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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전태일을 보고 눈물 흘리지 마라
 작성자 : 연세대학생행진
Date : 2011-10-26 18:54  |  Hit : 2,354   추천 : 0  

더 이상 전태일을 보고 눈물 흘리지 마라

- 전태일 열사 분신 41주기에 부쳐

 

 

다 같은 인간인데 어찌하여

빈한 자는 부한 자의 노예가 되어야 합니까

 

왜 가장 청순하고 때 묻지 않은 어린 소녀들이

때 묻고 부유한 자의 거름이 되어야 합니까

 

사회의 현실입니까?

빈부의 법칙입니까?

 

- 전태일의 1970년 초 작품 초고 中

저들은 우리 모두를 패배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패배자들은 월스트리트에 앉아 있습니다.

그들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우리의 돈으로

구제금융을 받았습니다.

(……)

기억하십시오. 문제는 부패나 탐욕이 아닙니다.

문제는 체제 자체입니다.

그것이 당신들을 부패하게 강제합니다.

 

- 2011.10.09. 뉴욕 월가 인근 쥬코티 공원

슬라보예 지젝의 연설문 中

 

 

# 1. 전태일이 꿈꾸던 세상은 왔습니까?

오는 11월 13일이면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라는 외침이 울려 퍼진 지 41년이 됩니다. 함께 일하던 동료 여공들이 일당 70원을 받으며 점심도 굶은 채 고된 노역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청순하고 때 묻지 않은 어린 소녀들이 때 묻고 부유한 자의 거름이 되어야 하는’ 사회의 부조리함에 온몸으로 맞섰던 전태일이 산화한지 41년이 지난 오늘, 전태일이 꿈꾸던 세상은 왔습니까?

 

이제 ‘양극화’ 란 말을 꺼내는 것조차 새삼스러운 시대입니다. 구체적인 수치를 들이밀지 않더라도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 라는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건만 재벌과 초국적 자본은 경제위기를 기회로 해고와 임금삭감을 통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렸습니다. ‘경영상의 어려움’ 이라는 기만적인 이유를 통해 한쪽은 무자비하게 잘라내고(170명 정리해고) 한쪽에서는 잔치한(다음날 주주에게 174억 원 배당) 한 기업의 누가 봐도 부도덕한 이 행위는 ‘99%의 평범한 사람들이 1%의 탐욕을 위해 거름이 되어야 하는’ 지금의 현실을 너무나 극명하게 잘 보여줍니다. 1970년에 죽은 전태일의 외침과 세기를 건너 뛴 2011년 월가 시위대의 외침이 같은 세상. 지금 세상은 전태일이 꿈꾸던 세상입니까?

 

# 2.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라는 전태일의 외침이 있은 지 40년이 지난 작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 대학생의 외침이 있었습니다. “대학생은 글로벌 자본과 대기업의 '부품'이 아니다” 그 용감한 선언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것은 대학 밖에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음에도 ‘그러니까 더 열심히’ 스펙을 쌓아서 살아남으라는 말에 무언가 잘못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불안에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우리의 현실을 분명하게 묘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대학생의 외침은 ‘일등만 기억하는 이 더러운 세상’ 이 맘에 안 들면, 내가 일등이 되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이 아니라 ‘일등만 기억하는 이 더러운 세상’ 을 바꿔내야 한다는 외침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전태일이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근로기준법 해설서에 적혀 있는 어려운 한자들을 해석해줄 수 있는 ‘대학생 친구’ 는 이제 없습니다. 그저 전태일 평전을 읽으며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라는 사람에 감동하거나 11월 13일쯤이 되면 어김없이 TV나 신문에 등장하는 전태일의 옛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 흘릴 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부정의’를 보면서도 어릴 때부터 배워온 당연한 원칙을 ‘현실적이지 못하다’ 라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는 우리는 더 이상 전태일을 보고 눈물 흘릴 자격도, 처지도 아닙니다.

 

# 3. “부정의가 법이 된다면 저항이 의무”

경제위기와 긴축정책, 해고에 맞서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는 그리스인들의 외침입니다. 경제위기가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삶을 흔드는 것이 아니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는 말이 적용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에 분노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1%의 탐욕을 위해 99% 평범한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작금의 현실에 분노하여 행동하기 시작한 월가 시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대학생들이 게으르고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고 실업에 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무언가 잘못된 것 같지만’ 이라는 생각이 들 때 그 잘못된 것에 눈감고 그저 전태일을 보고 눈물 흘리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배워온 당연한 원칙을 확인하고 전태일이 그랬던 것처럼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을 포기하지 맙시다.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크레인에 목숨을 매달고 100여일을 넘게 버텨도 코빼기하나 내비치지 않던 국회의원, 사측을 움직인 것은 만 명이 넘는 희망버스 탑승객들이었습니다. 언제나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꿨던 것은 우리를 대리한다고 말하는 누군가가 아니라 ‘부정의에 맞섰던’ 99%의 사람들에 의해서였습니다.

 

우리는 인민이 종종 무언가를 갈망하지만 그것을 진짜로 원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여러분들이 갈망하는 것을 진짜로 원하게 되는 것을 무서워하지 마세요.

- 2011.10.09. 뉴욕 월가 인근 쥬코티 공원 슬라보예 지젝의 연설문 中

 

# 4. “여기가 로두스다. 여기서 뛰어라!”

‘바로 지금 여기서 행동하라’ 라는 뜻으로 이솝우화에 나오는 말입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이 ‘불만이 있으면 네가 좋은 대학 가서 성공한 사람이 되어서 바꿔라’ 라고 종종 말씀하시곤 했는데, 지금 대학에 와 보니 그런 것은 또다시 ‘미래 언젠가로’ 미뤄지고 있습니다. 전태일이 꿈꿨던 세상은 언젠가 다른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만들어가야 합니다. 함께 합시다!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11 연세대 실천단 [RISE UP!]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11 연세대 실천단 [RISE UP!]

(11월 6일(일)부터 첫 활동을 시작합니다.

함께 하고 싶으신 분은 010.3399.5017. 으로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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