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가 마침내 승리했다!
성과와 과제를 갈무리하며, 멈추지 말고 다음 투쟁을 시작하자.
김진숙 지도위원이 309일만에 땅을 밟았다. 크레인을 함께 지킨 박영제, 박성호, 정홍형 동지도 137일만에 땅을 밟았다. 우리 모두가 바라 마지않았던 ‘크레인 농성자들이 두 발로 크레인을 내려오는 일’을 우리가 해낸 것이다! 한진중공업 조합원 동지들과 가족대책위 동지들, 그리고 희망버스 활동가와 참가자들이 함께 일궈낸 소중한 승리이다. 이 승리를 위해 온 힘을 다해 투쟁했던 모든 동지들에게 연대의 인사를 전한다.
합의서 조인식에서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은 “오늘 체결한 합의서는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굴지의 재벌대기업을 강력한 사회적 압박으로 마침내 굴복시킨 것은 근래에 보기 드문 일이다. 또한 이번 투쟁 과정에서 민주노조를 다시 되찾은 것도 뜻 깊은 성과이다. 세 명의 열사와 수많은 투사들이 목숨 바쳐 지켜왔던 한진중공업 지회가 아니던가. 이번 투쟁을 승리로 이끈 ‘스머프’들이 바로 그 민주노조를 계승하는 투사들이다.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는 비슷한 모습으로 끊임없이 재현될 것이기에, 준비가 필요하다
몇몇 언론들은 ‘이제 노사갈등이 해결됐으니 합심하여 빠른 시일 내 회사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논조의 기사를 냈다. 민주노총과 운동진영은 이러한 질문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가 해결되었으니 이제 회사가 승승장구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노동조합의 역할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한진중공업 사태를 야기한 원인이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근본적인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운동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현대차를 포함하여 금속사업장들 중 많은 수가 더 싼 인건비를 찾아서 국내 공장을 폐쇄하고 외국으로 나가는 ‘해외공장이전’의 문제를 이미 겪고 있다. 기업가들은 대한민국이 노동자들의 고임금과 투쟁 때문에 ‘기업하기 나쁜 나라’라고 하며 한편으로는 국내 노동조합의 무력화를 꾀하고, 한편으로는 노동권이 더 열악한 해외 노동자들을 착취하러 떠난다. 이번 한진 투쟁을 통해 알려진 필리핀 수빅 조선소가 그 예이다. 앞으로 다른 사업장들에서 한진중공업 사태가 똑같이 재현되지 않으려면 공장이전이 국내 노동자들과 해외(제3세계) 노동자들 모두에게 야기하는 노동권 박탈의 문제를 제기하고,국제적 연대를 조직하며, 무분별한 해외 공장 이전에 대한 사회적 통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땅 곳곳의 투쟁하는 민중들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만들자
희망버스에 참가해온 많은 사람들의 염원은 “어서 한진투쟁을 승리로 마무리하고, 희망버스가 더 큰 연대를 만들러 쌍차로, 강정으로 가자”라는 말로 집약할 수 있다. 한진중공업 투쟁 승리의 소식과 동시에 우리는 쌍용차 노동자의 18번째 죽음이라는 가슴 아픈 소식을 들어야 했다. 절망 속에서 자살한 KTcs 지부장의 죽음도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재능 동지들은 투쟁 1500일을 바라보며 끝장 투쟁을 묵묵히 해나가고 있고, 여성가족부 앞에는 현대차 사내하청에서 일어난 성희롱과 부당해고에 맞서 한 여성노동자가 용기 있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계획은 중단될 줄 모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희망버스의 값진 승리를 통해 ‘연대’와 ‘투쟁’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아직 우리 손에 있음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와 농민들과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면서 2007년 이후로 잠잠했던 한미FTA 반대 투쟁의 불씨를 다시 살려냈다. 산적해있는 투쟁의 과제들을 확인하고, 우리의 힘을 하나로 모아 더 큰 투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조직하고, 선동하고, 거리로 나서자. 우리에겐 잠시도 승리에 도취되어 있을 시간이 없다.
‖ 신자유주의에 맞서 대안세계화로! 전국학생행진