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장에서 가을소풍의 밤을 지새운 당신에게
가을소풍 삼아 함께 떠났던 5차 희망의 버스에서 당신을 부산에 내버려둔 채 돌아와야 했습니다. 연세대 학우 두 명을 포함한 59명의 연행자, 당신들이 자꾸만 마음에 걸립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돌자마자 우리를 폭력집단으로 몰아붙이며 들이닥친 경찰의 검문은 놀랄 것도 아니었습니다. 영도로 들어서는 모든 길목을 막아선 엄청난 경찰병력도 모자라 물대포와 최루액을 앞세워 달려들었습니다. 평화시위를 요구하는 우리의 목소리를 묵살한 채 당신을 끌고 가는 전경의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나라의 인권이 또 한 번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85호 크레인을 보기는커녕 영도에 들어가지도 못했습니다. 닭장차 안에서 당신은 5차까지 이어져 온 희망버스가 과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심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곧 승리했다는 것을, 승리해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말처럼 지난 시간은 우리에게 기적과도 같았고, 희망버스를 통해 우리가 만들어 온 여론이 국회를 움직이고, 요지부동이던 한진 자본을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리해고자를 1년 이내에 재고용하겠다는 기만적인 권고안을 우리는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김 지도위원이 해고자들의 선택을 따르겠다고 한 것과는 관계없이. 설령 힘들게 싸우고 있는 해고자들을 안타까워 그가 한 발 양보하더라도 우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애초에 정리해고 자체가 부당했으므로 그에 대한 해결책은 재고용이 아닌 원직복직이기 때문입니다. 또 노동자들과의 약속은 쥐뿔도 지키지 않는 자본의 거짓에 너무나도 많이 속아왔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타협이란 것은 가진 자들이나 베풀 수 있는 것이지 쥐뿔도 없는 우리에게는 우리가 선 이 길바닥에서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경찰과 보수단체의 폭행과 욕설에도 불구하고 정리해고 철회를 외쳤습니다. 세상은 가진 자의 끝없는 탐욕과 부패로 양극화를 향해 끝없이 달리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40여 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이 시대는 그 자체로 절망입니다. 그 흐름에 맞서는 당신의 목소리만이 희망을 만들고 있습니다. 희망의 빛은 절망의 색이 짙어 올 때에 더욱 밝게 빛납니다. 그리고 당신 곁의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때 수천, 수억 배가 될 것입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당신도, 크레인 위에서 이제 278일째 농성중인 김진숙 지도위원도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과 더 큰 희망을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그리고 희망이 희망에 그치지 않고, 정말 우리가 꿈꾸는 세상, 노동이 존중받고 돈보다 인간이 우선인 사회로 이어져 가길 바랍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합시다!
신자유주의에 맞서 대안세계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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