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를 보고 분노하셨다면.
#1. 처벌주의를 ‘반성폭력 운동’으로!
최근 개봉한 영화 <도가니>는 전 국민을 분노하게 했습니다. ‘교장’ 씩이나 된 어른들이 장애가 있는 약한 아이들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정말 끔찍합니다. 그런데 가해자들이 처벌조차 제대로 받지 않고, 다시 복직되었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하라고 요구했고, 정부는 이에 대응하여 해당 학교를 폐쇄조치하는 등 실제로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끔찍한 성폭력 사건들이 있을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즉 우리는 지금껏 성폭력이 ‘일어난 후’에야 처벌만을 요구하는 흐름을 반복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성폭력에 대한 처벌이 점점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성범죄는 3년간 30% 넘게 증가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는 성범죄가 일어나는 ‘원인’에 대한 대책과 예방보다는‘사후처벌’만을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실효성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합니다.
처벌이 필요없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성폭력이 자꾸만 발생하는 원인을 바라보자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성폭력은 여성/남성 간의 권력관계 아래에서 생깁니다.아프리카의 문명화되지 않은 여성상위 국가에서 남성에 대한 성폭력이 일어나는 것은 성폭력이 그저 미친놈들의 우발적 범행으로만 볼 수 없다는, 성간의 권력 구도가 투영되는 것임을 시사 합니다. 한국에서 역시 수많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어느 정도 정당화하는 생각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남성의 성욕은 통제 불가 하고 따라서 여성이 밤에 짧은 치마를 입고 돌아다니거나, 술에 함부로 취하면 안 된다든가, 이런 여성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든가 하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또한 여성을 끊임없이 대상화하는 일상적인 음담패설, TV광고, 인터넷 상의 각종 이미지들도 주변에서 흔히 눈에 띕니다. 이러한 담론들, 사회의 분위기는 성폭력들을 자꾸 발생시키는 원인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렇다면 저는 성폭력 사건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가 ‘처벌’을 요구하는 것과 동시에, 전사회적이고 장기적인 ‘반성폭력 운동’에 대한 요구로도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폭력 문제는 단순히 개인들을 미친놈으로 몰아가며 질타하는 것에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즉 그 개인들을 나오게 한 공동체가 과연 우리 안에 있지는 않았는지 진지하게 반성하고, 공동체 자체를 바꾸어 나가는 ‘반성폭력 운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2. 현대차 여성노동자 성희롱 사건
저는 최근에 <도가니> 속의 사건과 비슷한, 아니 그보다 더 슬픈 이야기를 하나 들었습니다. 지난 9월 20일, 현대차 하청공장에서 14년간 일하던 한 여성노동자가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 위에서 해고 1년째를 맞았습니다. 그녀가 해고를 당한 이유는, 몇 년간 지속적으로 소장과 조장에게 성희롱을 당한 사실을 회사에 알렸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닙니다.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도 해고할 수 있게 하기 위해‘비정규직’이라는 편리한 이름이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그렇지 않았다면, 징계가 두려웠다면 소장과 조장도 그렇게 계속해서 문자와 전화로 “너랑 자고 싶다”며 그녀를 괴롭히진 못했겠지요.
피해자가 산재요양 급여신청을 하기 위해 근로복지공단에 갔더니, 문답과정에서 질문자는 직장 내 분위기나 성폭력 예방 교육 미비에 대한 지적은커녕 피해자의 가정환경과 개인사항에 대한 질문만을 했다고 합니다. 폭력과 비난 둘 다 여성에게로 향하는, 그게 너무나 당연히 여겨지는 곳이 이 사회입니다. 더구나 하청, 파견 등의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있기에 일상적으로 성희롱/성폭력에 시달리기가 쉽고, 그러면서도 이를 알릴 엄두조차 낼 수 없는 것이 현대차 여성노동자들의 일상이자 현실입니다. 어쩌면 이 땅에서 ‘여성’과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이중의 착취를 감내하고 있는 모든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도가니>를 보고 분노하신 여러분께, 눈을 돌려 우리 주위에서 너무나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폭력들을 다시 바라보고, 이를 고민해보자, 더 관심가지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10월12일에 7시에 청계광장에서 현대차 성희롱 피해 여성노동자와의 연대문화제가 있다고 합니다. 함께 가보실래요?
문과대학 여성주의 소모임
앨.리.스에서 함께 하는 1인
자보에 대한 의견이나 연대문화제에 함께 가실 분,
앨리스가 궁금하신 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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