 전체 택배차량의 28%나 되는 등 자가용 화물차량을 택배차량으로 사용하는 관행은 사라지지 않았다.
택배업체를 비롯한 물류업체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는 한국통합물류협회는 두 차례에 걸친 증차 조치 이후에도 영업용 택배차량 10,000대 증차를 요구해왔는데, 이는 물류업체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택배차량을 운행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라기보다는 현재 불법적으로 운행되고 있는 자가용 택배차량을 양성화해달라는 요구에 가깝다.
특히 한국 소셜커머스 업계 1위인 쿠팡에서 20143월부터 9,800원 이상 구매 물품들에 대하여 주문 당일 소비자에게 무료로 배송하는 로켓배송서비스가 한국통합물류협회에 의해 행위금지 가처분 소송이 제기되는 등 법적 분쟁에 휩싸이면서 증차를 통한 자가용 택배차량에 대한 양성화 요구가 더욱 빗발쳤다. 로켓배송은 택배업체를 이용하지 않고 자체 배송인력인 쿠팡맨을 채용해 상품을 배달하는 방식인데, 쿠팡은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영업용 차량이 아닌 자사 차량으로 아무 문제없이 배송 서비스를 하면서 택배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자가용 택배차량이 불법인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의 수급조절제 폐지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지속하기를 원하는 쿠팡과 자가용 택배차량 양성화를 원하는 기존 택배업체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수급조절제 하에서 증차를 하더라도 전년도 수급 상황을 분석하고 정부, ·, 사업자단체 등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수급조절위원회 협의를 거쳐야 해 실제 증차까지 통상 1년가량이 소요되던 것과 달리, 택배업체에서 얼마든지 자유로운 증차가 가능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의 조치는 국내 택배시장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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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국내 택배 화물의 운송 단가는 2005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이는 택배시장의 규모가 증가를 거듭하는 가운데 신규 업체들이 대거 진입하였고, 택배시장의 특성 상 서비스 차별화가 어려워 치열한 가격경쟁이 전개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택배시장의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개별 택배업체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있다. 또한 쿠팡의 로켓배송을 비롯하여 위메프의 바로도착 서비스’, 티몬의 슈퍼배송등을 통해 사실상 유통업계가 택배시장에 진입하면서 택배시장의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출혈경쟁과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택배업체들은 업체 간 인수합병을 추진함과 동시에 이윤의 손실분을 택배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택배업체들이 택배노동자들이 받는 운송료를 낮추는 식으로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화물운송업계 전반의 다단계 고용구조와 지입제라는 한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기형적인 제도 때문이다. 지입제란 화물차를 가진 개별 노동자들이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을 가지고 있는 운송회사와 위수탁계약을 맺고 운송회사에서 의뢰하는 화물을 운송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또한 화물운송업계는 그림 3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대형운송사 - 알선업체 - 영세운송사 - 지입화물차주또는 대형운송사 - 운송사 - 소형 알선업체 - 지입화물차주로 이어지는 다단계 고용구조를 갖고 있다. 화물운송노동자들은 사실상 운송회사에 고용되어 일하면서도 개인사업자’(특수고용)라는 외피를 쓰고 있어 각종 법적인 보호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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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때문에 택배노동자들은 지금도 특수고용직의 특성 상 언제 계약이 해지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건당 수수료 임금 체계로 생활을 꾸려야 하는 상황 때문에 택배기사들은 쉬지도 못한 채, 과도하더라도 할당된 물량은 모두 책임져야만 한다. 지금도 택배기사들은 하루 평균 16시간 동안 택배 400~500, 한 달에 1만 건을 쉬지 않고 나르고 배달하는 등 살인적인 노동을 감내하며 생명을 위협받거나, 아니면 일을 그만두고 생계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택배 수수료는 건당 평균 720~780원 수준인데다가 배달에 필요한 유류비, 통신비, 밥값, 트럭 수리비, 근무복 구입 등은 모두 택배기사들이 자비로 해결하고 있다. 또한 택배기사들은 직계가족의 경조사가 있을 때만 회사가 대체 근무 비용을 부담하고, 병가나 개인사유로 일을 쉬면 그 비용은 해당 기사가 물어야만 한다.
이렇듯 택배시장의 과잉경쟁과 왜곡된 수익구조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물량 증가에 비해 화물차가 증가했다는 현상에 대한 진단 하나만 가지고 자유로운 증차를 허용한다면 택배업계 간 경쟁은 더욱 더 심화되고, 지금도 생계 위협에 시달리는 택배노동자들은 택배업체들의 손실비용 전가로 인해 떨어진 운송료만큼 줄어든 수입을 벌충하기 위해 서로 더 많은 물량을 배달하기 위한 경쟁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또한 이는 과적이나 장시간 운행 등 위험한 운송행위의 증가 이어져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실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 중에서 등록 차량의(2000만 대)2.2%(44만 대)에 불과한 화물차 사고의 비중이 26.5%에 달하며, 화물차가 도로 위의 시한폭탄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금도 화물노동자들이 과적·장시간 운행·심야운행 등을 사실상 강요받게 되는 상황에서 생겨나게 되는 화물차 사고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정리하자면, 지금까지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은 불법적인 자가용 택배차량 운행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취해온 택배업체들과 배송서비스 경쟁력 확보를 통해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쿠팡과 같은 유통자본을 위해서는 규제를 자유롭게 풀어주면서도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택배노동자들에 대한 무분별한 착취와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과적·장시간 운행·심야운행 등의 잘못된 관행은 오히려 고착화하는 정책이다. 한편 이에 맞서는 움직임들 또한 본격화되고 있다. 화물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924일 상경투쟁을 시작으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저지하기 위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다.
화물연대는 2002년 출범 이후 세 차례의 파업을 포함한 투쟁을 통해 정부를 교섭 테이블에 이끌어내며 운송료 인상, 현행법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어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화물노동자들이 원청인 대형 운송사들을 대상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등 많은 변화들을 만들어왔다. 이러한 성과들은 물류를 멈추어 세상을 바꾸자!’고 외쳐왔던 화물노동자들의 투쟁이 만들어낸 성과물임과 동시에 화물노동자들에 대한 전 사회적인 지지와 연대가 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기형적인 다단계 구조와 화물노동자들을 사실상의 무권리 상태로 내모는 잘못된 제도들로 인해 물류자본·유통자본이득을 보게 되어 있는 지금의 물류 시스템을 고객들에게 당사자인 화물노동자들, 도로 위를 안전하게 달릴 권리가 있는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바꾸어내기 위해서는 화물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지속적인 투쟁과 연대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924일 화물연대의 투쟁에 연대하는 토론과 실천을 시작으로 물류자본·유통자본만을 배불리며 과잉경쟁과 산업재해를 부추기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에 제동을 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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