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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50회 특별호3] 또 다른 윤창중을 막는 방법
 작성자 : 전국학생행진
Date : 2013-05-24 12:23  |  Hit : 3,182   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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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50회 특별호3]

또 다른 윤창중을 막는 방법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 중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문화원 인턴을 성추행했다고 보도되며, 사람들의 공분을 크게 사고 있다. 그런데 윤창중 성폭력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여타 주위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해자의 파렴치한 행위나 가해자가 실추시킨 공동체의 명예가 중심적으로 부각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해자에 초점을 맞추는 성폭력 이슈의 전개는 가해자를 축출하고 처벌하는 데는 유효할지라도 성폭력 사건이 지속되지 않게 우리 사회를 바꾸어 나가는 부분에서는 무기력하다. 그렇기에 아래에서는 윤창중이라는 개인의 문제로 가려져 있는 사회적 현실과 실질적으로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고려해야할 부분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윤창중 사건에 숨겨진 진실

 

먼저, 우리는 윤창중 사건으로 드러난 이 현상이 과연 개인만의 문제인건지, 혹시 한국 조직문화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여성을 동등한 동료가 아니라 성적 대상으로만 보는 왜곡된 성문화

 한국에서 여성과 남성은 서로에 대한 인격적 관계 맺음에서 비롯한 성적 가치관을 형성하기보다 포르노그래피나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TV매체, 음담패설을 기반 하여 왜곡된 성문화를 형성하곤 한다. 그 결과 여성을 수동적인 성적 대상으로 여기거나, 특히 포르노적인 폭력적 성문화를 여성에 덧입히는 경우가 생긴다. 실제로 416일 노컷뉴스의 한 기사에선 한국청소년정책 연구원의 통계자료를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08년 발표했던 '청소년 성 의식 및 행동 실태와 대처 방안 연구'를 보면 청소년의 성 의식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 알 수 있다. 전국 남녀 중고생 2,36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더니, 남자 중학생의 27.3%, 고등학생의 30%'여자는 겉으로 성관계를 원하지 않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남자가 강압적이기를 바란다'는 항목에 '그렇다'고 답했다. '남자가 여자를 성적으로 흥분시키는 유일한 방법이 폭력을 사용하는 것'이라는 문항에는 전문계 여고생의 21%, '여자는 남자가 거칠게 다룰 때 성적 자극을 느낀다'는 항목에는 남자 전문계 고교생의 24%, 중학생의 21.9%'그렇다'고 답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측은 2008년 이후 청소년 성 의식에 대한 연구는 없다고 했다.)

이러한 왜곡된 성인식 하에서는 성폭력이 발생하기 쉬우며, 여성의 ‘No’가 진지하게 ‘No’로 받아들여지지 않게 된다.

성폭력 통계.jpg 

소년의 왜곡된 성 인식은 청소년만의 특수한 것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1년부터 2012년 상반기까지 접수된 성희롱 진정사건을 분석한 결과 가장 성희롱이 많이 발생하는 장소가 사업장(직장)으로 50.3%의 앞도적인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을 볼 때, 여성에게 직장은 성폭력 위협의 최상위를 차지한다. 이는 단순히 미친놈이 직장에 많아서가 아니라, 여성이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라기보다 성적 희롱과 폭력의 대상으로 여겨져 온 한국 사회의 왜곡된 성인식과 성적농담이나 신체접촉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잘못된 직장문화 때문이다.

 

인턴’, ‘비정규직’, ‘파견직’.....()이 성폭력 사건을 제기할 수 없는 조건들.

 

여성주의 저널 일다의 한 기사는 이렇게 반문한다. ‘이 일(윤창중 사건)이 한국에서 벌어진 일이었다면?’ 피해여성은 과연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을까. 한국의 경찰은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 사건을 정상 처리할 수 있었을까. 그만큼 성폭력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조치가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3년간의 사건 통계를 볼 때 성희롱 사건처리가 발생한 기관의 55~65%가 아무런 공식처리를 하지 않았다. 성폭력 사건을 예방하려면, 윤창중이 대통령 대변인으로서 한국 국격에 먹칠을 했기 때문에 이슈화되는 것이 아니라 왜 여성이, 왜 하필 인턴이 성폭력에 노출되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업무상 성추행.jpg

앞서 언급한 한국 사회의 잘못된 성 문화로 인해 발생하는 성폭력은 불안정한 고용관계에서 극대화되고 더 빈번해진다. 여성들이 해고나 인사에 대한 불이익을 걱정하여 제대로 된 문제제기를 할 수 없고, 그 만큼 성폭력을 저질러도 크게 문제화되지 않기 떄문이다. 경향신문은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볼 때, 직장 등에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성추행 사건은 지난해 158건 적발됐고, 피해를 당한 인턴사원들은 취업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현실이 성추행의 원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음을 밝혔다. 기사에 수록된 사례를 보자. 2010년 한 은행에서 인턴을 했던 이모씨(26)는 회식 자리에서 신체 접촉을 거부하자 요새 애들은 욕심은 많은데, 사회생활을 잘 모른단 말야. 이러면 인턴 끝나고도 같이 일 못할 텐데라는 말을 들었다. 실제 한국여성민우회의 2012년 여성노동 상담경향분석을 보면, 계약직과 파견직 등 고용관계가 불안정한 직종에서 접수된 피해 사례는 61건으로 전체 직장 내 성폭력 상담 중 48.51%를 차지했다. 이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것은 성폭력 사건을 무마하거나 가해자를 옹호하는 주변 분위기이다. 인턴이 문제를 털어 놓으면, ‘2개월만 지나면 되는데 너가 참아라.’라고 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현대차 하청노동자가 관리자의 성폭력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자 회사가 풍기문란이라며 오히려 피해자를 해고한 사례는 유명하다. 다음은 한국여성민우회 2012년 여성노동 상담경향분석에 실린 사례이다.

회식을 했고 여자는 나 혼자였고 택시타고 가면 위험하니까 상사에게 억지로 대리 불러서 데려다 주라고 그랬다. 차 안에서 승진 문제, 업무평가를 계속 얘기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손을 잡고, 강제로 키스를 하려고 하고 사귀자는 말을 했다. 도중에 나는 차에서 내려버렸다. 그 뒤에 문자로 '무리하게 행동해서 미안하다'고 보내왔다. 회사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대하고, 없던 일처럼 행동했다. 그게 더 공포스러웠다. 상사와 대표가 가까운 사이다. 그 사람은 퇴사하겠다고 했는데 대표가 '용서해줘라, 술 마셨으니 그럴 수 있지 않냐 그 사람 망가진다' 등등 나를 설득시키려고 한다. 대표가 상사를 퇴사 못하게 잡았다. 세 명이서 만나자고 해서 갔더니 각서를 써라, 나가서 이런 소문이 퍼질 수 있으니까 얘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했다

이렇듯 가해자의 재교육, 공동체(조직) 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기보단 퇴출시키면 불쌍하니 당신(피해자)이 좀 참아라.’라는 식의 가해자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거나 오히려 피해자에게 불이익과 인사상의 위협을 주는 일들이 만연할수록, 불안정한 고용관계에 놓여 있는 을()이 성폭력에 대해 문제제기 하는 것은 더욱 어렵게 되고, ()의 횡포는 심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윤창중이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대안을 위한 조건들을 만들어가자.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 막연히 상사가 좋은 사람이기를 기대하거나 갑자기 모든 고위층들의 성인식이 바뀌길 기다리기보다는 여성들이 당당하게 말하고 직장(사업장) 내 분위기를 변화시킬 수 있는 통로가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회사의 입장이나 상사의 입김이 닿지 않는 기구, 노동자의 권리를 얘기하기 위한 민주적인 노동조합이 이러한 여성들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든든한 버티목이 되어야 한다.

더불어 이러한 성폭력적 상황을 만들어내는데 핵심적인 요소로써, ‘여성을 동등한 동료라기보다는 부차적인 역할을 맡는 사람으로 여기면서 성()적으로만 평가하는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고용에서의 성차별, 여성이 해고 1순위가 되는 상황, 양육과 가사의 문제가 여성에게만 전가되는 것, 출산휴가가 현실적으로 보장되지 못하고 상황 등이 개선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전 사회적인 공감이 필요하다.

이렇듯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통로가 마련되고, 장기적으로 여성이 남성의 성적 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동료이자 능동적 행위자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려는 움직임이 또 다른 윤창중, 지속적으로 이슈화되는 성폭력 사건들을 방지하는 길일 것이다.

 

사건을 마무리하며 : 피해자 치유를 중심으로.

 

사건이 종결된 이후 사람들은 가해자의 형량이나 처벌로만 그 사건을 기억하지, 피해자의 이후 삶에 대해서는 사회가 함께 책임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성폭력이 만연한 사회에서 사람들-특히 당사자인 여성들-이 걱정하는 것은 가해자의 처벌보다는 피해자의 생존일 것이다. 윤창중 사건처럼 외국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그냥 신고하면 그만이지만, 정작 한국 사회에서 이런 일에 마주쳤을 땐, 특히 자신의 생존권을 박탈할 수 있는 상사와의 관계라면 당황스럽고 공포스럽게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와 관련된 기사 중 대다수는 이러한 여성의 현실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신상 털기나 꽃뱀이 아니었냐는 2차 가해와 마찬가지인 의혹들 뿐이다. 이러한 기사들이 만연할수록 여성들은 자신의 피해사실을 밝히는 것을 더욱 꺼려하게 되고, 피해에 대한 치유와 대처방법을 모색하기보다 충격으로 회사를 그만두거나 역으로 피해자가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며 무기력해진다. 이는 성폭력 사건이 피해자의 침묵 속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환경을 조성한다.

그렇기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피해자를 수동적으로 만들거나 순간의 분노만 남기는 가해자의 망언과 행위에 대한 자극적인 기사가 아니다. 그보다는 사람들이 피해자를 지지하고, 함께 해결해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모범사례들로써 가해자를 재교육하고, 피해자가 피해자에서 벗어나 희망을 갖고 나아가는 현실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한편 최근 제2차 아시아·태평양 물 정상회의 참석차 태국을 방문한 정홍원 국무총리가 행사 관련 인턴을 전원 남성으로만 뽑고, 술자리 자체를 없앴다는 사실이 논란이 되고 있다. 윤창중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난 이후 청와대의 대처가 반성이 아닌 여성 인턴을 뽑지 않는방식으로 되고 있다는 점에서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처는 성폭력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가해자들의 패턴과 다르지 않다. 여성이 인턴이어서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한국 사회의 문화가 문제임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문화를 바꿔내려는 노력이 전 방위적으로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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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우리 (13-05-24 16:24)
답변 삭제  
잘 읽었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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