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시오 용역회사 양반,
‘회사’가 준비한 복수노조라니요?
지난 19일, 용역회사 ‘제일휴먼‘은 한 청소노동자를 ‘10분 지각’을 사유로 그 자리에서 해고했다. 계속 일하고 싶다는 노동자의 손을 억지로 잡고 끌어다 사직서에 서명을 했다. 인권유린이라 할 무서운 일이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지난 봄 파업이 끝난 이래로 용역회사들은 단체협약을 지키지 않는 동시에 갖은 협박, 회유로 수많은 조합원을 노조 탈퇴하게 만들었다. 그러더니 마침내 제일휴먼이 학교 및 다른 용역회사들의 암묵적 동의 아래, 탈퇴 노동자들로 ‘회사 차원’의 노동조합을 준비하고 있었던 문서가 공개되었다.
회사에서 이렇게 열심히 기존 노조를 탈퇴시키고 알아서 노동조합을 만들어 주려고 애쓰는 이유는 공공노조 고려대분회 분회장의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예전에 노동조합 없을 때 기억 안 나십니까? 그때는 정말로 관리소장이 ‘당신 내일부터 나오지마’하면 바로 조용히 짐 싸서 나가야 했습니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만들고 지켜온 노동조합을 깨고 자신들이 만든 어용노조를 대신 들어앉히려는 것은 다시 마음대로 해고하고 싶어서, 이번 3월 파업과 같은 귀찮은 일을 또 겪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것이 아닌가? 해고된 청소노동자는 연세대분회 조합원이었다. 같은 날 비조합원은 시말서만 쓰고 그쳤다. 이 모든 것이 우연에 불과한가?
올 한 해 등록금 문제를 외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뜨거웠던 것처럼,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당사자들이 뭉쳐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고령,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인 청소/경비노동자에게는 그럴 수 있는 통로가 노동조합밖에 없었다. 그 소중한 노조를 회사가 만든 것으로 대체하라는 것은 말할 수 있는 목소리를 뺏는 것과 같다.
너도 나도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등록금 비싸다는 말은 이제 하기도 입 아프다. 내 월급만 빼고 모든 물가가 다 오른다고 한다. 법정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 노동,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 버텨야 하는 일자리들이 넘치는 세상에선 ‘반값’등록금도 버겁다. 그렇다면 같이 좀 더 큰 목소리를 내면 좋지 않을까? 지난 봄 파업 때 고려대에서 인상된 등록금 문제와 청소/경비노동자 문제를 함께 해결 요구 조건으로 걸고 학생과 노동자가 싸웠던 것이 좋은 예이다. 전 국민 모두의 요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더 높은 임금, 더 낮은 등록금”을 학생과 노동자가 함께 이야기해보자!
연세대학생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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