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번째 희망버스, 아직도 갈까 말까
망설이는 당신을 향한 편지
희망버스 이야기로 시끄러운 지도 꽤 되었습니다. 저 멀리 부산에서 김진숙이라는 사람이 크레인 위에 올라가 300일이 가깝도록 내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녀의 동료들이 목숨을 잃었던 85호 크레인 위입니다. 주주들에게는 174억을 배당하는 한진중공업이 ‘경영상 위기’로 정리해고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절박한 상황을 걱정했고 분노한 수많은 사람들이, 한진중공업의 기만적인 모습 그리고 비정규직과 정리해고가 판치는 사회를 걱정했고 분노한 사람들이 모여 마침내 희망버스는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부산을 향한 발걸음은 그렇게 가벼이 떼어지지 않습니다. 희망버스가 정당하고 절박한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희망버스의 합법성입니다. 1차부터 5차까지 단 한 번도 집회신고를 내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희망버스를 불법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오뎅탕도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압수하는 경찰들입니다. 하지만 설령 희망버스가 합법이 아니라고 한들 그것이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이미 정리해고‘법’과 비정규직‘법’이 있고, 그 법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절망과 죽음으로 내몰렸습니다. 정리해고 시키지 말라, 비정규직으로 살기 싫다는 외침을 그들을 그렇게 만든 ‘법’ 안에서 외쳐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그냥 그대로 살라고 내버려두는 것일 뿐입니다. 또 하나는 영도 주민들이 엄청난 쓰레기와 교통 불편에 시달리게 된다는 우려입니다. 희망버스를 타는 승객들은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교통이 불편하고 시끄러운 것은 경찰들이 좁은 골목길까지 막고서 시내버스와 택시까지 전면 통제하며 모든 집회를 막기 때문입니다. 5차 희망버스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온 사람들에게 국가망신을 시킬 거라는 호들갑이 보수 언론 메인을 장식합니다. 하지만 1500여명이 넘는 영화인들은 ‘이 시대 한진중공업, 김진숙과 같은 영화는 없다’며 김진숙과 함께 영화를 보고 싶다고 지지 서명을 냈습니다.
김진숙이, 희망버스가 신경 쓰이는 것은 대학에 들어와야 차별받지 않을 수 있지만 이마저도 등록금이 너무 비싸 반값등록금을 외쳐야 하는, 졸업해도 정규직으로 취업하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된 시대 속 우리를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비정규직, 정리해고가 만연한 세상임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에 맞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희망하는 5차 희망버스가 또다시 부산으로 출발합니다. 거기에 내 삶의, 이 시대의 ‘희망’을 찾으러 사람들이 탑승합니다. 장애인들도 몸이 불편하지만 그들의 희망을 찾기 위해 전동휠체어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갑니다. 백 마디 말 대신 어두운 새벽 조용히 저 높은 크레인에 오른 일이, 그 움직임이 만 명이 넘는 사람을 부산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당신의 움직임이 "희망버스가 한 번 더 와주면 저도 살아서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는 김진숙을 살려냅니다. 이번 가을 부산으로 희망버스 타고 소풍 한 번 꼭 같이 갑시다!
연세대학생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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